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쿠어스필드’라는 청주구장이라면…
시즌 개막 후 거침없이 상대 투수를 무너뜨려온 롯데 타선이 벌써 일주일째 침묵하고 있다. 지난주 주말 3연전에서 SK를 상대로 3경기 연속 3득점에 그치면서 불안한 징조가 엿보이기 시작하더니, 삼성을 만난 이번 주중 3연전에서는 3경기 합쳐서 고작 3점만 뽑는 극심한 부진을 보였다.
3할이 넘는 기록으로 다른 팀들의 부러움을 사며 1위를 질주하던 팀 타율은 어느덧 .281(2위)로 떨어졌고, 넘쳐나던 3할 타자의 수도 많이 줄어들었다. 삼성과의 3연전에서는 손아섭과 강민호(이상 12타수 4안타) 정도만 제 몫을 해줬을 뿐, 홍성흔(12타수 1안타), 전준우(11타수 1안타), 조성환(5타수 무안타), 박종윤(12타수 2안타) 등 그 동안 잘해왔던 주력 타자들이 한꺼번에 침묵하면서 1승도 따내지 못했다.
올 시즌 롯데의 투수력은 지난 몇 년 간에 비해 매우 강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팀 평균자책점이 3.58로 SK(3.40)에 이어 리그 2위다. 몇 년 동안 주전 멤버들이 거의 바뀌지 않고 손발을 맞춰온 덕에 수비 조직력도 많이 좋아졌다. 그런데 상승세를 타면서 1위를 굳힐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믿었던 타력이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5월 1일 넥센전에서 11점을 기록한 롯데는 이후 8경기에서 총 20득점에 그쳤다. 경기당 평균 2.5점에 불과하며, 단 한 번도 5점째를 낸 적이 없다. 타자들이 못 친 탓도 있지만, 두 자릿수 안타를 기록한 경기도 3번이나 있었다. 득점권 상황에서 적시타가 나오지 않고 있으며, 특히 장타력의 실종이 두드러진다.
4경기 연속 승리를 따내지 못한 롯데는 주말 3연전에서 꼴찌 한화를 상대로 반전을 노리고 있다. 첫 경기인 11일(금) 경기는 청주구장에서 펼쳐진다. 청주구장은 ‘한국의 쿠어스필드’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로 타자에게 유리한 곳이다.
올 시즌 청구주장에서 벌어진 10경기에서 각 팀들은 평균 .288의 높은 타율을 기록했고, 총 24개의 홈런포를 터뜨렸다. 가장 손해가 큰 팀은 홈팀인 한화였다. 10경기에서 한화 투수진이 허용한 홈런은 무려 17개, 그 중 9개를 불펜에서 내줬다. 침체되어 있던 롯데 타선이 충분히 회복을 노릴 수 있을만한 곳이다.
11일 경기에 롯데가 상대할 한화 선발은 ‘코리안 특급’ 박찬호다. 박찬호는 청주구장에서도 흔들림 없이 좋은 피칭을 해왔고, 지금까지의 피홈런도 1개에 불과하다. 그러나 투구수가 80개를 넘어가면 급격한 체력저하와 함께 구위가 떨어지는 것도 사실. 정규시즌에서는 롯데를 처음 만나지만, 시범경기에서는 한 차례 쓴맛을 본 적이 있다.
롯데 타선이 또 한가지 기대를 걸 수 있는 요소는 바로 ‘기동력’이다. 침체된 타선이 깨어나는 방법으로 꼭 홈런 같은 장타만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빠른 발을 활용한 ‘발야구’가 활로가 되기도 한다. 롯데도 김주찬과 전준우를 필두로 한 뛰는 야구가 가능한 팀이며, 그래서 한화라는 상대가 내심 반갑다.
올 시즌 한화는 신경현과 최승환이 돌아가며 마스크를 쓰고 있는데, 이들은 26경기에서 무려 47개의 도루를 허용했다. 다른 구단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수치이며, 도루저지율이 22%가 채 되지 않는다. 앞선 10일 경기에서도 KIA의 발 빠른 선수들의 도루 시도를 5번 모두 잡아내지 못하면서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롯데 역시 이번 한화와의 경기에서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청주구장 경기는 11일이 마지막이다. 12일부터는 대전구장으로 옮겨 남은 두 경기를 치르게 된다. 만약 청주구장에서도 활발한 타격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롯데의 타격 슬럼프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 과연 롯데 타자들은 청주구장을 ‘약속의 땅’으로 삼을 수 있을까?
// 카이져 김홍석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 이 글은 <마니아리포트>에 기고한 글입니다.(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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