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펼쳐진 후반기 개막전에서 한화는 류현진의 완투승에 힘입어 기분 좋은 승리를 거뒀다. 류현진은 ‘혼자의 힘으로 승리하는 법’을 실천하면서 기분 좋은 호투로 시즌 4승째를 따냈다.
야구는 10명이 하는 단체 스포츠(지명타자 포함)지만, 이처럼 선발 투수 한 명이 경기를 지배할 수도 있는 경기다. 한 명의 투수가 1회부터 9회까지 상대타선을 제압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일종의 카타르시스까지 느껴진다. 그럼 이날 보여준 류현진의 피칭은 얼마나 훌륭했을까? 또, 올 시즌 이보다 더 좋은 피칭을 보여준 투수들은 또 누가 있을까?
야구를 통계로 평가하는 세이버매트릭스 항목 가운데 게임스코어(GS)라는 것이 있다. 선발 투수가 경기를 얼마나 압도했느냐를 수치적으로 표시해놓은 지표다. 평가방법은 다르지만 카스포인트(Cass Point) 역시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게임스코어가 외면한 ‘승리’라는 지표 역시 포함되어 있기에 더 합리적인 계산법이 될 수 있다.
카스포인트는 다음과 같은 배점을 가지고 있다. 승(100), 이닝(10), 삼진(10), 세이브(50), 홀드(25), 패(-25), 피안타(-5), 피홈런(-10), 사사구(-5), 실점(-5), 자책점(-10), 보크(-5), 폭투(-5), 선발승(25), 완봉(25), 완투(25), 블론세이브(-25), 블론홀드(-25), 터프세이브(50).
따라서 선발투수가 정규이닝 동안 얻을 수 있는 최대 점수는 535점이 된다. 모든 아웃카운트를 삼진으로 잡은 퍼펙트 게임(승리 100점+이닝 90점+삼진 270점+선발승 25점+완봉승 25점+완투승 25점=535점)을 달성했을 경우다. 하지만 실제로는 200점만 획득해도 상당히 높은 점수라고 할 수 있다.
24일 경기에서 류현진이 9이닝 8피안타 3실점 10탈삼진 완투승을 거두고 획득한 카스포인트는 235점이었다. 그리고 이는 단일 게임 기준으로 올 시즌 통틀어 17번째로 높은 수치였다. 단 한 경기라도 이보다 높은 점수를 획득한 적이 있는 투수는 류현진 본인을 포함해 10명밖에 되지 않는다.
류현진은 올 시즌 4승을 거뒀는데, 그 4경기에서 모두 압도적인 피칭을 선보였다. 4월 26일에 7이닝 3피안타 11탈삼진 무실점 승리를 거둔 경기에서 획득한 285점이 개인 최고점이었으며, 그 외에도 270점(7월8일, 8이닝 2피안타 9탈삼진 무실점 승리)과 255점(5월13일, 8이닝 6피안타 10탈삼진 1실점 승리)을 한번씩 기록했다. 그야말로 손에 꼽힐 정도로 뛰어난 피칭을 보여준 날만 승리를 챙긴 셈이다.
LG의 좌완 에이스 주키치는 6월 30일(7.2이닝 3피안타 8탈삼진 무실점 승리)과 5월 12일(7.2이닝 4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 승리) 경기에서 똑같이 247점씩을 획득하여 최상위 18위 안에 2번 자신의 이름을 올렸고, 다승 선두 장원삼 역시 5월 30일 경기에서 8이닝 2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 승리를 거둬 245점을 얻은 뒤 그 다음 등판인 6월 5일 경기에서 7이닝 4피안타 9탈삼진 무실점 승리로 265점(6위)의 개인 최고 점수를 기록했다.
올 시즌 300점 이상의 점수는 총 3번 나왔는데, 류현진조차 발을 들여놓지 못한 이 영역을 개척한 선수는 KIA 윤석민과 롯데 유먼이었다.
유먼은 지난 4월 29일 올 시즌 첫 완봉승의 주인공이 됐는데, 당시 9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7탈삼진 완봉승을 거두며 330점이란 놀라운 점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시즌 2위의 기록이었다. 그에 앞서 4월 17일 경기에서 윤석민이 340점을 얻었기 때문. 당시 윤석민은 1점을 허용한 완투승을 기록하고도 무려 14개의 삼진을 잡아내 더 높은 점수를 기록할 수 있었다.
이후 윤석민은 5월 11일 경기에서 9이닝 1피안타 5탈삼진 완봉승을 거두며 305점을 획득, 유일하게 2번이나 300점을 기록한 선수가 됐다. 유먼은 6월 26일 경기에서 6.2이닝만 던지고도 10탈삼진 무실점 승리를 거둬 7위에 해당하는 262점을 획득, 유일하게 7이닝 미만을 던진 기록으로 상위 18위 안에 다시 한 번 이름을 올렸다.
윤석민, 유먼, 장원삼, 주키치, 그리고 류현진. 235점 이상의 고득점을 2번 이상 기록한 선수는 이들 5명이 전부다. 그 외에는 니퍼트(4월13일 255점), 소사(6월17일 255점), 김혁민(6월5일 250점), 이용찬(4월27일 240점), 이용훈(6월24일 245점), 사도스키(5월26일 235점)가 한차례씩 기록했을 뿐이다.
참고로 윤석민은 4월 11일 시즌 첫 등판에서 삼성을 상대로 8이닝 1피안타 2볼넷 1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고도 승리를 챙기지 못했고, 류현진도 이틀 뒤 SK전에서 8이닝 4피안타 3볼넷 13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한 피칭에도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해 승패 없이 물러나야 했다. 이들은 이 두 경기에서 나란히 175점의 카스포인트를 획득, 승리투수가 되지 못한 경기 중 가장 높은 포인트를 기록했다. 선발승을 거뒀다면 이 두 경기에서 이들의 카스포인트는 300점이 될 수 있었다.
단일 경기를 기준으로는 윤석민과 유먼이 가장 돋보이는 피칭을 했고, 승리를 거둔 경기에서의 평균적인 위압감은 류현진이 독보적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탈삼진에 높은 배점이 적용되는 만큼, 투구내용과 카스포인트가 꼭 비례한다고 할 순 없겠지만, 적어도 ‘선발투수가 얼마나 경기를 지배했는가’에 대해서는 좋은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시즌은 많이 남아 있다. 과연 또 누가 얼마나 압도적인 피칭으로 팬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줄까? 윤석민의 기록을 깰 선수가 있을지를 지켜보는 것도 남은 시즌을 재미있게 만들어주는 또 하나의 흥미거리가 될 것이다.
// 카이져 김홍석 [사진제공=iSport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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