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 동안 프로야구계를 가장 들썩이게 했던 시합을 하나만 꼽자면 11일 청주구장 한화-롯데전의 대역전극이라고 할 수 있다. 0-7로 뒤지던 한화가 15-9로 역전승을 거뒀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화제가 됐지만, 더 큰 논란이 되었던 것은 역전 주자의 득점이 주심의 ‘오심’으로 인한 득점이었기 때문이다.
상황은 이랬다. 한화의 맹추격으로 7-7 동점을 만든 7회 2사 1,2루 상황에서 오선진이 우익선상을 가르는 안타를 쳤다. 2루 주자 최진행이 홈으로 쇄도했지만, 전진수비하고 있던 우익수 손아섭의 송구로 인해 타이밍상 아웃이 확실해 보였다. 그런데 최진행이 순간적으로 기지를 발휘해 태그를 피하기 위해 점프한 후 홈을 밟았고, 심판은 그 득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나중에 느린 화면으로 확인해본 결과, 최진행이 홈을 밟기 전에 강민호가 엉덩이 부분에 태그를 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심이 나오면서 롯데의 위기는 계속됐고, 이후 멘탈이 붕괴된 롯데의 불펜은 5점을 추가로 헌납하며 경기의 분위기를 한화 쪽으로 완전히 넘겨주고 말았다. 동점 상황에서 공수교대가 되었다면 롯데의 재역전도 얼마든지 가능한 분위기였기에, 잘못된 판정에 대한 아쉬움은 무척이나 컸다.
특히나 롯데 팬들의 반응은 매우 격렬했다. 정확한 판정을 하지 못한 권영철 심판의 사과와 더불어 KBO 차원에서의 징계가 뒤따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일부는 퇴출 서명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롯데가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었던 터라, 잘못된 판정에 대한 팬들의 분노가 더욱 컸던 것이다.
과거에도 이처럼 오심과 관련된 논란은 항상 있어왔다. 21세기로 들어오면서 달라진 점이 하나 있다면, 모든 경기가 방송으로 중계되면서 리플레이를 통해 해당 장면을 꼼꼼히 되돌려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번의 오심 역시 당사자인 포수 강민호조차도 확신하지 못했을 정도로 당시 현장에서 그 상황을 명확하게 인지한 사람은 없었다. 진실은 중계진과 TV를 시청하던 시청자들만이 알고 있었을 뿐이다. 기술의 발전이 심판의 판정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만든 셈이다.
그렇다면 해결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과거에는 시간을 되돌릴 수 없었기에 한번 내려진 판정이 번복되는 일이 매우 드물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제는 화면을 통해 시간을 멈출 수도, 되돌릴 수도 있다. 따라서 일부 야구 관계자들과 팬들이 끊임없이 주장하는 ‘비디오 판독의 확대’가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 기술의 발전이 심판의 권위를 위협할 수도 있지만, 같은 이유로 더 정확한 판정을 내리는 것도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현재 프로야구에서의 비디오 판독은 홈런 타구에 한해서만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 범위를 확대할 경우 심판의 입지가 더욱 줄어들어 경기를 주도적으로 이끌 수 없게 되고, 판독을 요구하는 항의가 잦아지면 경기 시간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디오 판독을 통해 잘못된 판정을 바로 잡는 것이 심판의 권위를 추락시키는 일인지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어차피 오심이 범해지면 리플레이 화면을 통해 대부분 밝혀지는 지금이다. 오히려 현장에서 잘못된 판정을 바로잡지 못하기 때문에 심판의 권위가 팬들 사이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경기 시간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오심으로 보이는 판정이 한번 나오면 그에 대한 항의로 경기가 몇 분씩 지연되는 일은 다반사다. 그럴 바엔 경기에 출장하지 않고 대기하고 있는 5번째 심판이 비디오 판독을 전담하여 즉각적으로 정확한 판단을 내려주는 편이 훨씬 더 원활한 경기진행을 가능하게 만들어줄 수도 있다.
물론 비디오 판독의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KBO와 심판들의 노력은 물론, 각 방송사와도 긴밀한 협의가 있어야 한다. 비디오 판독을 시행하면서도 판정의 사각이 생기는 일은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확실한 판정의 범위를 정하고, 중계 카메라의 위치 등도 모두 고려하여 규정에 따라야만 비디오 판독 확대의 의미가 있다.
중요한 건 오심만큼 팬들을 화나게 만들고, 선수들을 허탈하게 만드는 일은 없다는 점이다. 정확한 판정을 위한 KBO와 심판진들의 노력과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 카이져 김홍석 [사진출처 : Osen.co.kr, 삼성 라이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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