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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일본의 WBC 불참에서 깨닫게 된 ‘불편한 진실’

by 카이져 김홍석 2012. 7. 25.

일본 프로야구선수협회는 지난 20일 열린 임시총회에서 만장일치로 내년에 예정되어 있는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불참을 선언했다. 일본야구협회(NPB)에서 공식적으로 결정된 사항이 아니라 앞으로의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일단 선수협회의 불참 선언 자체만으로도 큰 파장을 몰고 오고 있다.

 

주목할 것은 왜 일본의 선수협회가 이와 같은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냐는 것이다. 일본 프로야구선수협회는 WBC 주최측의 수익금 배분 방식의 불합리성을 이유로 들어 불참을 선언했다. 2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음에도 그들이 얻은 배당금은 미국 메이저리그에 비해 매우 미미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배경이 있다 하더라도 이렇게 불참을 선언할 수 있을 정도로 WBC라는 대회의 의미가 퇴색되었는가는 또 하나의 불편한 진실을 내포하고 있다. 수익 배분 문제 때문에 선수들이 합심하여 불참을 선언할 수 있는 대회, 이것이 야구 월드컵이라 불린 WBC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WBC야구 월드컵이 아니라 MLB에서 주최하는 단순한 이벤트성 게임

 

WBC는 처음 기획된 직후부터 야구판 월드컵이라며 주목을 받았다. 축구만큼 저변이 넓진 않지만, 세계의 16개국이 참가해 야구 최강자를 가린다는 의미에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본질적인 면을 들여다보면 WBC는 축구의 월드컵과는 그 성격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 월드컵이 FIFA라는 공신력 있는 단체에서 주관하는 공식적인 세계대회인 반면, WBC는 그 태생부터가 메이저리그의 세계화를 목적으로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주관하는 이벤트성 게임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선수협회가 집단적인 움직임을 보였기에 주목을 끌고 있을 뿐, 실제로 메이저리그의 정상급 선수들 중 상당수는 개인적인 이유를 들어 WBC 참가를 고사하고 있는 실정이다. 1회 대회나 2회 대회에서도 미국은 진정한 의미의 미국 대표팀을 꾸려서 참가한 적이 없다. 이미 소속팀에서부터 슈퍼스타들의 대회 참가를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월드컵에서 자국의 대표로 뽑힌 선수들이 부상의 우려차기 시즌에서의 좋은 성적을 이유로 대표직을 고사하는 경우는 찾아볼 수가 없다. 그들은 대표로 뽑히는 것 자체를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그 결과 팬들은 월드컵이라는 무대에서 전 세계의 슈퍼스타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 월드컵이 진정한 전세계인의 축구제전인 이유다.

 

하지만 WBC는 다르다. 메이저리그 구단은 선수의 대표 차출을 꺼리고, 선수 역시 각자의 선택에 의해 대표로 뛸 지를 결정한다. 이처럼 메이저리그 측은 WBC올스타전과 비슷한 이벤트 대회로 여기고 있다. WBC를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같은 국가대항전으로 여기고 최강의 대표팀을 파견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뿐이었다.

 

그런데 현실을 먼저 깨달은 일본이 이번에는 불참하게 될 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일본이 불참을 선언하게 된 배경에 있어서는 동의를 하면서도, 그 행동에는 동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의 프로야구 붐이 WBC와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의 좋은 성적에 기인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 이제 와서 WBC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에는 그 대회를 통해 얻은 부산물이 너무 크다.

 

허상인 걸 알면서도 진짜인 것처럼 포장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래야 1회 대회의 4강과 2회 대회의 준우승이 더욱 가치 있어 보일 테니 말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패한 미국 대표팀 등은 그 패배를 그다지 아쉬워하지도 않고, 설욕을 위해 다음 대회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도 하지 않는다. WBC의 본질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서는 롯데 선수들이 베스트10을 싹쓸이 한 이스턴리그 팀이 웨스턴리그 팀을 격파하고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롯데가 웨스턴리그에 속한 넥센-KIA-LG-한화의 4개 구단 연합 팀보다 강하다고 생각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올스타전이 어디까지나 이벤트성 대회이기 때문이다.

 

각국의 대표급 선수들이 모여 치르는 올스타전 같은 친선 대회 WBC의 본질이다. 일본의 선수협회는 이를 직시했고, 우리에게는 아직 외면하고 싶은 불편한 진실이다. WBC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나라가 이제 우리나라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도 달갑지 않은 현실이다.

 

// 카이져 김홍석 [사진제공=LG 트윈스, KIA 타이거즈]

 

☞ 이 글은 <마니아리포트>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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