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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2012 프로야구는 1번 타자 ‘수난 시대’

by 카이져 김홍석 2012. 8. 31.

올 시즌 프로야구의 대표적인 특징은 투고타저라는 한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2006년 이후 타자들의 활약이 가장 미미한 반면, 투수들은 좋은 성적을 거두며 펄펄 날고 있다. 3점대 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인 구단이 5팀이나 될 정도. 그로 인해 30개 미만 홈런왕의 탄생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 쳐지고 있다.

 

그 와중에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은 각 팀의 1번 타자들이다. 두산 이종욱, SK 정근우, 롯데 전준우, LG 이대형 등 프로야구 각 구단을 대표하던 각 팀의 1번 타자들이 올 시즌 단체로 부진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현재 타율 순위를 살펴봐도 그러한 현상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규정타석을 채운 40명의 타자들 가운데 가장 타율이 낮은 선수는 두산의 이종욱(.230)이다. 그 앞이 지난해 우승팀 삼성의 톱타자로 맹활약하며 신인왕까지 수상했던 배영섭(.236)이고, 전준우(.256)와 정근우(.255)가 각각 36위와 37위에 랭크되어 있다.

 

이종욱은 두산 육상부의 주장이었고, 공격의 첨병이었다. 데뷔 후 지난해까지 통산 타율 3할을 기록 중이던 이종욱의 갑작스런 부진은 두산의 공격력을 크게 약화시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지난 2년 동안 역대급 화력을 보여준 롯데의 장타력 넘치는 1번으로 맹활약했던 전준우의 부진도 의외다. 그의 성장세가 이대호의 빈자리를 조금이나마 대신해줄 것으로 예상했던 팬들이 많았기에 더더욱 그렇다.

 

가장 의외인 건 역시 정근우다. 정근우는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하는 등 5년 간의 통산 타율이 .320에 달했다. 이는 같은 기간 동안 이대호(.331), 홍성흔(.330), 김현수(.324)에 이어 4번째로 높은 기록이었고, 각 팀의 1번 타자 중에는 단연 최고였다. 그랬던 정근우가 올해는 월간 타율조차 3할을 넘긴 달이 없었고, 8월에는 1할대 빈타에 허덕이고 있다.

 

한때 프로야구를 대표하던 대도이대형은 올 시즌 .166의 초라한 타율을 기록, 경기에 제대로 출장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벌써 3번이나 2군에 내려갔다 왔고, 트레이드 마크인 도루도 18개에 불과하다. 이미 팀의 1번 타자 자리에서 밀려난 지 오래인데, 이대형 대신 현재 LG의 톱자자로 출장하고 있는 오지환의 타율은 .254로 전체 38위다.

 

지난해 한화의 1번 타자로 좋은 활약을 펼쳤던 베테랑 강동우도 .253의 부진한 타율을 기록하다 현재 2군에 내려간 상태고, 최근 규정타석 미달로 타율 순위에서 제외됐다. 넥센은 전반기까지 1번 타자로 번갈아 출장하던 정수성과 장기영이 모두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고, 그를 대신해 1번 타자의 중책을 맡은 서건창은 후반기 들어 .234의 나쁜 타율을 기록하며 시즌 기록을 자꾸만 까먹고 있다.

 

이처럼 리그를 대표하는 1번 타자들은 단체로 부진에 빠졌고, 그들을 대신해 1번 타순에 들어간 선수들마저 방망이가 식어가고 있는 묘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그나마 제 몫을 해주고 있는 선수가 득점(75)과 도루(35)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KIA의 이용규인데, 현재 기록 중인 .279의 타율은 그의 이름값에 비춰봤을 때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하다.

 

3할을 때리는 1번 타자가 한 명도 없는 기이한 현상 속에 도루왕 경쟁도 아주 싱겁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 이용규가 2위 박용택(26)을 큰 차이로 앞서며 도루왕 등극이 확실시 되고 있는데, 이처럼 도루왕 타이틀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는 시즌도 오랜만이다.

 

역대 가장 적은 개수로 도루왕에 오른 이는 1984년의 김일권(41)이었는데, 당시는 팀 당 100경기를 치르던 시절이었다. 126경기 이상을 치르게 된 이후로는 1998년의 정수근이 44개로 최소 기록을 가지고 있는데, 어쩌면 올해 그 기록이 새롭게 쓰여질 지도 모르겠다.

 

// 카이져 김홍석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SK 와이번스, KIA 타이거즈]

 

☞ 이 글은 <마니아리포트>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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