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1일 사직에서 펼쳐진 경기는 5할 수성이 걸려 있는 LG는 물론, 1위 탈환을 노릴 수 있었던 롯데의 입장에서도 아주 중요한 경기였다. 경기는 송승준과 리즈, 두 선발 투수 간의 치열한 투수전 속에 1-1 동점인 상황에서 9회를 맞이했다. 경기는 그때부터 요동치기 시작했다.
9회 초 LG는 1사 만루의 찬스를 잡았고, 타석의 서동욱은 2루수 땅볼을 때리고 말았다. 2루수-포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가 되어 이닝이 끝날 수도 있었던 상황. 하지만 포수 강민호의 송구가 옆으로 치우치면서 1루수 박종윤은 다리를 있는 대로 뻗어서야 간신히 공을 잡을 수 있었다. 타이밍상으론 타자 주자의 아웃이 확실했지만, 1루심은 세이프를 선언했다. 박종윤의 다리가 베이스에서 떨어졌다는 이유였다. 아쉽게 위기를 마무리하지 못한 롯데는 결국 대타 윤요섭에게 2타점 2루타를 얻어맞고 1-3으로 패했다.
이 경기의 1루심은 한국야구위원회(KBO) 심판위원 오석환(48) 차장이었다. 오석환 심판은 올해로 23년째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는 베테랑으로, 지난 5월 4일 KIA-넥센전에서는 통산 2,215경기 출장을 달성하며 ‘역대 심판위원 최다 경기 출장’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쓰기도 했다. 말 그대로 ‘심판계의 살아있는 전설’ 중 한 명이다.
하지만 롯데 팬들은 오석환 심판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편이다. 오석환 심판이 저지른 몇 번의 오심 가운데 롯데와 관련된 경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오심들이 매우 중요한 상황에서 나왔었기에 쉽게 잊혀지지도 않는다.
2008년 6월 1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두산의 경기. 롯데가 4-2로 앞서나가고 있던 5회초 가르시아가 내야 깊숙한 타구를 때린 뒤 1루를 향해 전력으로 질주했다. 그 결과 1루수 안경현이 공을 잡기 전에 베이스를 밟았지만, 정작 1루심은 아웃을 선언했다. 가르시아와 로이스터 감독이 거세게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그 판정 하나로 경기의 흐름이 바뀌면서 롯데는 4-9로 역전패 당하고 6연패의 늪에 빠져들었다. 경기 후 조종규 심판위원장 조차 “리플레이를 확인해보니 심판의 실수가 맞다. 이럴 때마다 팬들에게 죄송한 생각이 든다.”고 인정했을 정도의 명백한 오심이었다.
2009년 7월 16일 롯데와 한화의 사직구장 경기, 프로야구 사상 최초의 4연속 완봉승을 노리고 출격한 송승준이 마운드를 지키고 있었다. 3회 초 강동우가 2루타를 치고 나간 상황에서 김민재가 좌전 안타를 때렸다. 타구가 그다지 뻗어나가지 않았음에도 강동우는 홈으로 쇄도했고, 결국 포수 최기문의 블로킹에 막혀 홈 플레이트는 건드리지도 못했다. 그런데 주심은 이를 세이프로 판정했고, 송승준의 대기록 도전은 거기에서 멈추고 말았다.
오석환 심판은 이 두 번의 결정적인 오심을 저지른 장본인이다. 심판도 사람인 만큼 실수를 할 수도 있지만, 그 타이밍이 너무나 공교로웠다. 이런 일이 몇 번 반복되자 롯데 팬들은 오석환 심판이 롯데 경기에 배정되는 날에는 판정 하나하나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다.
31일 경기에서도 관중들은 판정에 불만을 표시하며 오석환 심판을 향해 야유를 퍼붓기 시작했고, 그 중에는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물병을 던지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자 오석환 심판 역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한 채 오물을 발로 차면서 관중석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이에 팬들은 더욱 분노했고, 경기가 끝난 직후부터 KBO 게시판을 통해 거세게 항의했다. 오석환 심판의 이름이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을 정도.
하루 전인 30일 경기에서 홍성흔에게 ‘3피트 아웃’을 선언했던 3루심도 바로 오석환 심판이었다. 논란이 된 두 판정 모두 리플레이 화면을 통해서도 명확한 판단을 내리기 어려울 정도로 애매한 상황이었고, 카메라가 다양한 각도에서 잡지도 못했다. 가장 가까이에 있던 심판이 정확한 판단을 내렸다고 봐야겠지만, 이미 오석환 심판에 대해 안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 롯데 팬들은 ‘팀을 패배로 몰아 넣은 오심’이라며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우연히 반복된 실수는 불신을 낳고, 불신은 또 다른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마련이다. 31일 경기에서 나온 판정 논란 역시 이미 존재했던 불신에서 비롯된 오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또한 앞서 저질렀던 실수에서 비롯된 것임은 잊어서 안 된다. 이번 사건에서 오석환 심판의 잘못이 있었다면, 그건 판정 자체보다는 이후에 관중을 향한 태도였는지도 모른다.
// 카이져 김홍석 [사진=일간스포츠, Osen, 스포츠서울]
☞ 이 글은 <마니아리포트>에 기고한 글입니다.(링크)
P.S. 몇 년 전 지금은 은퇴한 이종범이 자신에게 오물을 던진 관중과 싸울 뻔했던 사건을 기억하실 겁니다. 당시 상당수의 팬들은 오히려 그런 이종범을 옹호했었습니다. 사람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죠. 그러나 이후 이종범은 “프로선수답지 않은 행동이었다”며 팬들을 향해 정중히 사과했습니다. 그라운드 위에서 ‘프로다운 행동’을 보여야 하는 이가 과연 선수와 코칭스태프뿐일까요? 팬들의 사랑을 통해 먹고 산다는 점은 심판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툭 까놓고 말해 오심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심판이 관중을 무시하는 듯한 행동과 태도를 취하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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