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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4관왕’ 김태균, 사상 첫 꼴찌팀 MVP 탄생하나?

by 카이져 김홍석 2012. 8. 14.

올 시즌 프로야구는 그 어느 때보다도 4강 진출을 위한 순위 다툼이 치열하다. 시즌 초반까지 한화를 제외한 7개 팀이 한꺼번에 경쟁하던 구도에서 지금은 LG가 사실상 탈락한 상황이지만, 6위 넥센까지는 아직 4강 진출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 뿐만 아니라 시즌 MVP의 향방도 오리무중이다. 현재로선 누가 수상의 영광을 안을지 짐작하기 어렵다.

 

프로야구 시즌 MVP는 투수와 타자 부문의 개인 기록 타이틀 수상자 가운데 탄생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올해는 이 타이틀 경쟁 구도부터가 정말 치열하다.

 

현재 투수 부문의 6개 타이틀은 각 부문 선두의 이름이 전부 다르다. 평균자책점은 넥센 나이트(2.32), 다승은 삼성의 장원삼(13), 세이브는 두산 프록터(29세이브), 홀드는 SK 박희수(20홀드), 탈삼진은 한화 류현진(147) 1위를 달리고 있으며, 10승 이상 거둬야만 타이틀을 획득할 수 있는 승률 부문은 현재 삼성의 탈보트(11 2패 승률 .846)가 가장 유력하다.

 

지난해 투수부문 4관왕을 차지했던 윤석민이 MVP 투표에서 압도적인 표를 얻었던 것과 비교했을 때, 올 시즌에는 투수들 중에 독보적인 성적을 거두고 있는 선수가 없다. 현재 11승을 기록 중인 나이트가 앞으로 승승장구하며 장원삼을 제치고 다승왕까지 석권하여 2관왕에 오른다면 수상 가능성이 있겠지만, 현재로선 쉽지 않은 상황이다.

 

타자 부문은 경우가 좀 다르다. 한화의 김태균이 타율(.389), 최다안타(115), 출루율(.490), 장타율(.605) 4개 부문에서 1위에 오르며 ‘4관왕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외 KIA 이용규가 득점(68)과 도루(32)에서 선두를 달리며 2관왕을 노리고 있으며, 넥센의 박병호(24홈런)와 삼성 박석민(79타점)이 각각 홈런과 타점 부문 1위에 올라 있다.

 

개인 타이틀 숫자로만 놓고 보면 김태균이 현재로서는 가장 MVP에 근접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만약 김태균이 MVP를 수상하게 되면 프로야구 관계자들과 팬들은 사상 처음으로 꼴찌 팀에서 MVP가 탄생하는 진기한 장면을 목격하게 될 전망이다.

 

역대 프로야구에서 대부분의 MVP는 포스트시즌 진출한 팀에 소속된 선수 중에 탄생했다. 포스트시즌에 탈락하고도 MVP를 배출한 사례는 딱 두 번, 1983년의 삼성 이만수와 2005년의 롯데 손민한이 그 주인공들이다. 현재 SK의 감독이기도 한 이만수는 83년 당시 홈런(27)과 타점(74) 1위에 오르며 팀 성적과 관계없이 MVP를 수상했고, 2005년의 손민한도 다승(18)과 평균자책점(2.46)의 두 개 부문 타이틀을 수상하며 MVP에 올랐다.

 

김태균의 약점은 4개 부문 1위임에도 불구하고 홈런이나 타점 타이틀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까지 총 30번 시행된 MVP 시상식에서 타자가 수상자로 결정된 것은 모두 18, 그리고 그 중 무려 16번은 해당 시즌 홈런왕이 MVP를 차지했었다. 홈런왕이 아닌 MVP 1987년의 장효조(당시 삼성), 그리고 1994년 최다안타(196)와 도루(84) 부문에서 역대 신기록을 세우며 5관왕에 오른 이종범(당시 해태)뿐이다.

 

올 시즌 김태균의 활약은 당시의 이종범과 비교해도 크게 손색이 없다. 출루율과 장타율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는 김태균의 타점과 득점이 적은 것은 팀 동료들이 도와주지 않았기 때문일 뿐, 개인의 기록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하지만 94년 당시의 이종범은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고, 유격수로서 수비공헌도 역시 매우 높았다. 아무래도 김태균은 꼴찌라는 소속팀의 성적이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가장 유력한 라이벌이 될 수 있는 홈런 1위 박병호와 타점 1위 박석민의 존재도 걸림돌이다. 둘 중 한 명이 남은 기간 동안 페이스를 끌어 올려 2개 부문 타이틀을 모두 거머쥔다면, 4할 타율을 기록하지 않는 한 타이틀의 상징적인 측면에서 김태균이 밀리 수밖에 없다. 특히 박석민의 경우 팀 순위도 현재 1위를 달리고 있고, 박병호 역시 자신의 활약으로 팀의 4강 진출을 이끈다면 MVP 수상자로 부족함이 없다.

 

과연 김태균이 제31 MVP 시상식에서 최후에 웃는 자가 될 수 있을까? 만약 김태균이 올 시즌 가장 가치 있는 선수로 선정된다면, 그는 이글스 소속 선수로는 장종훈(1991~92), 구대성(1996), 류현진(2006)에 이어 역대 4번째 MVP 수상 선수가 된다.

 

// 카이져 김홍석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넥센 히어로즈, 삼성 라이온즈]

 

☞ 이 글은 <마니아리포트>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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