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가 대망의 플레이오프 진출까지 1승만을 남겨두고 있다. 1차전에서는 타선에서의 집중력을 발휘해 수비에서의 실책을 만회했고, 2차전에서는 수비에서 한층 나아진 모습을 과시하며 치열한 투수전에서 감격의 승리를 맛봤다. 적지에서의 기분 좋은 2연승. 이제 롯데는 남은 3경기 가운데 1승만 더 따내면 ‘13년만의 포스트시즌 시리즈 승리’라는 감격을 누릴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롯데 팬들의 표정에는 일말의 근심이 남아 있다. 다름 아닌 2010년의 뼈아픈 기억이 아직도 뇌리 속을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는 2010년 준플레이오프에서 마찬가지로 두산을 상대로 잠실에서 2승을 거뒀지만, 이후 남은 3경기를 모두 패하며 탈락의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역대 5전 3선승제의 포스트시즌 시리즈에서 ‘2연승 후 3연패’의 케이스는 딱 2번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2010년의 롯데였다.
▲ 불안한 수비, 그러나 강력해진 불펜!
롯데는 지난 4년 동안 3번의 준플레이오프와 1번의 플레이오프를 치르면서 모두 최종 승자가 되지 못했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부분은 ‘수비 집중력 상실’과 ‘불안한 불펜’이었다. 매년 똑 같은 문제가 지적됐음에도, 지난해까지는 매년 이 부분을 해결하지 못했었다.
올해도 수비 부분에 있어서는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롯데는 1차전에서 무려 4개의 실책을 저지르며 자멸할 뻔했다. 다행히 박준서의 동점 홈런으로 경기 흐름이 바뀌면서 재역전승을 거두긴 했지만, 만약 대량 실책으로 인해 경기에서 졌다면, 분위기상 그대로 3연패로 탈락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다행스런 점은 2차전에서는 물 샐 틈 없는 깔끔한 수비를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특히 유격수 문규현과 3루수 황재균은 연거푸 놀라운 수비를 계속해서 보여줬고, 내야 수비 전체를 안정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롯데는 지난 3년 간 주전의 교체가 가장 적은 팀 중 하나다. 그만큼 손발을 오래 맞춰 온 선수들이라 좋은 흐름이 이어지면 기가 막힌 수비를 보여주기도 한다. 남은 경기에서도 수비에서 얼마나 짜임새 있는 모습을 보여주느냐가 최대 관건이다.
2010년의 롯데와 올해의 롯데가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바로 불펜이다. 2010년 당시 롯데는 3.30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임경완이 불펜 에이스 역할을 담당했고, 김사율(3.75)이 그 뒤를 받쳤다. 수적으로나 질적으로나 크게 부족한 상황이라 항상 뒷문이 불안했다.
그러나 올해의 롯데는 다르다. 김성배(14홀드 3.21), 최대성(17홀드 3.59), 이명우(10홀드 2.56), 이승호(3.70), 강영식(10홀드 3.89) 등이 버틴 허리 라인은 8개 구단 최고 수준이며, 정규시즌 동안 마무리 투수로 맹활약한 김사율(34세이브 2.98)도 있다. 무엇보다 다소 늦게 합류했지만 올 시즌 0.64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정대현의 존재감은 포스트시즌 들어 더욱 빛나고 있다.
1,2차전에서 모두 세이브를 기록한 정대현의 안정감은 양팀 불펜을 통틀어 단연 독보적이다. 2차전 9회 말 무사 1루의 위기에서 구원 등판해 병살타와 뜬공으로 경기를 끝내는 등, 그간 롯데의 가을잔치에서 볼 수 없었던 믿을 수 있는 마무리의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홍상삼이 무너지고 프록터는 등판조차 하지 못한 두산 불펜과 가장 비교되는 부분이다.
▲ 이대호의 빈 자리, 참을성 있는 승부 펼쳐야…
2010년의 롯데는 ‘타격 7관왕’ 이대호를 필두로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강력한 타선을 보유한 팀 중 하나였다. 그 타력의 힘을 바탕으로 1,2차전을 승리로 따냈고, 3차전도 거의 승리를 따낼 뻔했다. 투수들이 4,5차전에서 허무하게 무너지는 바람에 탈락의 고배를 마셨지만, 2010년 당시의 롯데는 5경기 전부 4점 이상을 얻는 등 꾸준히 좋은 득점력을 보여줬었다.
2010년과 달리 올해의 롯데에는 이대호가 없다. 그의 빈자리를 대신해줄 것이라 여겼던 전준우와 손아섭의 장타력은 작년보다 큰 폭으로 떨어졌고, 정규시즌 동안 19개의 홈런을 터뜨린 강민호는 거듭된 부상으로 인해 타격감이 나쁘고, 경기 출장 여부도 불투명하다.
그래도 롯데는 타력에서의 해법을 나름 찾아가고 있다. 1차전에서는 니퍼트의 제구력이 나쁘지 않았음에도 끈기 있게 공을 보고 기다리는 타격으로 많은 볼넷을 얻어내면서 선취점을 얻었고, 박준서와 용덕한, 문규현 등이 타선의 해결사로 떠오르며 1,2차전 경기를 모두 잡아냈다.
올해의 롯데는 2010년보다 한층 투수력이 강해졌다. 따라서 타격에서 지향해야 할 것도 ‘대량득점’이 아닌 ‘승리에 필요한 1점’이다. 그렇다면 1,2차전에서 보여준 타석에서의 참을성 있는 모습을 3차전에서도 이어갈 필요가 있다. 그 동안의 롯데는 누군가 큰 것 한 방을 터뜨리면 나머지 타자들도 덩달아 스윙이 커지는 경향이 있었는데, 바로 그 점을 경계하는 것이 남은 경기에서도 중요한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2010년의 롯데는 투수력이 약한 팀이었고, 두산은 롯데와 견줄 수 있을 정도의 강타선을 보유한 팀이었다. 그러나 올해의 롯데는 투수력이 한층 강해졌고, 지금의 두산 타선은 기동력과 장타력이 2년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해진 상황. 롯데가 수비에서의 집중력만 잃지 않는다면, 2년 전과 같은 악몽이 되풀이될 확률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지난 4년 동안 롯데는 매년 ‘올해만큼은 다르다’를 외쳤지만, 결과는 항상 똑같았다. 7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2008년에도, 사상 처음으로 단일리그 2위를 차지하며 4년 연속 가을잔치에 참가했던 작년에도, 롯데는 단 한 계단도 오르지 못하고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과연 올해만큼은 달라졌다는 것을 실력으로 증명할 수 있을지, 롯데의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다.
// 카이져 김홍석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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