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야구가 개막한지 어느덧 두 달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1위와 7위 간의 승차가 3.5게임에 불과할 정도로 ‘절대강자’가 없는 순위 구도는 팬들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그 결과 전체 일정의 3분의 1을 갓 넘긴 시점에서 300만 관중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각 팀의 전력이 평준화된 상황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순위 다툼으로 인해 현장의 코칭스태프는 매 경기마다 속이 타지만, 지켜보는 팬들은 즐겁기만 하다. 올 시즌 프로야구의 초반이 끝나고 본격적인 여름으로 돌입하는 시점, 각 팀에서 가장 공헌도가 높은 선수들을 살펴봤다.
▲ SK – ‘전천후 불펜 요원’ 박희수
김광현과 송은범, 그리고 로페즈까지 부상으로 선발진에서 이탈한 상황. SK는 8개 구단 중 가장 취약한 선발진을 가지고 시즌을 소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리그 2위권의 팀 평균자책점(3.89)을 기록하며 현재 1위를 달릴 수 있었던 것은 불펜의 힘 덕분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전천후 불펜 요원’ 박희수(29)가 있다.
‘여왕벌’ 정대현과 이승호가 모두 롯데로 떠난 상황 속에서도 SK의 불펜이 이만큼 버틸 수 있는 건 모두 박희수의 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총 24경기에 등판해 32⅔이닝을 소화하며 3승 2세이브 15홀드, 평균자책점 0.83이란 놀라운 성적을 기록 중이다. 구원투수임에도 삼진을 무려 42개나 잡아내 이 부문 9위에 올라 있으며, 1할대의 피안타율(.183)은 30이닝 이상 투구한 투수들 가운데 1위. 단 한 번도 동점이나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으며(블론 세이브 0), 최근에는 정우람을 대신해 마무리투수의 역할도 겸하고 있다. 모든 구단의 감독들이 부러워할 만한 투수다.
▲ 롯데 – ‘이대호의 자리를 대신한’ 홍성흔
지난해까지의 롯데는 분명 리그 최강의 타력을 자랑하는 막강 화력의 팀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가 있었다. 이대호는 현재 일본에서 연일 맹타를 휘두르고 있고, 그의 빈자리를 대신한다는 건 여간 부담스런 일이 아니다. 그렇게 보면 홍성흔(36)은 지금까지 정말 잘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42경기에 출장해 6홈런(공동 8위), 36타점(공동 3위), 타율 .305(공동 9위). 5월 한때 크게 부진한 적도 있었지만, 이만하면 한 팀의 4번 타자로서 어디에 내놔도 뒤쳐지지 않는 성적이다. 특히 홍성흔의 지난 시즌 성적이 6홈런 67타점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 오프시즌 동안 그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를 알 수 있다. 전준우, 손아섭, 황재균 등 주축 타자들의 나이가 어린 롯데가 이대호의 공백 속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던 것도 홍성흔이 중심을 잘 잡아준 덕분이다.
▲ 넥센 – ‘홈런왕을 노리는 유격수’ 강정호
로이스터 감독의 롯데가 보여줬듯이 좋은 타격은 ‘자신감’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현재까지 넥센은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뛰어난 득점력을 기록 중이며, 그것은 그 어떤 전문가도 예측하지 못한 결과였다. 이제는 넥센 선수들 스스로도 자신감을 가지고 타격에 임하고 있는데, 시즌 초반 그 자신감을 심어준 주인공은 홈런 레이스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강정호였다.
46경기에 모두 출장해 14홈런 40타점 40득점 타율 .342를 기록 중인 강정호는 홈런-득점-장타율(.671) 1위, 타점과 타율은 2위에 올라 있다. 개막과 동시에 터지기 시작한 강정호의 홈런포는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으며, 30홈런 돌파와 홈런왕 등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상 첫 유격수의 탄생을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그리고 만약 그 꿈이 이뤄진다면, 시즌 MVP라는 세 번째 토끼 사냥도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 두산 – ‘최고의 마무리’ 프록터
지난해의 명성을 증명하고 있는 니퍼트(6승 3패 평균자책 3.12)나 올 시즌 기대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며 리그 정상급 에이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이용찬(5승 4패 2.20)의 활약도 대단하다. 하지만 그 보다는 프록터(35)의 존재감이 돋보인다. 올해의 두산은 ‘웅담포’가 실종되어 득점력이 예년만 못한 상황, 그렇기에 적은 점수차 속에서 팀의 승리를 지켜주는 프록터의 존재가 더 없이 고맙기만 하다.
프록터는 현재까지 20경기에 등판해 15세이브(1위), 평균자책점 0.92를 기록 중이다. 당연히 블론 세이브는 단 하나도 기록하지 않고 있으며, 피홈런 ‘제로’의 완벽한 피칭을 이어가고 있다. 올 시즌 프록터의 피칭은 지난해 오승환의 그것을 연상케 할 정도로 믿음직스럽다.
▲ LG – ‘LG의 5할 승률 지킴이’ 유원상
올 시즌 최고의 셋업맨은 박희수, 최고의 마무리는 프록터다. 하지만 ‘가장 팀 공헌도가 높은 구원투수’를 꼽으라면 유원상(26)의 이름을 먼저 떠올리는 팬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올 시즌 LG 투수진에서 유원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27경기에 등판해 전체 구원 투수 가운데 가장 많은 38⅓이닝을 소화했고, 1승 1패 2세이브 10홀드 평균자책점 1.17을 기록 중이다. 팀의 필요에 따라 때로는 원포인트 릴리프로, 어떤 때는 3이닝 이상을 던지는 롱 릴리프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LG의 5할 승률을 지켜내고 있는 1등 공신은 다른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유원상이다.
▲ 삼성 – ‘돌아온 국민타자’ 이승엽
‘라이언 킹’이 돌아왔다. 9년만의 한국무대 복귀임에도 그의 방망이는 여전히 녹슬지 않았다. 45경기에서 10홈런(4위) 36타점(3위) 타율 .337(3위)을 기록 중인데, 최다안타(60개-2위)와 장타율(.584-4위) 등 도루를 제외한 타격 7개 부문에서 모두 7위권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개인 통산 6번째 3할-30홈런-100타점도 가능한 상황, 믿었던 최형우가 극심한 부진에 빠진 상황에서 삼성의 자존심을 살려주고 있는 건 역시 ‘국민타자’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은 이승엽이었다.
▲ KIA – ‘제대로 매운 고추’ 김선빈
사실 현재 KIA에서 개인 성적으로 돋보이는 선수는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믿었던 윤석민 마저 작년만 못한 상황이고, 외국인 선수 농사도 벌써 흉작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안치홍(22)-김선빈(23)의 젊은 키스톤 콤비가 공-수에 걸쳐 팀을 이끌고 있다는 점인데, 그 중에서도 특히 김선빈의 활약이 돋보인다. 김선빈은 현재 타율 5위(.327), 출루율 3위(.416), 도루 5위(12개)에 오르며 팀의 테이블세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렇게 잘하고 있는 김선빈의 득점이 24개(공동 15위)에 불과한 것은 부실한 중심타선이 도와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 한화 – ‘타격기계가 되어 돌아온’ 김태균
사실 팬들이 김태균(30)에게 기대했던 것은 타율보다는 홈런이었다. 현재 김태균이 기록 중인 5개의 홈런은 그 명성에 비하면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이 사실, 그러나 타율이 4할대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김태균은 46경기에서 160타수 68안타를 기록, 당당히 .425의 압도적인 타율로 이 부문 1위에 올라 있다. 최다안타와 출루율(.515)까지 타격 3개 부분에서 1위에 올라 있는 김태균을 보면서 많은 팬들은 30년만의 4할 타자 탄생을 기대하고 있다. 힘들다는 것을 알면서도 혹시나 하게 되는 것은 김태균의 4월(.460)과 5월(.410)의 월간 타율이 모두 4할을 넘었기 때문. 그는 홀로 순위 다툼에서 멀어진 듯한 꼴찌 한화의 자존심이다.
// 카이져 김홍석 [사진제공=프로야구 8개 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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