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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rts_Soul & 야구

짧고도 짧았던 박현준의 족적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3. 7.

박현준이 군대에 입대하면 선발을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던 LG의 우규민. 지난 시즌 퓨처스 리그에서 경찰청 소속으로 다승왕과 방어율왕을 동시에 차지한 그지만, 박현준이 버티고 있는 선발진은 너무나도 높게 느껴졌다. 그만큼 박현준은 LG 마운드에서 절대적인 존재로 각인 되어 있었다.

 

박현준은 2010년 시즌 중반 LG로 이적했다. 이적할 당시만 해도 박현준은 그저 잠재력만을 갖춘 수많은 프로 선수 중 하나였다. 그렇지만 2011, 그는 그 어떤 전문가도 예상치 못했던 일을 만들어 냈다. 봉중근이 부상으로 빠진 LG의 마운드에서 당당히 에이스로 우뚝 선 것이다.

 

13 10패 방어율 4.18. 다승 6, 탈삼진 4위라는 풀타임 첫 시즌의 투수가 맞나 의심될 정도의 뛰어난 성적을 남기며, 프로야구 판에 자신의 이름 세 글자를 뚜렷하게 남겼다. 박현준의 인상적인 투구에 감동 받은 LG의 팬들은,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박현준을 대신해서 팬들이 군대를 대신 가자는 말까지 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2012 3, 지난 시즌 LG의 에이스였던 박현준은 수많은 사람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아마도 지금의 이 비난은, 작년까지 그가 살아온 26년의 세월동안 받았던 비난의 총 합보다,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클 것이다.

 

현재의 박현준은 소속팀 LG에서 퇴단 조치를 당했으며, 빠른 시일 내에 KBO에서 영구 제명 될 가능성이 크다. 더군다나 올해로 27살임에도, 군대도 다녀오지 않았다. 심지어 KBO와 협정이 맺어져 있는 미국, 일본, 대만 등의 프로야구 리그에는 진출조차 할 수 없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에 빠진 것이다.

 

지난해 몸값 4,300만원 선수에서 1 3,000만원의 억대 몸값으로 뛰어 오른 박현준. 볼넷 몇 개가 승승장구로 나아갈 수 있던 인생을 바꿔놓을 줄 짐작이나 했을까. 아마도 절대 발각되지 않을 것이라 굳게 믿었을 것이다. SK 와이번스의 감독이었던 김성근 감독이 박현준이라는 한 사람의 인품을 믿었던 것처럼.

 

지난 시즌 박현준이 허용한 볼넷은 총 68. 그 중 63%에 해당하는 43개를 1~3회에 허용했던 박현준이다. 사람들은 자연스레 박현준이 경기 초반 제구력이 좋지 않다는 인식을 갖게 됐고, 박현준의 1회 볼넷 허용은 어쩌면 당연한 코스 중 하나였다. 정말이지 아무도 의심할 수 없었던 1회 볼넷 허용인 것이다.

 

이제 더이상 KBO에서 사이드암 박현준의 150km가 넘는 빠른 공을 볼 수 없다. 또한 시원한 삼진을 잡아낸 뒤 오른 주먹을 불끈 쥐는 장면도 볼 수 없게 됐다. 박현준이라는 이름은 이제 많은 야구팬들의 기억 속에, 한국프로야구를 더럽힌 장본인으로 각인되어 있을 뿐이다.

 

박찬호, 이승엽, 김병현, 김태균 등 한국 야구의 대표급 선수들이 국내로 복귀하면서, 이번 시즌 KBO는 엄청난 흥행을 기대케 했다. 그렇지만 시즌이 시작되기도 전에, 승부조작, 경기조작이라는 사건이 터졌다. 최대의 기회라 생각했던 시즌이, 최악의 위기의 시즌으로 바뀐 것이다.

 

앞으로도 언제든지 제 2의 박현준이 생길 수 있다. 국가대표급 능력을 갖춘 선수가 혜성처럼 등장해서 많은 사람들을 기대케 하고는, 지금과 같은 불미스러운 일로 순식간에 사라져 버릴 수 있는 것이다.

 

조작에 가담한 박현준과 김성현만을 영구제명하고 비난하는 것에서 끝낼 것이 아니라, 그 위의 브로커, 그리고 더 나아가 그 위에 있는 최상위에서 조작을 지시한 그 세력을 찾아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만 한다. 물론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러지 못할 경우, 얼마든지 이러한 조작은 다시 행해질 수 있다.

 

많은 야구팬들은 시즌이 시작되고 나면, 자연스레 1회에 볼넷을 허용하는 투수를 색안경을 끼고 평가할 것이다. 그리고 투수들 또한 1회 볼넷 허용에 대해 큰 부담을 안게 될 것이다. 선수들과 팬 사이에 신뢰감이 깨져버렸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사건이 터져 나온 지금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선수들의 인성 교육은 당장의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아니다. 대부분의 운동선수들은 그저 어릴 때부터 운동만을 해왔다. 지금에 와서 인성교육을 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물론 자라나는 어린 선수들에게는 이제부터라도 그런 교육이 꼭 행해져야만 하지만.

 

박현준의 흔적은 더이상 LG트윈스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없다. 그와 관련된 모든 사진과 자료들이 지워졌다. 짧고도 짧았던 박현준의 한국프로야구에서의 활약. 부디 그와 같은 길을 걷는 선수들이 앞으로는 나오지 않길 바랄 뿐이다.

 

// Sports Soul [사진 제공 = SK 와이번스 & LG 트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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