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위 삼성 라이온즈(45승 2무 31패 .592)
– 초반 슬럼프 딛고 1위, 후반기 독주 준비 완료!
올 시즌 프로야구가 개막된 후 한 동안 전문가들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모두가 입을 모아 2012년의 ‘절대강자’ 혹은 ‘1강’으로 예상했던 삼성 라이온즈가 하위권을 전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시리즈 2연패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였고, 심지어 ‘새로운 왕조 건설’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왔던 삼성이기에 그들의 부진은 정말 의외였다.
이승엽이 가세하면서 ‘약점이 없어졌다’는 평가를 들었던 삼성이었다. 불펜은 물론 선발진까지 8개 구단 중 가장 안정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었고, 수비력도 최고 수준이었다. 경쟁팀들이 모두들 전력누수를 겪고 있는 가운데, 이승엽의 복귀로 타선보강을 이뤄낸 삼성의 아성을 위협할 팀은 없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자 그 무엇도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지난해 홈런-타점왕이었던 최형우는 1할대 빈타에 시달렸고, 선발진에서도 차우찬, 장원삼, 탈보트 등이 모두 불안한 피칭으로 일관하며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심지어 불펜의 위용도 예년만 못했으며, ‘끝판왕’ 오승환마저 4월 24일 롯데전에서 팀 승리를 지키기 위해 마운드에 올랐다가 6실점하고 패전투수가 되는 등 무엇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부분이 없었다.
5월을 마감하는 시점에서도 삼성의 순위는 6위였다. 물론 중위권 싸움이 치열하게 진행되면서 5할 승률을 기록하고 있었지만, 올라갈 듯 하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 발목이 잡히는 등 ‘절대강자’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우승 후유증’이라는 말이 나왔고, 류중일 감독의 지도력에 대한 의문도 팬들 사이에서 제기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모든 우려와 걱정을 비웃듯 전반기를 마감한 현재 삼성은 다소 여유 있는 1위를 달리고 있다. 뒤돌아 보니 4월에만 7승 10패로 부진했을 뿐, 5월에는 14승 1무 11패로 월간 승률 2위를 기록했고, 6월에는 15승 1무 9패로 1위, 7월 들어서는 9승 1패라는 놀라운 성적을 보여주며 선두 굳히기에 돌입했다. 매달 월간 승률이 상승하고 있는 유일한 팀이다.
어느덧 오승환은 끝판대장의 위용을 회복했고, 4월 한달 동안 행운의 1구원승만 기록했던 장원삼은 이제 리그 다승 부문 단독 선두(11승)를 질주하고 있다. 이승엽-박석민은 리그 최고의 좌-우 거포 콤비로 맹활약하고 있으며, 탈보트 역시 메이저리그 10승 투수 출신다운 훌륭한 피칭을 보여주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약점을 찾아볼 수 없는 팀, 전반기를 마치고 뒤돌아 보니 ‘역시’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을 정도로 삼성은 ‘진정한 강자’의 모습을 보여줬다. 시즌 초반에 몇몇 주요 선수들이 한꺼번에 슬럼프에 빠지면서 ‘위기’라는 말을 들었을 뿐, 류중일 감독은 슬럼프에 빠진 선수들을 하나씩 깨어나게 만들면서 자신을 향한 의문 섞인 시선 또한 한꺼번에 날려버렸다.
아직 2위와의 승차가 그리 많이 나진 않는다. 그러나 체감상 느껴지는 정도는 그 이상이다. 그만큼 꾸준한 상승세를 탄 삼성의 기세가 놀라웠고, 다른 팀들과 확실히 차별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8개 구단 중 가장 많은 점수를 내고, 실점은 제일 적게 한 팀, 삼성이 1위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삼성은 내심 후반기 독주를 노리고 있다. 불가능해 보이지도 않는다. 장원삼(11승)-탈보트(9승)-배영수(7승)-고든(5승)-차우찬(3승)의 선발진도 충분히 위력적인데, 후반기에는 ‘에이스’ 윤성환까지 돌아온다. 타선에서는 최형우만 되살아난다면 이승엽-박석민과 더불어 최강의 중심타선을 구축할 수 있게 되며, 테이블세터 역시 지난해 신인왕 배영섭이 고군분투하고 있는 박한이를 도와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6연승의 최고 분위기 속에 전반기를 마감하면서 2위 롯데와의 승차를 4.0경기로 벌인 삼성 라이온즈. 그들의 ‘왕조구축 시나리오’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며, 다른 팀들은 삼성을 견제하기보다는 당장 눈앞의 4강 경쟁이 더 시급한 상황이다. 과연 어떤 팀이 삼성의 2연패에 제동을 걸 수 있을까?
▲ 2위 롯데 자이언츠(40승 4무 34패 .541)
– 불펜의 팀으로 변신, 후반기 대반격 예고!
롯데의 2012년은 물음표였다. 이대호와 장원준이라는 지난해의 투-타 에이스가 모두 떠나간 상황에서 FA로 정대현과 이승호라는 걸출한 불펜 자원을 영입했지만, 새로운 전력이 되리라 기대했던 두 투수는 부상으로 인해 개막 엔트리에 합류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4년 동안 매번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롯데의 저력은 무시할 수 없었다.
롯데는 40승 4무 34패, 승률 .541을 기록하며 2위로 전반기를 마감했다. 한때 단독 1위를 달릴 때가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금 아쉬운 결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양승호 롯데 감독은 충분한 만족감을 표하고 있다. 전반기까지 5할 승률만 유지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5할 승률에서 6승이나 더 거뒀기 때문이다.
이대호와 장원준이 없고, FA로 영입한 정대현은 끝내 전반기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지난해까지 장원준과 더불어 팀 투수진을 이끌어 왔던 사도스키와 송승준은 올해도 꾸준히 로테이션을 소화했지만, 성적 면에선 아쉬움을 크게 남겼다. 기대했던 전준우와 고원준은 더 이상 성장하지 못했고, 홍성흔과 조성환은 잔부상에 시달렸다.
어떻게 보면 악재만 가득했던 롯데가 전력 누수 속에서도 2위로 전반기를 마칠 수 있었던 것은 불펜의 힘 덕분이었다. 시즌 초에는 국방의 의무를 마치고 돌아온 최대성이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롯데의 상승세를 주도했고, 5월 이후로는 좌완 이명우와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두산에서 데려온 김성배가 핵심 셋업맨 역할을 하며 팀 승리를 지켰다.
여름 들어서는 부상에서 돌아온 이승호가 본격적으로 힘을 보태기 시작했고, 한때 선발 유망주로 키웠던 김수완도 안정적인 피칭을 선보이며 불펜의 핵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이 모든 중심에는 ‘롯데 역사상 최고의 마무리’를 꿈꾸는 김사율이 있었다. 지난 4년 동안 항상 불펜 때문에 고생했던 롯데가 올해는 안정된 마무리 투수와 5명의 믿을만한 셋업맨을 보유하고 ‘지키는 야구’를 통해 성공을 거둔 것이다.
선발투수 중에는 외국인 투수 유먼과 이용훈의 활약이 돋보였다. 올해 새로 영입한 좌완 투수 유먼은 장원준의 공백을 대신함은 물론 리그 최고 수준의 피칭을 선보이며 손민한 이후 실종됐던 ‘특급 에이스’의 존재감을 롯데 팬들에게 일깨워주고 있다. 리그 2위에 해당하는 2.34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8승을 수확, 투구 내용면에서도 리그에서 손꼽히는 에이스로 당당히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첫 퍼펙트 게임을 달성하며 자신감을 회복한 이용훈 역시 2점대 평균자책점(2.76)으로 7승을 거두며 팀에 공헌했다. 전반기 막바지 들어서는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용훈이 없었다면 사도스키-송승준-고원준이 나란히 부진했던 롯데로선 전반기를 버텨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양승호 감독이 “전반기에 5할 승률만 유지해도 만족한다”고 말한 것은 나름의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롯데는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 동안 .602의 후반기 승률(100승 2무 66패)을 기록했다. 이는 전반기 승률(176승 175패 6무 .501)에 비해 1할 이상 높고, 같은 기간 동안 매년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SK(107승 6무 66패 .618) 다음으로 높은 승률이다.
이처럼 매년 후반기에 치고 올라갔던 좋은 기억이 있는 만큼, 올해도 그러한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올해도 후반기에는 정대현이라는 불펜 에이스가 새로 가세하고, 송승준과 사도스키도 전반기보다는 훨씬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론 과제도 있다. 올해도 후반기에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선 타선이 지금보다는 더 좋은 득점력을 보여줘야만 한다. 롯데는 전반기 팀 타율 1위(.273)를 기록했지만, 경기당 평균득점(4.23점)은 8개 구단 중 6위에 불과했다. 타율에 비하면 출루율은 낮은 편이고, 특히 장타력이 지난해에 비해 큰 폭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크나큰 전력소모 속에서도 2위로 전반기를 마감한 만큼, 롯데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그들의 목표는 단순히 포스트 시즌 진출에서 그치지 않는다. 1999년 이후 13년 만의 가을 잔치 시리즈 승리, 그리고 한국 시리즈 진출이 최종 목표다. 남은 것은 그들이 ‘후반기의 강자’임을 입증하는 것뿐이다.
// 카이져 김홍석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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