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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강민호에게 지금 필요한 건 ‘적절한 휴식’

by 카이져 김홍석 2012. 5. 30.

야구에서도 선수들이 하기 꺼려하는 힘든 역할이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포수. 혹자는 포수를 두고 야구의 3D 업종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만큼 힘들고 어려운 포지션이라는 뜻이다.

 

포수는 다른 야수들과는 다르다. 투수와의 호흡을 통해 좋은 피칭을 이끌어 내야 하고, 그와 동시에 수비의 중추로서 경기 전체를 조율해야 한다. 포수가 중심을 잡아주지 못하면 그 팀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포수는 체력 소모가 매우 큰 포지션이다. 수비하는 내내 무거운 장비를 착용하고 쪼그려 앉아 있어야 하니, 그것만으로도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그런데 100개가 훨씬 넘는 공을 받아야 하고, 그 공을 던질 때마다 투수와 사인을 교환해야 한다. 상대 주자의 도루도 막아야 하고, 가장 거친 슬라이딩이 들어오는 홈에서 주자와 몸싸움을 벌일 때도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구단들이 주전 포수들에게 적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하고 있다. 일부러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지면 경기 후반 들어 일찍 교체해주거나, 아예 휴식일을 따로 정해서 쉴 수 있게 해주기도 한다. 주전 포수 한 명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운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쉬지 못하는 포수도 있다. 롯데 자이언츠의 주전 안방마님인 강민호가 그렇다. 롯데는 포수 포지션에서 강민호 한 명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지난해까지 백업으로 나름 괜찮은 활약을 펼쳐줬던 장성우가 입대하는 바람에 올해 들어서는 그 정도가 더 심하다.

 

롯데는 지금까지 41경기를 치렀고, 366이닝 동안 수비를 했다. 그리고 그 중 무려 330이닝 동안 강민포가 포수 마스크를 쓰고 홈플레이트 위에 앉아있었다. 무려 90%가 넘는 비율이다. 백업 포수인 윤여운과 김사훈이 강민호의 자리를 대신한 것은 합쳐서 고작 30이닝가량에 불과했다.

 

강민호 다음으로 많은 이닝을 소화한 포수는 두산의 양의지(241이닝) SK 조인성(235이닝)이다. 강민호는 이들보다 무려 90이닝이 넘게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경기로 치면 10경기가 넘는다. 양의지와 조인성의 수비 출장 비율은 70%도 되지 않는다. 체력적인 면을 고려하여 감독들이 꼬박꼬박 휴식을 보장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강민호는 롯데가 치른 41경기에 모두 출장했다. 포수가 전경기에 출장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다소 상식을 벗어난 상황이다. 강민호는 롯데의 확실한 주전 포수가 된 2005년 이후 지난해까지 연평균 116경기에 출장했다. 8개 구단 전체 포수들 가운데 당연히 최다 기록이며, 야수들 중에도 이만한 경기에 출장한 선수가 많지 않다. 아무리 강민호가 아직은 젊고(85년생) 체력적으로도 우수한 편이라곤 하지만, 이렇게 피로가 쌓이다 보면 언젠가는 그 끝이 보이기 마련이다.

 

물론 강민호는 팀의 포수일 뿐 아니라, 타격의 중추이기도 하다. 지난 5년 동안 평균 17개의 대포를 쏘아 올린 홈런 타자이며, 리그에서 가장 무서운 6번 타자로 평가받고 있다. 강민호가 가만히 앉아서 쉴 수 없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양승호 감독에게도 강민호를 빼고 경기를 조율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포수라는 포지션을 소화하고 있는 이상 어느 정도의 휴식은 필수적이다. 포수 출신인 SK 이만수 감독이 조인성을 어떻게 기용하는지를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조인성 역시 강민호와 마찬가지로 팀의 주전 포수이자, 중심 타자 중 한 명이다. 그럼에도 이만수 감독은 타력의 감소를 각오하고서라도 조인성의 휴식을 보장해준다. 당장은 조인성의 타격이 아쉬울지 몰라도, 장기레이스에서 승리하려면 그 휴식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경기를 살펴보면 시합 막판이 되면 강민호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듯한 모습을 종종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지고 있는 경기나, 점수 차가 큰 경기에서 그런 경우가 많다. 29일에 벌어진 LG와의 경기에서도 강민호는 사실상 끝까지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9회가 되자 블로킹 등에서 실수를 범하기 시작했다. 결국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겨두고 교체됐는데, 이미 강민호의 체력은 방전된 이후였다.

 

아쉽게도 롯데는 지명타자 자리가 고정이다. 다른 포지션의 수비가 불가능한 홍성흔이 버티고 있기 때문. 홍성흔이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로 팀의 사기를 북돋아주고, 4번 타자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해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팀 전체로 보면 지명타자의 자리가 고정되어 있다는 것은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강민호가 일주일에 한번씩만 지명타자로 출장해 수비에 대한 부담이라도 떨칠 수 있었다면, 이처럼 체력적인 문제로 힘들어하진 않았을 것이다.

 

믿을 수 있는 백업 포수가 없는 상황에서 홀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강민호. 포수로서 매년 많은 경기를 출장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가 겉으로 보여지는 것 이상으로 자기 관리를 잘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지금의 강민호는 지쳐 보인다. 강민호에게 지금 필요한 건 적절한 휴식이다.

 

// 카이져 김홍석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 이 글은 <마니아리포트>에 기고한 글입니다.(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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