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일 대참사’ 과연 무엇이 문제였을까?
지난 2일 한화 구단과 팬들에게 절대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바로 ‘에이스’ 류현진이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4월에만 4경기에 출장해 1승 1패 평균자책점 0.90을 기록하며 여전히 강한 모습을 보여준 그가 무너진 것은 시사하는 바가 컸습니다.
1회에만 5실점, 3안타(2점 홈런 포함) 2볼넷을 내주며 37개의 투구 수를 기록했는데요. 믿기 어려운 류현진의 투구내용이자 악몽 같은 1회였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이유에 대해선 분명히 되짚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바로 류현진과 한화가 무너진 이유를 말이죠.
류현진은 LG를 상대로 ‘천적’과도 같은 존재였고, 그것은 역대전적에서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통산 33경기(선발 32경기)에 등판해 22승 6패를 기록할 만큼 ‘LG 킬러’다운 면모를 보여준 류현진 이었습니다. 지난 4월 19일 청주 홈에서 벌어진 경기에서도 비록 승수는 챙기지 못했지만 9회까지 1실점으로 LG 타선을 봉쇄했었죠.
그런 류현진을 상대로 LG 김기태 감독은 팀의 주축인 좌타자들을 과감하게 제외하고 ‘우타자 중심’의 선발 라인업을 구축했습니다. 그 동안 1번 타자로 활약한 이대형을 과감히 벤치에 앉히고, 박용택을 1번으로 기용했으며, 유격수 오지환, 우익수 이진영을 뺀 나머지 타선을 모두 우타자로 채워 넣었습니다.
하지만 한화의 라인업은 평소 그대로였습니다. 대졸 신인으로 입단한 최성훈을 상대로 충분히 해볼만하다는 한대화 감독의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최성훈의 스카우팅 리포트에서도 볼 수 있듯이 140km/h도 안 되는 구속에 주무기는 커브 ‘단 한 가지’ 였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기존의 라인업으로도 공략이 가능하다고 생각했겠죠.
외야수 강동우, 김경언과 고동진 그리고 2루수 한상훈과 지명타자 장성호까지 9명의 선발타자 중 5명이 좌타자 일색이었습니다. 물론 한화 좌타자들이 LG 최성훈을 공략하지 못한 것은 아닙니다. 최성훈을 상대로 6회까지 한화 타선이 뽑아낸 6개의 안타 가운데 5개를 좌타자들이 만들어냈습니다. 그러나 병살타에 발목을 잡히고 말았습니다.
선두타자가 출루했음에도 ‘병살왕국’다운 모습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팀 공격에 찬물을 끼얹은 게 컸습니다. 결과적으로 어떤 시각에서 보더라도 LG 최성훈은 호투 했습니다. 6회 김태균을 상대로 2점 홈런을 허용한 것을 빼면, 그다지 큰 위기도 없었습니다. 실책 3개와 병살타만 4개를 기록한 한화가 스스로 자멸한 경기라고 봐야겠죠.
또한, 이 날 경기 전까지 LG의 김재율은 주목 받던 선수가 아니었습니다. 주전 3루수 정성훈이 부상으로 인해 지명타자로 출전하는 동안 김기태 감독의 플래툰 시스템 하에 대부분 교체 멤버로 출장하던 선수였고, 타격기록도 좋지 못했습니다. 류현진에게 투런 홈런을 뺏어내기 전까지 시즌 타율이 .056(18타수 1안타)에 불과했을 정도로 말이죠. 그런 선수가 데뷔 후 첫 홈런을 류현진으로부터 기록했습니다. 김기태 감독이 선택한 우타자 중심의 라인업이 적중한 것입니다.
반면, 한화는 4개의 병살타 중 3개가 우타자들의 방망이에서 나왔습니다. 모두 LG의 좌완 투수들을 상대로 기록한 것이죠. 좌완 투수들을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였어야 할 우타자들이 오히려 경기를 망친 것입니다. 김태균도 이 경기에서 올 시즌 개인 첫 병살타를 기록했죠. 한화로서는 꼬일대로 꼬인 것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이 날 류현진은 1회에만 40개 가까운 공을 던지며 무너졌습니다. 그래도 에이스답게 1회에 5실점 하고도 2회부터 5회까지는 무실점으로 잘 막아냈습니다. 단지 출발이 안 좋았을 뿐, 류현진은 류현진이었습니다.
한화는 이 날 패배로 또다시 연패의 수렁에 빠졌고, 시즌 승률은 .263로 더 나빠졌습니다. 그리고 리그 1위 두산과는 무려 7.5경기 차, 4위권과도 5.5경기 차까지 벌어졌습니다. ‘4강 다크호스’라는 명목아래 올 시즌을 야심차게 준비했던 한화는 4월에 이어 5월의 시작도 좋지 못합니다. 과연 누구의 잘못일까요?
“류현진만 믿는다.”고 했던 한대화 감독은 이제 누굴 믿어야 하나요? 감독이라면 선수 한 명에게 의지할 것이 아니라, 선수들이 자신을 믿고 따라오게 만들어야 하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합니다. 또한, 한화는 류현진 원맨팀이 아닙니다. 선수들 모두의 팀이죠. 투수 혼자서 될 문제가 아닙니다.
한대화 감독이 김기태 감독과 같이 전략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이러한 참사를 불러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2일 경기에서도 류현진에게 모든 것을 맡겼을 뿐, 타선은 그대로 방치해두고 있었으니까요.
병살타 25개(최다 1위), 105실점(최다 1위), 16실책(최다 2위), 팀 방어율 5.19(7위) 등 나쁜 기록은 쌓여만 가고 있습니다. 투-타의 총체적 난국이 만들어 낸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은 성적입니다.
1회에만 5실점하며 무너진 류현진에게 패전의 책임을 물을 수도 있겠지만, 과연 류현진에게만 잘못이 있었을까요? 어쩌면 이건 예고된 참사가 아니었을까요? 한대화 감독이 발상을 전환하여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팀을 정비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팀의 ‘분위기 쇄신’을 위해서라도 말이죠.
// 완소남 배재민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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