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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변화된 넥센 타선, 진짜 ‘머니볼’을 보여주다!

by 카이져 김홍석 2012. 5. 16.

넥센 히어로즈의 타선이 달라졌다. 28경기를 치른 현재 넥센은 총 141득점으로 8개 구단 중 가장 많은 점수를 내고 있다. 꼴찌 후보라던 당초의 예상을 비웃듯 개막 이후 꾸준히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으며, 현재 5할 승률로 공동 4위에 올라 있다. 이 역시 타력이 뒷받침 되고 있는 덕분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넥센 타선의 올 시즌 모습이 <머니볼>로 유명한 2000년대 초반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타선과 많은 부분 닮아 있다는 점이다.

 

<머니볼>은 빌리 빈 오클랜드 단장의 이야기를 닮은 책이다. 미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어 엄청난 판매고를 기록했고, 우리나라 야구팬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그리고 책 속에 나오는 빈 단장의 야구 철학은 머니볼 이론이라 일컬어지며 함께 유명세를 탔다.

 

그러나 이 머니볼 이론은 오해의 여지가 많다. 이름에 이 들어가기 때문인지, 아직도 많은 야구팬들은 돈 없는 구단이 이기는 야구를 하는 방법정도로 인식하는 경향이 짙다. 그러나 실제로 머니볼 이론은 돈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오클랜드는 2000년대 초반 머니볼 이론을 바탕으로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정작 포스트시즌에서는 단 한 번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번번이 뉴욕 양키스나 보스턴 레드삭스 같은 강팀들이 그들의 앞을 가로 막았기 때문. 그리고 정작 머니볼 이론을 완성시켜 두 번의 우승을 차지한 구단은 메이저리그에서도 돈 많기로 유명한 보스턴 레드삭스였다.

 

머니볼 이론의 핵심은 돈이 아닌 선수평가 기준에 있다. 간단히 요약하면 타자의 경우 타율보다는 출루율이나 장타율이 훨씬 중요하고, 도루는 실질적인 득점에 별 도움이 되지 않으며, 홈런이야말로 득점을 만들어내는 가장 효과적이고 확실한 방법이라는 것이 머니볼 이론의 핵심이다.

 

이는 야구를 통계로 풀어나가고자 했던 빌 제임스의 세이버매트릭스에서 말하는 바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으로, 빈 단장은 이 세이버매트릭스의 신봉자 중 하나였다. 2004년과 2007년 보스턴의 우승을 이끈 테오 엡스타인(현 시카고 컵스 단장) 역시 빌 제임스를 구단 고문으로 초빙하여 통계에 입각한 야구를 추구했고, 그 결과 밤비노의 저주를 깰 수 있었다.

 

팀 득점 1위인 넥센의 팀 타율은 .249 8개 구단 중 6위에 불과하다. 1위에 올라 있는 두산의 .279와는 그 격차가 제법 크다. 그럼에도 더 많은 득점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넥센이 29개의 홈런으로 팀 홈런 부문 단독 1위에 올라 있으며, 팀 장타율(.402) 역시 8개 구단 중 유일하게 4할대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넥센 타선의 순수 장타율(장타율-타율)은 다른 팀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월등하며, 안타 가운데 장타비율이 무려 35.5% 2위 그룹과 7% 가까운 차이를 보인다. 타율이 낮은 만큼 팀 출루율은 낮은 편(.336-7)이지만, 넥센은 3번째로 많은 131개의 4사구를 얻어내고 있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더한 OPS는 리그 2(.738).

 

유격수로서 30홈런과 홈런왕을 동시에 노리는 강정호(11홈런 26타점)가 리그 홈런-타점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박병호(5홈런 24타점)는 홈런 5, 타점 3위에 올라 있다. 발만 빠른 타자로 알았던 장기영조차도 4개의 홈런을 쏘아 올리는 등 홈런 군단의 명성을 굳혀가고 있다.

 

타율이란 통계의 허상에 대해서는 세이버매트리션이라 불리는 야구 전문 통계학자들에 의해 오래 전부터 지적되어 왔고, 이제는 많은 야구인들도 이에 동의하고 있다. 넥센의 야구는 정확도는 없지만, 좀 더 많이 걸어나가고, 더 많은 장타를 때려냄으로써 리그 최고 수준의 득점력을 보여주고 있다.

 

히어로즈가 창단될 당시, 이장석 사장과 박노준 당시 단장은 오클랜드를 본받아 머니볼 야구를 추구하겠다는 발언을 한바 있다. 그러나 히어로즈가 오클랜드와 닮아 있었던 부분은 자금이 모자라 주력 선수들을 팔아 치운다는 점 말고는 없었다.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난 지금에야 적어도 타력 쪽에서는 머니볼 야구와 많이 가까워진 상태다. 물론 그것이 의도한 결과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 카이져 김홍석 [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 이 글은 <마니아리포트>에 기고한 글입니다.(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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