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에 펼쳐진 시합 중 가장 이슈가 되는 것은 바로 한화와 KIA의 경기였는데요. 이유는 ‘7억 팔 선발 맞대결’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2002년에 데뷔한 김진우와 2011년 데뷔한 유창식의 계약금은 똑같이 7억원이었고, 공교롭게도 둘 다 광주 출신이죠. 두 선수의 선발 맞대결에서는 선배인 김진우가 완승(6⅓이닝 1실점 승리)을 거두며 시즌 첫 승을 따냈습니다. 약 5년여 만에 맛 본 감격적인 승리였습니다.
이 날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간만에 대기록이 하나 나왔는데요. 텍사스 레인저스 소속의 조쉬 해밀턴이 한 경기에서 4개의 홈런을 때려냈습니다. 한 경기 4홈런은 2003년 카를로스 델가도 이후 9년만이며 역대 16번째인 메이저리그 타이기록이기도 합니다. 엄청난 기록을 만들어 낸 것이죠. 분명 잊을 수 없을 기쁜 활약이었습니다.
김진우 또한 자신에겐 잊을 수 없는 경기를 만들어 냈습니다. 지난 2007년 6월 14일 삼성전에 이어 1,791일 만에 선발승을 거두며 ‘인간 승리’로 일컬어지고 있는데요. 앞으로 김진우의 활약이 가져올 시너지 효과는 분명 중요합니다. 선발진 부족의 갈증을 해소해 줄 중요한 자원이기 때문입니다.
김진우와 조쉬 해밀턴 공통점은 두 선수 모두 야구 선수로써 최고의 유망주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이후의 굴곡이 상당히 심했다는 점입니다. 조시 해밀턴의 경우 마약중독과 함께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진 선수였습니다. 하지만 자신을 추스르고 다시금 일어서며 인생역전의 드라마 같은 모습을 몸소 보여주고 있습니다.
김진우 또한 굴곡이 있었습니다. 2002년이던 입단 첫 해부터 12승과 더불어 177개의 탈삼진을 솎아내며 센세이션을 일으켰습니다. 2005년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 주었지만, 2007년 임의탈퇴 사건 이후 3년여 간 방황의 시기를 보냈는데요. 지난 시즌 KIA에 다시 복귀했고, 올 시즌 4번째 선발등판 경기 만에 감격적인 시즌 첫 승을 만들어 냈습니다.
KIA 선동열 감독 역시 김진우의 호투가 반가울 것입니다. 현재 KIA는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함께 얇아진 전력으로 시즌 초반부터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인데요. 특히나 선발 자원으로 데려온 외국인 투수들이 제대로 활약해주지 못하고 있는데다, 좌완 에이스 양현종의 부상도 선발진의 공백을 불러왔습니다.
지난 8일에는 중간계투로 활용하던 좌완 심동섭을 선발로 내세울 정도로 KIA의 선발투수 부족은 그 문제가 심각합니다. 그런 가운데 김진우가 호투하며 첫 승을 따냈으니, 선동열 감독으로서는 마른 땅의 단비처럼 느껴질 겁니다. KIA는 조만간 타선에서는 이범호가, 마운드에선 양현종이 복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합류하면 KIA의 상황도 한층 나아질 것이 틀림없고, 선동열 감독의 시름도 많이 덜어지겠지요.
김진우의 호투가 특히 반가운 이유 중 하나는 경기를 거듭할수록 점점 좋아지는 투구내용 때문인데요. 지난 3번의 등판에서는 자신감이 부족한 듯 타자와의 승부를 제대로 가져가지 못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제구력도 조금 불안했고요. 그런데 경기를 치르면서 이러한 부분들이 개선되어가고 있습니다.
속구의 스피드도 좋고, 과거 최고의 커브를 던졌던 투수답게 커브의 꺾이는 각도도 상당히 예리했습니다. 그리고 최근엔 슬라이더까지 조합하면서 더욱 더 무서운 투수로 재탄생하고 있습니다. 앞선 3경기 중에는 지난 3일 SK전에서 기록한 5⅔이닝이 올 시즌 최다투구 이닝이었지만, 9일 경기에서는 6⅓이닝 동안 112구를 던지며 비로소 선발투수로 제 몫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과거 최고의 완투형 투수로써의 위용이 점점 드러나고 있는 것입니다.
김진우의 첫 승은 선동열 감독의 믿음과 김진우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의지가 만들어낸 인간 승리의 드라마가 아닐까 싶습니다. 선동열 감독은 지난주 비로 인해 2경기가 연속 연기되는 상황 속에서도 선발투수를 교체하지 않고 끝까지 김진우로 밀고 나가는 등, 그를 향한 특별한 신뢰를 나타내기도 했었습니다. 김진우 역시 그런 감독의 믿음에 부응하고 있고요.
‘포스트 선동열’이라 불렸던 김진우의 부활, 그것은 시사 하는 바가 큽니다. 5년여 만에 일궈낸 감격적인 시즌 첫 승으로 인해 더욱 자신감이 생길 것으로 보이며, 앞으로 호랑이의 마운드에 큰 힘을 불어넣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왕년의 에이스가 돌아 오고 있습니다. 아니, 이미 돌아왔습니다.
// 완소남 배재민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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