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야구의 전반적인 특징은 ‘투고타저’라고 할 수 있다. 총 312경기를 치른 현재, 경기당 평균득점은 4.25점으로 지난해의 4.53점에 비해 다소 하락했고, 2010년의 4.98점이나 2009년의 5.16점에 비하면 큰 폭으로 떨어진 수치를 기록 중이다.
최근 15년 동안 이보다 더 득점력이 저조했던 시즌은 2000년대 들어 ‘투고타저’ 현상이 가장 극심했던 2006년(경기당 평균 3.95점)이 유일했다. 게다가 올 시즌은 시간이 흐를수록 각 팀의 경기당 평균득점이 더욱 떨어지고 있어 투고타저 현상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
전반기까지 312경기에서 8개 구단 팀들이 기록한 경기당 평균득점은 4.37점이었다. 삼성이 경기당 평균 4.94점을 기록하며 5점에 육박하는 강한 공격력을 자랑하고 있었고, 넥센 역시 막강 홈런포를 앞세워 평균 4.71점으로 삼성의 뒤를 따랐다. 8개 구단 중 4점 이하의 득점력을 보인 팀은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후반기 들어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후반기 들어 치른 107경기에서 각 팀들의 평균득점은 3.89점으로 전반기에 비해 거의 0.5점 가까이 하락했다. 이는 2006시즌의 후반기 평균득점(3.90)과 비슷한 수준이다. 현재 8개 구단 가운데 후반기 평균 득점이 4점에 못 미치는 팀이 무려 4팀이나 된다.
가장 큰 폭으로 득점력이 떨어진 팀은 넥센이다. 넥센은 후반기 들어 평균 3.12점의 빈약한 공격력에 시달리고 있으며, 전반기에 비해 득점력이 무려 1.59점이나 하락했다. 전반기 득점 2위의 팀이 후반기 들어서는 최하위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롯데 역시 후반기 들어 평균득점이 0.86점이나 하락했고, 두산도 비교적 하락 폭이 큰 편이다.
삼성이 후반기 들어서 1위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는 득점보다 실점의 하락 폭이 더 컸기 때문이고, 최근 들어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는 SK는 후반기 들어 전반기보다 평균득점이 올라간 유일한 팀이다. 전반기에는 경기당 평균 5점 이상을 허용했던 한화도 후반기 들어서는 실점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 결과 올 시즌은 유독 한 점차 승부가 많고, 승부가 불펜 싸움 끝에 결정지어지는 경우도 많다. 반면 화끈한 타력전은 점점 보기 어려워 지고 있다. 4월부터 6월까진 매월 10번 이상씩 나왔던 10득점 경기도 7월에는 8번, 8월에는 현재까지 7번만 나왔을 뿐이다.
이와 같은 급격한 투고타저의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16명의 외국인 선수 엔트리가 모두 투수로 구성되었다는 점을 첫 손에 꼽고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후반기의 뚜렷한 득점력 저하를 설명하기 힘들다. 그래도 이런 분위기 속에 역대 최다 관객 동원을 눈앞에 두고 있는 만큼, 득점이 줄어들면 팬들의 흥미도 떨어진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재고의 여지가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와 같은 ‘투고타저’ 현상이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란 점이다. 일본은 지난해 통일구를 도입한 이후 시작된 극심한 투고타저 현상으로 인한 각종 부작용들이 제기되고 있고, 메이저리그 역시 투고타저 열풍 속에 지난해까지 130년 역사 속에 20번밖에 나오지 않았던 퍼펙트 게임이 올 시즌에만 3번이나 나와 화제를 모았다.
// 카이져 김홍석 [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한화 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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