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은 웃었다. 하지만 그를 지켜보는 야구 팬들은 웃을 수 없었다. 웃음짓기는커녕 싸늘하게 굳어버린 팬들의 표정은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류현진이 시즌 8패(5승)째를 당했다. 23일 SK와의 경기에 선발등판한 류현진은 7⅔이닝 동안 5실점하며 또 다시 승수 사냥에 실패했다. 하지만 류현진의 피칭이 기대 이하였다거나, 투구내용이 나빠서 당한 패배는 아니었다. 류현진이 내준 5점 중에 자책점은 2점에 불과했고, 그 2점을 내준 것도 정말 운이 없어서였다.
류현진이 등판한 경기라 더욱 부담이 컸던 것일까? 한화의 야수들은 수비에서의 실책과 어이 없는 주루 플레이를 거듭하면서 팀의 에이스 류현진에게 시즌 8번째 패배를 안긴 장본인이 되고 말았다. 어떤 팬은 이 경기를 향해 ‘눈이 썩는 것 같은 경기력’이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한화 야수들의 플레이는 상식을 벗어나 있었다.
중견수는 수비수가 없는 곳으로 송구를 하고, 충분히 더블 플레이가 가능한 타구를 잡은 2루수는 유격수의 머리 위로 공을 토스했다. 생각 없는 주루 플레이와 정확한 의도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작전 시도까지 겹치면서 한화는 충분히 이길 수 있었던 경기를 놓쳤다.
그리고 이 경기를 지켜본 수많은 야구팬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류현진이 너무나 불쌍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동료들의 어이없는 플레이를 지켜보면서도 류현진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딴에는 괜찮다는 뜻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팬들은 류현진의 웃음이 너무나 처연하게만 보였고, 그 자조 섞인 웃음 속에서 ‘포기’라는 감정을 느꼈다고 말한다.
올 시즌 현재 류현진은 21경기에 등판해 5승 8패 평균자책점 3.20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평균자책점 6위, 투구이닝(137⅔) 5위, 그리고 탈삼진은 162개로 압도적인 1위다. 16번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해 넥센 브랜든 나이트(21회)에 이어 리그 2위를 달리고 있는데, 15번 이상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한 나머지 4명의 투수(나이트, 유먼, 니퍼트, 주키치) 모두 10승 이상을 거두고 있는 것에 비해 류현진은 그 절반도 되지 않는 5승에 머물러 있다.
이를 두고 팬들은 시즌 내내 류현진의 불운을 안타까워했다. 지난해까지 6년 동안 89승을 거둔 류현진은 올해 11승을 추가하면 ‘역대 최연소 100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을 수 있었다. 그러나 통산 100승은커녕 연속 두 자릿수 승리 기록도 여기에서 멈출 가능성이 커졌다. 류현진을 아끼는 팬들이 안타까움의 차원을 넘어 분노를 느끼게 된 이유다.
데뷔 7년째를 맞이한 류현진은 올 시즌이 끝나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다. 물론 구단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한 제안적 자격이다. 이미 류현진이 등장한 이후부터 수많은 야구팬들은 언젠가 그가 해외로 진출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문제는 그 시기였다.
팬들 중에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소속팀의 사정이 어려운 만큼 우승까지는 아니더라도 4강 진출 정도는 일궈내고 난 후에 해외로 떠나도 늦지 않다는 의견도 존재했다. 그런데 올해 들어 그 둘의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고 있다. 당장 올 시즌 종료 후 해외에 진출하길 바라는 팬들이 대다수다.
그리고 그 팬들이 공감하는 하나의 대전제는 ‘한화 구단은 류현진 같은 투수를 데리고 있을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그만큼 한화 구단의 야구가 팬들의 신뢰를 잃었고, 그 속에서 홀로 고군분투하는 류현진의 재능을 팬들이 아깝게 여긴다는 뜻이다. 심지어 한화를 응원하는 팬들조차 ‘선수들을 대신해 류현진에게 사과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올 시즌 후 류현진의 해외 진출 가능성은 아직 미지수다. 이미 미국과 일본의 구단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포스팅시스템(이적료 공개입찰 제도)을 거치면 얼마든지 해외 구단으로의 이적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 한화 구단은 아직까지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한 적이 없다. 팀 성적이 나쁜 마당에 순순히 에이스를 내줄지는 사실 의문이다.
하지만 팬들은 류현진의 해외 진출을 강력하게 원하고 있다. 류현진을 ‘불운한 사나이’로 만든 대가로 한화는 어느덧 야구팬들의 ‘공공의 적’이 되고 말았다. 한화 구단은 올 시즌 종료 후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까? 중요한 건 팬들은 류현진이 한화에서 벗어나길 바란다는 것이다.
// 카이져 김홍석 [사진제공=iSport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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