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는 도깨비 같은 팀이다. 지난 4년 동안 내내 그래왔고, 올해도 비슷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언제나 그래온 것처럼 롯데 구단은 올 시즌 목표가 우승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따져보면 올해 롯데의 목표는 우승이 아니라 포스트시즌 진출이어야 한다. 4강 진입도 확실치 않은 것이 지금 롯데의 현 주소이기 때문이다.
2012시즌의 개막이 코 앞으로 다가온 지금, 롯데의 올 시즌은 어떻게 전망할 수 있을까? 올해의 롯데는 예년에 비해 불안요소가 매우 많은 편이다. 하지만 그 못지 않게 희망적인 요소도 제법 발견할 수 있다. 불안요소와 희망요소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지금부터 살펴보자.
▲ 불안요소 1 – 이대호의 부재
지난 2년 동안 이대호가 보여준 존재감은 현재 국내의 어떤 타자들도 대신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이대호가 타선에 버티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롯데 타선의 레벨이 한 단계 올라갔고, 그 우산효과로 인해 동료 타자들도 엄청난 덕을 봤다. 홍성흔이 거포로 변신할 수 있었던 것도, 손아섭과 전준우가 급격한 성장세를 그릴 수 있었던 것도 ‘이대호 효과’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대호 없는 롯데 타선이 ‘아홉 난쟁이’로 변한다 해도 놀랄 일이 아니다.
▲ 불안요소 2 – 만36세가 된 홍성흔과 조성환
개인적으로는 이대호의 공백 이상으로 심각한 문제가 바로 홍성흔과 조성환의 나이라고 본다. 76년생 동갑내기인 이들은 올해 만으로 36살이 됐다. 한국 프로야구의 30년 역사상 만36세 이상의 나이로 규정타석을 채우고 3할 타율을 기록한 선수는 겨우 5명, 백인천(82년), 양준혁(2006~07년), 최동수(07년), 전준호(08년), 이병규(2011년)가 그 주인공들이다. 과연 홍성흔과 조성환의 방망이에 기대를 걸어도 되는 것일까? 홍성흔이 4번을 치고 리그 최악의 수비수인 조성환이 2루를 지키고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시한폭탄일 수 있다.
▲ 불안요소 3 – 양승호 감독은 정대현의 올바른 활용법을 알까?
정대현이 부상을 당해 시즌 초반에 결장한다는 건 그 자체로 큰 타격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남아 있다. 과연 롯데 구단과 양승호 감독은 정대현의 올바른 활용법을 알고 있을까 하는 점이다. 정대현은 이틀 연속 마운드에 올리면 안 되는 투수다. 철저한 관리와 일정 조절을 해줘야만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양날의 검’이란 뜻이다. 다른 투수들처럼 대충 기용하다가는 정대현이라는 비싼 무기를 제대로 써먹지도 못하고 망가뜨릴 수도 있다. 양승호 감독은 ‘정대현 사용법’을 알고 있을까?
▲ 불안요소 4 – 장성우의 공백은 누가 대신하나?
롯데의 주전 포수 강민호는 지난 6년 동안 평균 116경기에 출장했다. 그 어떤 팀의 어떤 포수도 이만한 경기소화능력을 보여주진 못했다. 물론 85년생인 강민호는 아직 젊고 튼튼하다. 하지만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는 것이 포수라는 포지션이고, 그런 만큼 백업 포수의 기량이 중요하다. 작년까지 강민호의 백업 포수였던 장성우는 국방의 의무를 위해 떠났다. 장성우는 꽤나 좋은 유망주였고, 투수들과의 호흡도 좋았다. 개막 엔트리에 포함된 변용선이나 윤여운이 장성우만큼의 신뢰를 줄 수 있을까? 강민호가 가끔 지명타자로 기용되지 못하고 시즌 내내 붙박이 포수로 출장한다면, 그건 또 하나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밖에 없다.
▲ 불안요소 5 – 수비는?
지난 4년 동안 롯데의 수비는 항상 제자리걸음이었다. 1루수가 박종윤으로 바뀌면서 조금은 나아지겠지만, 박종윤이 수비까지 하면서 풀타임을 소화할 체력이 있을지는 아직 두고 봐야 한다. 조성환-김주찬의 수비는 갈수록 나빠지고 있으며, 문규현과 손아섭도 수비에선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그나마 전준우와 황재균 정도가 믿을 만한데, 그 정도론 부족하다. 최근 몇 년간 프로야구의 추세를 보면 3할 치는 돌글러브보다 2할5푼 치는 황금장갑을 보유한 팀들이 좋은 성적을 거둬왔다. 수비에서의 기적과 같은 발전이 없는 한, 롯데의 우승은 불가능해 보인다.
자, 지금까지는 뒷골 땡기게 만드는 불안한 이야기들만 늘어놓았다. 그럼 지금부터는 희망적인 요소를 한번 찾아보자.
▲ 희망요소 1 – 안정된 선발진
많은 이들이 롯데가 지난 4년 동안 가을잔치에 빠지지 않고 참가할 수 있었던 것이 타력 때문인 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그건 지난 2년 간의 결과일 뿐, 2009년만 해도 롯데의 득점력은 8개 구단 중 꼴찌였다. 4년 동안 롯데에 한결 같은 공통점이 있었다면 그건 딱 하나, 바로 매년 3명씩의 10승대 선발투수가 탄생했었다는 점이다. 2008년에는 손민한-송승준-장원준, 2009년에는 조정훈-송승준-장원준, 지난 2년 동안은 사도스키-송승준-장원준이 그 역할을 해왔다. 올해는 장원준이 빠졌지만, 대신 고원준이란 유망주가 있으며, 새 외국인 투수인 유먼에게도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해 LG 같은 특이한 케이스가 아니라면, 10승대 투수 3명을 보유한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은 거의 확실하다 할 수 있다.
▲ 희망요소 2 – 적의 불행은 나의 행운
프로야구는 엄연히 경쟁이다. 따라서 비정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적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 되기도 한다. 좌타자가 워낙 많아 항상 상대하기 껄끄러웠던 LG는 2명의 선발요원을 잃어버렸고, 4강 경쟁팀인 KIA는 이종범의 은퇴로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게다가 다크호스로 지목된 한화도 박찬호의 컨디션이 별로인 듯하여 그다지 걱정하지 않아도 될 분위기다. SK도 김광현과 송은범 등이 시즌 초반 전력에 보탬이 되지 않을 전망. 롯데가 스스로만 정신 똑바로 차리고 매 경기 최선을 다한다면, 지난 시즌 이상의 성적을 낼 수도 있을 정도로 주변의 분위기(?)가 롯데 쪽으로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이게 끝이다. 개인적으로는 어떻게든 불안요소와 희망요소의 균형을 맞추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럴 수가 없었다. 아무리 찾아봐도 희망적인 요소가 더 이상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대호가 없는 상황에서 전준우와 손아섭이 또 한 번의 기적적인 성장을 해줄 것인지, 최대성과 김수완이 올해는 껍질을 벗고 포텐셜을 터뜨려 줄는지, 이승화가 타력에서 좀 더 괜찮은 모습을 보여주며 수비에 힘을 실어줄 것인지 등, 나머지 모든 부분들은 의문요소일 뿐이다.
실제로 롯데는 그토록 강점을 보이던 시범경기에서조차 꼴찌를 기록했고, 심지어 LG보다도 나쁜 팀 방어율을 기록했다. 과연 올 시즌의 롯데에 희망을 걸어도 되는 것일까? 지난 4년 동안은 롯데의 4강 진출을 거의 확신했던 필자조차도 올해만큼은 장담할 수 없는 상황, 이번에도 선수들이 예상치 못한 반전을 일으켜주길 기대하는 수밖에.
// 카이져 김홍석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P.S. 그러고보니 이 글이 블로그 통산 2,000번째 글이로군요. 세월이 지나면서 이곳 블로그에도 역사(?)가 묻어나는 것 같습니다. 올 시즌도 잘 부탁드립니다~!!^^
블로거는 독자 여러분의 추천(View On)을 먹고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