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그랬다. 롯데의 야구는 마치 ‘마약’과도 같다고. 한번 중독되면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로 치명적인 유혹을 담고 있다고. 그만큼 롯데 자이언츠의 야구가 특별하면서도 남들이 가지지 못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하다. 따라서 학교에서부터 우리들은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는 약한’ 사람이야 말로 진정한 ‘대인배’라고 배워왔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 그런 대인배를 찾아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스포츠의 세계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보다 강한 상대를 만나면 위축되어 오히려 평소 실력의 절반도 못 내보이는 선수들(팀)이 태반이고, 상대적으로 약한 상대와 싸울 때는 기가 막힌 플레이를 연속으로 성공시키며 상대를 압도하곤 한다. 프로야구 역시 그런 틀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보면 확실히 롯데라는 팀은 ‘대인배’다운 플레이를 한다. 강자를 상대로는 유독 강하고, 약자를 상대로는 이상하리만치 약하기 때문. 이것이 프로 스포츠에서의 팀 성적에 도움이 되는지는 의문이지만, 적어도 팬들의 관심만큼은 확실하게 끌 수 있다.
지난 한 주 동안 롯데는 2승 3패를 기록, 2위에서 3위로 한 계단 내려섰다. 흥미로운 점은 이 2승이 국내 최고의 좌-우완 투수로 평가되는 류현진(한화)-윤석민(KIA)과의 맞대결에서 거둔 승리라는 점이다. 반대로 3패는 롯데의 일방적인 우세가 예상되던 시합에서 맥 없이 당한 패배였다.
지난 5일(화) 한화와의 경기에서 롯데 선발은 이용훈이었다. 당시 이용훈은 롯데의 국내파 선발 중 가장 컨디션이 좋은 상태였고, 상대 선발 김혁민과의 맞대결에서도 충분히 승리를 거둘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롯데 야수들은 3~4회에만 무려 3개의 실책을 범하며 8점을 헌납했고, 타석에서도 2득점에 그치며 김혁민에게 데뷔 첫 완투승을 선물하고 말았다.
6일 경기에서는 송승준이 한화의 임시 선발 송창식과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이 경기 역시 누가 보더라도 롯데의 우세가 예상되던 상황. 하지만 롯데 타선은 송창식을 상대로 또 다시 침묵했고, 경기 내내 끌려가더니 결국 2-3으로 패했다. 롯데 팬들은 실망을 감추지 못했고, 다음날 한화의 선발이 ‘괴물’ 류현진으로 이미 예고가 되어 있던 터라 대다수의 전문가와 팬들은 한화의 스윕을 예상하기 시작했다.
7일 경기에서 류현진을 상대할 롯데 선발은 진명호. 아니나다를까 진명호는 경기 초반 5실점하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그런데, 이때부터 반전이 시작됐다. 롯데 타자들이 류현진을 기대 이상으로 잘 공략하며 5회까지 3득점, 그리고 류현진이 마운드에서 내려간 이후 7회와 9회에 각각 3점씩 얻으며 0-5로 지고 있던 경기를 9-7로 뒤집는데 성공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약자였던 김혁민과 송창식을 상대로는 매우 약했던 롯데 타자들이 류현진을 상대로는 강세를 보이면서 자신들이 ‘대인배’임을 증명한 경기였다.
류현진이란 거대한 산을 넘은 상승 분위기 속에 롯데는 최근 12번의 맞대결에서 모조리 승리를 거뒀던 KIA를 사직에서 만났다. 9일 경기 롯데 선발은 팀 내에서 가장 좋은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던 유먼, KIA 선발은 김진우였다. 기세로 보나 선발 매치업으로 보나 이번에는 롯데의 우세가 예상되던 상황. 하지만 롯데는 김진우를 상대로 6회까지 1점밖에 얻지 못하는 등 고전했고, 간신히 2-1로 역전시킨 상황에서 9회를 맞았지만 이번에는 마무리 김사율이 불을 지르는 바람에 연장까지 간 끝에 3-4로 패했다. 무려 4일 연속 팬들의 예상이 엇나간 결과가 나왔고, 스포츠토토 프로토 게임을 즐기던 팬들은 패닉에 빠지고 말았다.
10일 경기에서 KIA는 윤석민을 내세웠다. 롯데 선발 사도스키는 올 시즌 내내 기복 심한 피칭을 이어가고 있었고, 앞선 등판에서는 골반 통증 때문에 일찍 마운드에서 내려오기도 했다. 당연히 KIA의 압도적 우세가 예상된 경기였다. 하지만 역시 롯데는 ‘대인배’였다. 전날 3점밖에 얻지 못한 타선이 3회 말에만 김주찬의 비디오 판독 홈런을 포함해 대거 5득점, 윤석민을 무너뜨리고 6-3 승리를 따낸 것이다.
김혁민-송창식-김진우가 등판한 경기에서는 모두 합쳐 7점밖에 얻지 못했으면서, 류현진-윤석민이 등판한 경기에서는 무려 15점을 얻으며 승리를 따낸 롯데 타선. 그런 특성이 팀 성적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고 있지만, 팬들은 그런 롯데 야구를 보면서 희로애락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이것이 진짜 롯데 야구의 매력이 아닐까.
// 카이져 김홍석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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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스포츠토토 프로토 게임의 배당률을 살펴보면 팬들이 해당 경기에 대해 어떤 예상을 하고 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팬들의 배팅 비중에 따라 배당률이 결정되기 때문인데, 야구는 원래부터 의외성이 많은 종목이라 2배가 넘는 배당률은 잘 나오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지난주 롯데가 치른 5경기는 모두 역배당이 터졌고, 모두 2배가 넘거나 그에 가까운 고배당이었다. 일반적인 예상대로 배팅을 한 팬들은 모두 눈물을 흘렸고, 의외의 한방을 노리고 역배당에 건 팬들은 활짝 웃을 수 있었다. 롯데 야구는 이래서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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