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한대화 감독이 ‘패배’를 각오한 중대한 테스트를 준비 중에 있다. 외국인 투수 바티스타의 선발 기용이 바로 그것이다. 한대화 감독은 27일 KIA와의 경기에서 바티스타를 선발로 예고했다. 한국 진출 후 1군 무대에서의 첫 선발등판이다.
한화는 현재 선발 로테이션에 구멍이 난 상황이다. 박찬호가 전반기 막판 허리 통증을 호소해 로테이션을 걸렀고, 양훈과 유창식은 아직 2군에 있다. 그 때문에 26일 경기에서도 정재원을 선발로 등판시켰다가 큰 점수 차로 패했고, 이번 경기는 ‘기대 반 우려 반’으로 바티스타에게 걸어보기로 했다.
정말 말 그대로 바티스타는 기대와 우려가 뒤섞인 가운데 선발로 등판한다. 놀라운 스피드와 좋은 구위를 지닌 바티스타가 선발 투수로는 제 역할을 해줄 수 있을지에 대해 팬들의 기대가 크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제구력이 그렇게 형편 없는 투수라면 선발로도 힘들지 않겠냐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지난 시즌 후반기에 한국 프로야구에 뛰어든 바티스타는 뛰어난 피칭으로 한화의 뒷문을 책임지며 ‘흑판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끝판왕’ 오승환에 비견될 정도로 뛰어난 투수라는 최고의 찬사였다. 실제로 바티스타는 35⅔이닝 동안 무려 61개의 탈삼진을 기록했을 정도로 위력적인 공을 뿌렸고, 피안타율도 .153에 불과했다. 그런 바티스타가 마무리로 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기에 올 시즌 한화가 ‘다크호스’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막상 시즌이 시작한 후 보여준 바티스타의 피칭은 실망 그 자체였다. 스피드와 구위는 여전했으나 좌우 코너워크가 전혀 되지 않으면서 두들겨 맞기 시작했다. 또한, 작년에도 약점으로 지적됐던 사사구가 올해는 더 늘어나면서 자멸하는 패턴의 피칭이 반복되기 시작했다. 올 시즌 바티스타는 30이닝을 던지는 동안 43개의 삼진을 잡았지만, 사사구도 무려 34개나 남발했다. 피안타율도 3할이 넘는다.
마무리에서 중간계투로 강등당했어도 바티스타의 피칭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심지어 한동안은 패전처리로 마운드에 오르는 일도 있었다. 퇴출이 확정된 션헨과 더불어 값비싼 외국인 투수 두 명을 지고 있는 경기에서 마운드에 올리는 한화의 팀 사정은 연민이 느껴질 정도였다.
바티스타의 선발 등판을 두고 팬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이미 퇴출시켰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선발 등판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란 의견도 적지 않다. 실제로 바티스타는 지난 6월 2군에 내려가 있는 동안 2차례 선발등판을 가졌고, 2경기에서 12이닝 동안 1실점, 삼진을 무려 15개나 뺏어내는 뛰어난 피칭을 했다. 무엇보다 사사구가 1개뿐이었다는 점이 놀라웠다.
우리는 올해 이와 비슷한 상황에서 선발로 전향한 선수를 알고 있다. 뛰어난 스피드와 나쁜 제구력이 공존하는 투수, 바로 LG의 리즈가 그랬다. 팀 사정상 마무리로 시즌을 시작했던 리즈는 끝내 제구력 불안을 극복하지 못해 실패를 맛봤으나, 선발로 다시 전향한 5월 이후에는 전보다 훨씬 나은 피칭을 선보였다. 7월 들어서는 다소 부진한 편이지만 5~6월에 등한한 8경기에서는 2점대 평균자책점(2.74)을 기록하는 등 선발진의 든든한 축으로 활약했었다.
야구는 멘탈게임이고, 사소한 변화에도 그 결과는 큰 차이가 나는 경우가 있다. 선발로는 못 던지던 투수가 불펜에 가서 수호신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고, 마무리로는 낙제점이었던 선수가 선발로 등판했을 때는 준수한 피칭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한대화 감독과 팬들이 바티스타에게 기대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과연 바티스타는 ‘제2의 리즈’가 되어 다시금 한화에 힘을 보태줄 수 있을까? 이미 외국인 선수를 교체할 수 있는 마감 시한은 넘긴 상태. 한화 프런트와 한대화 감독이 나중에라도 팬들에게 할 말이 있으려면, 바티스타의 선발 전환이 성공을 거둬야만 한다.
// 카이져 김홍석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LG 트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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