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야구는 정말 다양한 흥미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제10구단과 관련한 선수협의 올스타전 보이콧 선언 같은 경기 외적인 요인도 있지만, 가장 중심이 되는 건 각 구단의 치열한 수위다툼 그 자체다.
최하위 한화를 제외한 나머지 7개 팀의 순위는 당장 한 치 앞을 예측하기 힘들 정도다. 한달 전만 해도 6~7위를 전전하던 삼성은 어느덧 1위로 올라섰고, 삼성이 하위권을 전전하던 당시 2위에 위치해 있던 LG는 7위로 추락했다. 어느 팀이건 연승을 달리면 단숨에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고, 반대로 연패에 빠지면 ‘자유낙하’ 체험을 하게 된다.
1위가 이렇게 자주 바뀌는 시즌은 정말 드물었다. 5월 1일 이후 선두에 오른 팀과 그것을 지킨 시간 변천사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롯데(1일)-두산(1일)-롯데(1일)-두산(1일)-롯데(3일)-SK(7일)-두산(1일)-SK(7일)-넥센(3일)-SK(31일)-롯데(5일)-삼성(4일)
두 달 남짓한 시간 동안 5개 팀이 1위 자리에 올라갔다 내려갔다 반복했다. SK가 가장 오랜 기간 동안 1위를 달리며 그 자리를 굳히나 싶었지만, 결국 불펜에 문제가 생기면서 지금은 4위로 추락한 상황. 그 사이를 비집고 지난해 정규시즌 1~2위에 올랐던 삼성과 롯데가 1위 자리를 두고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다. 당장은 삼성이 1위지만, 반 게임 차에 불과해 또 언제 선두가 바뀔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삼성과 롯데가 2강을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는 조심스런 예상을 내놓고 있다. 2위와 3위의 승차가 2.5게임으로 벌어진 상황이라 무리한 예측도 아니다. 현재 3위 두산부터 6위 KIA까지의 4팀이 1.5게임 차의 살얼음판 순위다툼을 벌이고 있으며, 7위 LG도 선두와의 격차가 6.5게임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떤 양상이 될까? 성적 예측은 지금까지 거둔 성적을 토대로 결과와 내용을 모두 따져야 한다. 결과와 내용이 꼭 비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두 투수가 똑같이 6이닝 동안 3실점했다 하더라도, 홈런 한 방으로 3점을 내준 것과 주자를 12명이나 내보내는 X줄 타는 피칭 끝에 간신히 3점으로 막은 것은 천지차이다. 전자는 앞으로의 경기에서 얼마든지 더 좋은 피칭을 예상할 수 있지만, 후자는 언제 무너지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카스포인트(CassPoint)는 꽤 유용한 지표가 될 수 있다. 결과(승-패)뿐 아니라 내용(결승타, 탈삼진, 터프세이브)에서도 점수를 부여하여 그 총점으로 순위를 매기기 때문이다. 결과와 내용이 모두 포함된 지표라는 점에서, 앞으로의 성적을 예측할 수 있는 쓸만한 지표라 할 수 있다.
위 표는 각 팀의 순위와 승률, 그리고 팀 전체의 타격 부문과 투수 부문 카스포인트 합계, 그리고 이 둘을 합친 총점과 순위를 나타내고 있다. 이 기록을 보면 앞으로 어떤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둘 지에 대해 어느 정도의 예측이 가능하다.
삼성은 투-타 각 분야에서 모두 8개 구단 가운데 최고 점수를 기록하고 있다. 총점 역시 독보적인 1위. 사실 삼성은 세이버매트릭스 항목인 피타고리안 승률에서도 6할 이상의 수치를 기록하며 압도적인 1위다. 각종 통계치는 삼성이 이제서야 1위에 올랐다는 사실조차 이상하게 여겨질 정도로 삼성의 막강함을 말해주고 있다.
롯데는 타격 부문 4위, 투수 부문 2위를 기록 중이며 총점 2위다. 투수 부문의 경우 삼성이 워낙 압도적이어서 그렇지, 롯데 역시 3위 두산과의 격차가 상당하다. 그만큼 안정된 전력을 갖추고 있어 앞으로도 충분히 2위권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대현이 복귀하여 ‘여왕벌’의 위력을 보여준다면, 1위 등극도 노려볼만하다.
최근 들어 다소 주춤하긴 했지만, 넥센은 리그에서 2번째로 많은 득점을 기록하고 있으며, 그것이 카스포인트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강정호의 복귀로 인해 넥센은 다시금 강력한 타선을 구축할 수 있을 테고, 그렇다면 앞으로의 순위 경쟁에서도 쉽게 밀리지 않을 것이다.
카스포인트 총점 4위 SK와 5위 두산의 차이는 최정이 있고 없고의 차이다. SK에는 최정이라는 홈런타자가 팀 타선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지만, 두산은 올 시즌 홈런포가 실종된 상황이다. SK는 무너진 불펜진을 얼마나 빨리 재건하느냐에 따라 올 시즌 성적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채병용과 윤길현이 최근 퓨처스리그에서 1군 복귀를 준비 중인데, 이들이 박희수 등과 함께 합류한다면 SK는 여전히 강력한 4강 후보다. 두산은 최근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프록터가 앞으로 뒷문을 얼마나 잘 지켜내느냐가 관건일 듯.
LG는 좋은 타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역시 투수력이 문제다. 게다가 그 타선도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고, 정작 투수들이 호투할 때는 잘 안 터지는 경우가 많다. DTD라는 요상한 징크스가 선수단을 정신적으로 은근히 압박한다는 것도 문제다.
카스포인트 총점을 완전히 무시하는 팀도 있다. KIA는 투수력이 그다지 좋은 팀이 아니다. 특히 불펜 평균자책점은 리그 7위에 불과하다. 카스포인트가 낮은 것도 당연한 일. 그런데도 8회에 리드를 잡은 경기에서 100%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8개 구단 중 유일한 기록이며, 이것은 선동열 감독 특유의 투수 운용 외에는 다른 이유를 찾을 수 없는 놀라운 성적이다. 카스포인트 총점 순위는 7위에 불과하고, 그 수치도 별볼일 없는 수준임에도, KIA가 5할 승률로 올라설 수 있었던 이유다.
한화의 카스포인트 총점은 7위 KIA와 1,400점 정도 차이가 난다. KIA와 LG의 차이도 그 정도는 된다. 그런데 KIA는 여전히 4강 후보고, 한화는 7위도 노리기 힘든 상황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는 감독의 능력 차이가 드러난 결과라고 본다. 선동열 감독은 가진 바 전력 이상의 것을 끌어내는 인물이지만, 한대화 감독은 그렇지 않다. 게다가 외국인 선수까지 잘못 뽑았으니, 한화의 탈꼴찌는 아무래도 힘들어 보인다.
어떤 특정 지표를 통한 앞으로의 성적 예측은 어디까지나 참고사항일 뿐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현재 카스포인트 총점 순위 1~4위를 차지한 팀들이 그대로 포스트시즌에 오를 가능성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과 롯데는 어느 정도 검증이 된 상태고, SK는 부상 선수들만 돌아오면 언제든지 재도약이 가능하다. 넥센과 두산이 4위를 두고 다툴 것으로 보이는데, 타력에서 앞서는 넥센이 좀 더 유리해 보인다. 당초 최하위 전력으로 꼽히던 LG는 시즌 초반의 선전이 한계였던 것 같다. KIA의 경우 당장은 선동열 감독이 가용자원을 잘 활용하여 시너지효과를 일으키고 있지만, 지금의 불펜 사정으로는 꾸준한 성적을 기대하기 어렵다.
// 카이져 김홍석 [사진제공=iSport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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