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은 괜찮다고 말한다. 정말 괜찮다며 자신을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그런데 우린 안 괜찮다. 류현진은 괜찮다고 말하지만, 그를 지켜보는 팬들의 마음은 불편하기만 하다. 그에게 걸고 있는 기대가 너무 크기 때문일까? 류현진의 지금 현재가 너무나 마음에 안 든다.
류현진은 올 시즌 극심한 불운에 시달리고 있다. 13경기에 등판해 3.07의 수준급 평균자책점을 기록했음에도 성적은 2승 4패, 승수보다 패전이 두 배나 많다. 이게 말이나 되는가. 류현진은 13경기 중 9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다. 그러나 그에게 돌아온 것은 2승 뿐이었다.
사실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뜻하는 퀄리티스타트(Quality Start, QS)란 기록은 선발투수가 제 몫을 했느냐를 알아보는 지표일 뿐, 승리투수의 자격을 나타내는 기록은 아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미국에서는 퀄리티스타트 플러스(QS+, 7이닝 이상 3자책 이하)라는 지표를 따로 사용한다. 하지만 그 역시 조금은 부족하다.
예전에 LG 트윈스의 봉중근은 “에이스라면 7이닝을 2실점 이하로 막아야 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에이스의 자격을 말하는 것이겠지만, 조금만 틀어서 생각하면 7이닝을 2실점 이하로 막아내면 승리투수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자책점이 아닌 실점이 기준인 만큼, 동료들의 실수조차 투수가 커버해야만 가능한 피칭이다.
이런 에이스급 피칭을 두고 ‘하이 퀄리티스타트(이하 HQS)’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류현진은 올 시즌 9번의 QS 중 8번이 HQS였다. 그리고 다른 투수들의 HQS를 살펴보면 올 시즌의 류현진이 얼마나 운이 없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아래는 올 시즌 선발승 기준으로 5승 이상을 기록 중인 투수들의 HQS 횟수를 나타낸 것이다. 괄호 안은 QS 횟수다.
9승 – 장원삼 4회(7), 니퍼트 9회(11), 주키치 6회(14)
8승 – 탈보트 2회(8), 나이트 8회(14), 배영수 3회(8)
7승 – 이용찬 5회(9)
6승 – 유먼 5회(10), 앤서니 2회(6), 밴헤켄 0회(10)
5승 - 이용훈 2회(6), 고든 1회(7), 사도스키 2회(7), 윤석민 5회(7)
올 시즌 전체 선발 투수들 가운데 류현진보다 많은 HQS를 기록한 선수는 니퍼트뿐이다. 그리고 그 니퍼트는 HQS 숫자와 동일한 9승을 거뒀다. 그 다음으로 많은 HQS를 기록한 나이트 역시 동일한 숫자의 승수를 챙겼다. 그런데 나이트와 같은 HQS를 기록한 류현진의 승수는 고작 2승이다.
HQS가 4번에 불과하고 QS도 7번밖에 달성하지 못했음에도 9승으로 다승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는 장원삼은 류현진과는 대척점에 있는 ‘행운의 사나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장원삼의 경우는 또 다른 극단이라 할 수 있겠지만, 다른 선수들의 기록을 봐도 류현진이 얼마나 운이 없는지를 알 수 있다.
선발승으로 5승 이상을 거둔 투수들의 평균 HQS 횟수는 3.86회, 평균 승수는 6.86승이다. HQS 횟수보다 승수가 정확히 3승이 많다. 그런데 류현진은 8번의 HQS를 기록하고도 고작 2승밖에 챙기지 못했다. 고작 6번의 QS를 기록하고 그 가운데 HQS는 1번밖에 없었으면서도 6승을 챙긴 앤서니와 비교하면 류현진의 현재가 더더욱 불쌍해 보이기만 한다.
물론 류현진이 많은 승수를 챙기지 못했다고 하여 그의 가치를 깎아 내리는 사람은 없다. 이미 류현진은 모든 야구팬들이 인정하는 ‘대한민국 No.1 투수’이며, 그의 진가는 수치가 드러내는 것 이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운도 이 정도가 되면 보는 사람의 마음마저 불편해지기 마련이다.
더욱이 류현진은 올 시즌에 제법 많은 것을 걸고 있었다. 데뷔 후 지난해까지 6년 동안 통산 89승을 거둔 류현진은 올 시즌 ‘역대 최연소 100승’에 도전하고 있었다. 그런데 시즌의 절반이 지난 현재까지 고작 2승에 그치면서 기록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류현진의 능력이라면 남은 절반의 시즌 동안 9승을 거두지 말란 법도 없지만, 현재 한화의 상황을 보면 꿈 같은 이야기로만 느껴진다. 데뷔 후 지속되고 있던 연속 10승 기록도 중단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류현진은 괜찮다고 말한다. 속은 시커멓게 타 들어가면서 말만 그렇게 하는 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26살의 청년은 팀의 에이스답게 자신의 감정을 함부로 드러내지 않고 있다. 바로 그러한 모습 때문에 팬들이 류현진을 다른 두 명(윤석민, 김광현)보다 높게 평가하는 것이리라.
그러나 팬들은 괜찮지 않다. 팬들은 류현진의 100승을 기대했다, 그의 연속 10승 기록이 7년 연속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이지 류현진이 마운드에 오르기만 하면 타자들의 방망이에 침묵하고, 이기고 있다가도 불펜에서 무슨 사단이 나 류현진의 승리를 날려버리기 일쑤다. 류현진이 승리를 맛 본 지다 벌써 50일을 넘어서고 있다.
올 시즌 한화팬들은 응원하는 팀의 경기를 지켜보면서 한숨을 내쉬고 있다. 하지만 류현진의 불운은 모든 야구팬들의 한숨을 자아내게 만든다. 정말 계속 이런 식으로 류현진을 힘들게 만들 생각이라면, 차라리 내년에는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 한화 구단이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류현진은 참아도 팬들은 못 참겠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iSportsKorea]
블로거는 독자 여러분의 추천(View On)을 먹고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