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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전반기결산③] 선동열이 지킨 KIA, 이만수는 못 지킨 SK!

by 카이져 김홍석 2012. 7. 23.

▲ 5 KIA 타이거즈(36 4 35 .507)

선동열의 지키는 야구는 살아있었다!

 

KIA 타이거즈는 36 4 35(승률 .507)를 기록하며 5위의 성적으로 전반기를 마감했다. 한때 큰 위기를 겪었던 것을 생각하면 다행스런 성적표지만, 당초 기대를 떠올리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결과이기도 하다. 시즌 전 많은 전문가들이 삼성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대항마로 KIA를 꼽았을 정도로 올 시즌이 기대되는 팀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가지 악재가 겹치면서 KIA는 시즌을 어렵게 시작해야만 했다. 이범호가 부상으로 개막 엔트리에 합류하지 못하며 40일 가량 출장하지 못했고, 김상현은 개막전에서 부상을 당해 석 달 넘게 결장했다. 그리고 이 두 명의 공백은 장타력 부족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며 KIA의 전반기를 어렵게 만들었다.

 

75경기를 치르는 동안 KIA 타자들이 기록한 홈런은 고작 24개에 불과했다. 나머지 7개 팀 평균(50.4)의 절반도 되지 않았고, 팀 홈런 1 SK(69) 3분의 1 수준이다. 팀의 장타율이 곧바로 득점력과 직결되는 현대 야구에서 홈런 생산력이 떨어진다는 건 그만큼 큰 약점일 수밖에 없었다.

 

투수진에서도 많은 문제점이 노출됐다. 호라시오 라미레즈는 선발 등판을 꺼리다 일찌감치 퇴출됐고, 지난해까지 불펜의 핵으로 활약했던 손영민은 부상을 치료하느라 1군에서 모습을 보기 어려웠다. 한기주도 부상으로 일정 기간 쉬었고, 유동훈은 6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는 등 매우 부진했다.

 

선발진에서도 윤석민(5 4패 평균자책 3.28)과 서재응(4 4 3.15)이 잘 던지고도 승리를 챙기지 못하는 불운에 울었고, 올해는 부활할 것으로 기대했던 양현종은 부진한 피칭 끝에 현재는 선발 로테이션에서 탈락한 상황이다. 그나마 던질수록 좋아지는 앤서니(7 7 3.98)와 새로 합류한 소사(5 4 4.61), 두 외국인 투수의 활약이 없었다면 KIA의 전반기는 더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와중에 빛나는 것은 선동열 감독의 경기운영 능력이었다. KIA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4.58로 리그 7. 하지만 KIA 8회가 끝난 시점에서 이기고 있던 30경기를 모두 최종 승리로 장식, 8회 리드시 승률 100%를 기록한 유일한 팀이었다. 신인 박지훈을 제외하면 잘 던진 불펜 투수가 드물었음에도, 이길 수 있는 경기는 반드시 잡아내는 선동열 감독 특유의 투수 운용이 빛난 결과다.

 

타력에서도 마찬가지다. KIA의 팀 홈런과 장타율은 리그 최하위였지만, 경기당 평균득점(4.31) 4위권이었다. 득점권 타율(.278-5)도 그다지 뛰어난 편은 아니었지만, 특유의 기동력과 참을성을 보여준 KIA 타자들은 가진 바 이상의 득점력을 보여주었다. KIA는 리그에서 3번째로 많은 도루(88)를 성공시켰고, 가장 많은 4사구(346)를 얻어냈으며, 두 번째로 적은 삼진(427)을 당했다.

 

삼성의 대항마로 꼽혔던 팀답게 KIA는 여름 들어 무서운 상승세를 타며 5할 승률로 올라섰고, 이젠 그 이상을 바라보고 있다. 전반기 막바지에 김상현이 돌아왔고, 곧 이범호도 합류할 예정이다. 이범호-최희섭-김상현의 클린업 트리오는 충분한 경쟁력이 있으며, 이용규-김선빈의 테이블세터진 역시 마찬가지. 안치홍과 나지완이 하위타순에 배치된다면 타력은 한층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

 

윤석민-서재응-앤서니-소사로 구성된 선발진 역시 양현종의 후반기 활약 여부에 따라 다른 팀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다. 불펜은 여전히 걱정스러우나, 선동열 감독이 지휘하는 한 지키는 야구의 기본 모양새는 유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일단 후반기 반격의 준비는 되어 있는 상태다.

 

전반기 종료 후 선동열 감독은 올 시즌 목표를 ‘4강 진출이라 밝혔다. 올해 밑그림을 그린 후 부임 2년째가 되는 내년에 본격적인 승부를 걸어 우승을 노리겠다는 뜻이다. ‘레전드이종범의 은퇴와 관련하여 자신을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이 조금은 냉랭해진 만큼, 선동열 감독에게도 후반기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전망이다.

 

▲ 6 SK 와이번스(39 1 38 .506)

위기의 SK, 흔들리는 이만수 체제

 

지난 6 25일까지만 해도 SK 와이번스는 1위를 달리고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 순위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된 올 시즌이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오래도록 1위를 지킨 팀은 바로 SK였다. 5월 이후 SK 1위 자리를 차지했던 날은 총 45일로 다른 팀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오랜 기간 동안 선두를 지켰다.

 

그러나 전반기가 마감 된 현재 SK의 순위는 6, 승률도 5할을 간신히 넘기고 있을 뿐이다. 언제나 시즌 초반에 강세를 보여왔던 SK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한달 전만 해도 1위를 달리고 있던 팀이 어느새 6위로 추락한 상황이다. 한 때 8연패를 당하고 5할 승률이 무너지는 등, 올 시즌의 SK는 예년의 압도적인 존재감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사실 SK는 시즌 개막 전부터 위기설이 나돌았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란 위업을 달성했지만, 그 기반을 닦은 김성근 감독(현 고양 원더스)이 팀을 떠나고 이만수 신임 감독 체제가 들어서면서 비롯된 각종 잡음이 가장 큰 문제였다. 특별한 전력 보강 요인 없이 정체되어 있는 팀 전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실제로 올해의 SK는 큰 어려움 속에 시즌을 치러야만 했다. 토종 원투펀치인 김광현과 송은범은 부상 때문에 합쳐서 13경기에 선발등판 하는데 그쳤고, 기대 속에 데려온 로페즈도 고작 5경기만에 부상과 부진으로 퇴출되고 말았다. 윤희상과 마리오 정도만 로테이션을 꾸준하게 소화해줬을 뿐, 이만수 감독은 거의 매일 다음날 선발 투수 때문에 고민해야만 했다.

 

78경기를 치르는 동안 SK에서 한 번이라도 선발로 등판한 선수는 무려 13, 1~2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과 롯데가 7명씩, 선발 로테이션 때문에 고생이 심했던 한화와 LG 10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SK가 얼마나 선발 투수난에 시달렸는지를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로 인한 부담은 고스란히 불펜으로 이어졌다.

 

오랜 기간 동안 SK 불펜의 중심이었던 여왕벌정대현과 이승호가 FA를 통해 롯데로 이적한 터라 필승조로 기용할 선수가 양적으로 부족했다. 그러다 보니 몇몇 컨디션 좋은 선수들이 필요 이상으로 자주 등판할 수밖에 없었고, 그것은 올 시즌 전반기 최고의 피칭을 보여주고 있던 박희수의 부상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박희수가 불펜을 지키고 있던 6 20일까지만 해도 SK 2위와 3게임 차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박희수 없이 치른 17경기에서 5 12패의 부진한 성적에 그쳤고, 그것이 6위로 내려앉은 가장 큰 이유였다. 그만큼 박희수의 활약이 대단했다는 반증이기도 하지만, 아무리 좋은 투수라 하더라도 한 명의 이탈로 인해 이렇게까지 흔들리는 모습은 SK답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타선에 있다. SK 69개의 팀 홈런을 기록해 이 부문 1, OPS 3번째로 높다. 리그에서 2번째로 병살타가 적은 팀이고, 안타 중 장타의 비율도 넥센 다음으로 높다. 그런데도 SK의 경기당 평균득점은 4.1점으로 리그 7, 그 아래엔 한화(4.06)만 있을 뿐이다. 2번째로 낮은 득점권 타율(.252)이 가장 큰 문제지만, 그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상하리만치 득점력이 낮다.

 

팬들이 가장 실망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화끈한 공격야구를 추구하겠다던 이만수 감독이 사령탑을 잡았는데도 득점력이 바닥을 기고 있기 때문이다. 박희수와 관련해 한때는 투수혹사논란이 일기도 했고, 제대로 된 공격야구를 보여주지도 못하면서 이만수 감독 체제는 출범 1년 만에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그래도 후반기의 SK는 희망이 있다는 평가다. 박희수는 이미 돌아왔고, 김광현도 복귀를 앞두고 있다. 거기에 윤길현과 채병용 등 한때 SK 왕조건설에 공을 세웠던 선수들도 힘을 보탤 예정이다. 새로 뽑은 외국인 투수 부시의 기량도 만족스럽고, 박정배라는 새로운 이름도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무엇보다 SK의 최고 강점인 수비력은 올해도 여전하다.

 

현재 순위가 6위라곤 하지만 2위와의 승차는 고작 2.5게임밖에 되지 않는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꿈을 포기하기엔 아직 이른 시점이다. 이만수 감독 역시 자신을 둘러싼 수많은 잡음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당장 올 시즌 결과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빈곤한 득점력을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최대 관건이다.

 

// 카이져 김홍석 [사진제공=SK 와이번스, KIA 타이거즈]

 

☞ 이 글은 <마니아리포트>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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