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벌어졌던 프로야구 4경기 중에 유독 관심이 쏠렸던 것은 바로 LG와 롯데의 경기였습니다. 20-8이라는 엄청난 스코어가 말해주듯 화끈한 타격전 이었는데요. LG가 22안타와 6개의 4사구, 그리고 3개의 실책을 묶어 20득점하며 롯데의 마운드를 초토화 시켰습니다. 물론 롯데도 장단 15안타와 4개의 4사구를 통해 8점을 냈지만, 따라잡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경기에서 화력만큼이나 주목할 만한 장면이 연출되었는데요. 바로 최근 10개월간의 공백기를 깨고 올 시즌 돌아온 봉중근이 9회말 마무리 투수로 등판한 것입니다. 올 시즌 등판경기에선 모두 중간계투로 나왔지만 마무리 투수로서의 등판은 처음 있는 일입니다.
봉중근은 지난 시즌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고 일찌감치 시즌아웃되어 재활에만 매진했었습니다. 올 시즌 복귀를 목표로 그 동안 많은 준비를 해왔지만, 아직은 완벽한 몸 상태가 아닙니다. 그래서 선발 투수로 투입되는 것 보단 몸 상태를 체크하며 중간계투로 등판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 날 경기에서 봉중근이 마무리 투수로 등판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습니다. 우선 불펜 자원에 등판 할만한 좌완 투수가 봉중근 밖에 없었습니다. 지난 25일 훈련 도중 갈비뼈에 실금이 간 류택현이 엔트리에서 제외되었고, 또 다른 불펜자원인 이상열은 주중 3연전에서 연투를 하여 피로가 누적된 상황이었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등판 간격 조절 때문입니다. 김기태 감독은 봉중근의 등판 간격을 ‘1경기 등판 후 이틀 휴식’으로 철저하게 조율해주고 있는 상태인데요. 바로 이 날이 지난 등판 후 3일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어차피 많은 점수 차이가 났기 때문에 맘 놓고 1이닝을 던질 수 있어, 경기력을 끌어 올리는 데는 이 보다 좋은 상황이 없었죠.
김기태 감독이 올 시즌 야심차게 준비한 마무리 투수 리즈가 등판한 몇 경기에서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였고, 결국 지난 26일 넥센과의 경기를 마지막으로 2군행을 통보 받았습니다. 리즈가 다시금 선발로 전환할 예정인 만큼 당분간 LG의 뒷문은 공석 아닌 공석이 될 텐데요. 과연 누가 LG의 새로운 마무리 투수가 될까요?
그 결정권은 김기태 감독이 쥐고 있겠지만, 일각에서는 봉중근에게 맡기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봉중근은 수술과 재활을 거치고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조심스러운 단계죠. 부상 재발에 대한 두려움도 당연히 있을 겁니다. 무엇보다 연투가 불가능한 상황이라 당장 마무리로 기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죠.
LG는 올 시즌 시작 전부터 선발투수 2명이 예상치 못한 범죄에 휘말려 전력에서 이탈했고, 그로 인해 원활한 투수운영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무리를 정하는 것이 어렵고, 딱히 마땅한 인재가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빈 곳을 다른 곳에서 가져다 채우는 만큼 투수진 운영에 불균형이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습니다.
경찰청 입단 전까지 팀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던 우규민도 일단 가능성은 있어 보입니다. 현재는 중간계투로 뛰고 있지만, 경험이 있는 만큼 다시금 팀의 마무리 투수를 맡을 수도 있을 겁니다. 다만, 최근 들어 중간계투로도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여주는 등, 마무리로 신뢰할만한 모습을 보여줄 지는 알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마무리 투수의 경험이 있는 2명, 정재복과 임찬규도 후보가 될 수 있습니다. 둘 다 좋은 구위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마무리로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입니다. 그러나 선발 로테이션에도 필요한 필요한 자원들이라 쉽사리 결정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김기태 감독 또한 아직은 더 지켜봐야 할 문제라며 새로운 마무리 투수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을 상당히 머리 아파하고 있는 모양새인데요. 어쨌든 결국은 불펜자원 중에서 소방수를 찾아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누구를 선택하더라도 ‘최선’일 뿐, ‘최상’의 선택은 될 수 없을 가능성이 큽니다.
과연 LG의 새로운 마무리 투수는 누가 될까요? 리즈의 마무리 전환 실패가 뼈아프긴 하지만, 그 실패를 빠르게 받아들이고 새로운 계획을 준비하는 김기태 감독의 대처도 나쁘진 않아 보입니다. 공석이 되어버린 LG의 마무리 자리, 김기태 감독의 선택이 기대됩니다.
// 완소남 배재민 [사진제공=LG 트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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