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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롯데 타선, PO에서도 ‘기다리면’ 된다!

by 카이져 김홍석 2012. 10. 16.

SK 와이번스 이만수 감독이 예상치 못한 선발 예고로 플레이오프(이하 PO) 미디어데이 행사장을 술렁이게 했다. 대다수의 기자와 전문가들은 송은범이나 윤희상을 예상하고 있었는데, 정작 이만수 감독이 PO 1차전 선발로 예고한 선수는 김광현이었다.

 

김광현은 SK의 에이스다. 그런 그가 1차전 선발로 예고되었음에도 행사장이 술렁였던 것은 지난 2년 동안 김광현이 보여준 모습은 에이스란 칭호와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 데뷔하자마자 팀의 우승에 적지 않은 공을 세웠고, 2008년부터 2010년까지는 류현진(한화)도 하지 못한 3년 연속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작년과 올해의 김광현은 아쉬움만 가득했다.

 

2011년에 4 6패 평균자책 4.84의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던 김광현은 올 시즌에도 8 5 4.30이란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을 거뒀다. 팀 타선과 불펜의 도움으로 제법 많은 승수를 얻었지만, 투구내용은 실망스러웠고, 그런 김광현이 1차전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더욱이 1차전 매치업 상대인 롯데 선발은 올 시즌 최고의 좌완 에이스인 쉐인 유먼(13 7 2.55)이다.

 

롯데 타선, 이번에도 기다리면된다!

 

롯데가 준플레이오프에서 두산을 이길 수 있었던 건 공격에서의 나름 해법을 찾았기 때문이다. 특히 1~2차전에서는 기다리는 타력으로 상대 원투펀치였던 니퍼트와 노경은을 일찍 마운드에서 끌어내린 것이 효과를 봤다.

 

매년 포스트시즌에서 성급한 타격으로 상대 투수의 투구수를 줄여주던 롯데 타자들이 올해는 끈질기고 참을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결과 니퍼트는 1차전에서 6이닝 동안 108구를 던지고 내려갔고, 노경은 역시 6이닝 만에 107개를 던졌다. 이닝 소화 능력이 탁월한 두 투수를 예상보다 일찍 끌어내린 롯데는 결국 자신 있던 불펜 싸움 끝에 경기에서 이길 수 있었다.

 

이번 PO 1차전에서도 동일한 작전이 통할 가능성이 크다. 김광현은 리그 정상급 선발투수 치고는 사사구가 상당히 많은 편이기 때문. 김광현은 위력적인 구위를 통해 상대 타선을 윽박지르는 스타일이지만, 제구력 자체가 탁월한 편은 아니다. 따라서 상대 타자들이 서두르지 않고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면 사사구 남발로 자멸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게다가 김광현은 작년 포스트시즌에서도 팀의 1선발로 중용되었지만, 정작 기대에 부응한 경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PO부터 한국시리즈까지 4번이나 선발로 등판했지만, 5이닝을 버틴 경기가 단 한 번도 없었을 정도.

 

윤석민(KIA)과의 맞대결로 기대를 모았던 준PO 1차전에서는 4이닝 4피안타 3사사구 1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고, 롯데와의 PO 1차전(3이닝 8피안타 3사사구 4실점) 5차전(1이닝 2피안타 2사사구 1실점), 그리고 한국시리즈 4차전(3이닝 4피안타 3사사구 3실점)에 이르기까지 전부 부진했다. 4경기에서 12이닝 동안 18개의 안타를 맞았고, 무려 11개의 사사구를 남발하며 9실점, 1승도 따내지 못한 채 2패만 기록했다.

 

이렇듯 이미 롯데는 지난해 PO에서 김광현을 두 번이나 무너뜨린 경험이 있다. 당시에도 김광현은 사사구를 남발하며 스스로 무너졌고, 오래 버티지 못하고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지난해 롯데가 SK에게 무릎을 꿇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이렇게 김광현을 무너뜨린 두 경기를 불펜 싸움 끝에 모두 상대에게 내줬기 때문인데,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벌떼 야구로 대변되는 SK의 불펜은 올해도 강력하다. 하지만 그 강함이 박희수와 정우람, 두 명의 좌완투수에게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다. 전반적인 불펜의 무게감은 작년보다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며, 그 가장 큰 원인은 현재 롯데 유니폼을 입고 있는 정대현과 이승호의 빈 자리 때문이다.

 

그와 반대로 작년까지 리그 최약체로 꼽혔던 롯데 불펜은 올 시즌 전혀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김사율, 이명우, 김성배, 최대성 등이 제 몫을 해주고 있으며, PO MVP에 빛나는 정대현의 존재감은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작년에는 상대 선발을 일찍 무너뜨리고도 불펜 싸움에서 밀리고 말았지만, 올해는 자신이 있다.

 

SK의 경우 선발투수가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내려가면 불펜 운용이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박희수와 정우람은 얼마든지 2이닝씩을 소화할 수 있는 스테미너 넘치는 투수들이지만, 단기전에서 핵심 투수들을 그렇게 기용했다간 이후의 경기에 지장이 있을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롯데는 양적-질적으로 풍부한 불펜진을 중심으로한 양떼 야구가 가능하다. 게다가 롯데의 1차전 선발 유먼은 이닝 소화능력도 탁월하다.

 

시리즈 전체의 향방과는 관계없이, 적어도 1차전의 승부는 롯데가 좀 더 유리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그리고 유먼과 송승준의 원투펀치를 제외하면 3~4선발이 매우 약한 롯데로선 어떻게든 에이스가 등판하는 1차전을 승리로 장식해야만 한국시리즈 진출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PO에서 달라진 타격 자세로 상대 투수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던 롯데 타자들이 이번에도 기다림의 미학을 보여줄 수 있을까. 지난해의 설욕을 노리는 롯데 자이언츠의 또 다른 도전이 이제부터 곧 시작된다.

 

// 카이져 김홍석 [사진제공=SK 와이번스, 롯데 자이언츠]

 

☞ 이 글은 <마니아리포트>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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