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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포인트 이야기

‘위대했던’ 김응용 감독, 밥그릇 앞에서 초라했다!

by 카이져 김홍석 2012. 10. 26.

영웅이든 스타든,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자기 밥그릇이다?

 

한화 이글스의 김응용 신임 감독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충분히 그럴 만했다. 사내 대장부로서, 그리고 야구계의 대선배로서, 자신의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며 한 입으로 두 말을 했으니 팬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더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올 시즌 프로야구 최고의 이슈 중 하나는 해외진출 최소 자격기준인 7년을 채운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진출 여부다. 시즌이 한창 진행되던 중에도 이에 대한 논의는 끊이지 않았고, 당시 야인신분이던 김응용 감독은 9 13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야구 선배로서 류현진의 이른 MLB행을 적극 지지한다는 말을 한 바 있다.

 

김응용 감독은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에 빛나는 한국 프로야구 역대 최고의 업적을 남긴 인물이다. 그런 대선배의 지지는 진작부터 해외 진출을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던 류현진에게 있어 큰 힘이 되었을 터. 당시 류현진의 MLB행을 적극 지지하던 팬들 역시 김응용 감독의 발언에 환영의 뜻을 나타낸바 있다.

 

그러나 입장이 바뀌자 생각도 달라졌던 것일까? 김응용 감독은 지난 10 8일 한화의 제9대 사령탑으로 취임했고, 그때부터 말을 아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근 들어 류현진의 MLB 이적을 허락할 수 없다고 선언, 졸지에 한 입으로 두 말 한 치졸한 남자가 되고 말았다. 자신이 류현진의 해외 진출을 지지한다고 말한 지 이제 겨우 40일 정도가 지난 시점이었다.

 

이를 지탄하는 팬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 당사자인 류현진 역시 절망할 수밖에 없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다.

 

야구계 선배의 입장에서 류현진의 MLB 진출을 지지했던 김응용 감독이 한화의 사령탑이 되었다고 하여 이처럼 하루아침에 태도를 바꿀 줄은 생각지 못했다. 아니 몰랐다기 보단, 그러지 않길 바랬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과거 김응용 감독이 그라운드에서 보여주었던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기억하는 팬들이라면, 누구나 다 김응용 감독은 다를 거야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으리라.

 

하지만 그 역시 자신의 밥그릇 앞에선 작아질 수밖에 없는 남자였던 것일까. 스스로의 입장이 바뀌고, 내년 시즌 한화의 구상을 위해서 류현진이란 존재가 필요하다는 걸 깨닫게 되자, 김응용이라는 야구계의 거인조차도 말을 바꾸고 말았다.

 

구단의 필요에 의한 것이었지만, 어쨌든 한국 프로야구에서 5년만 뛰고 일본으로 진출했던 이종범 역시 한화의 신임 주루코치로 임명되자 “9년을 채워서 확실한 FA가 된 후 가는 게 낫다고 말해 류현진의 가슴을 아프게 만든바 있다. 레전드급 감독과 레전드급 스타플레이어도 류현진이 속한 팀의 감독과 코치가 되자 생각이 달라지고 말았다.

 

결국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한국 프로야구의 발전이나 후배의 앞날에 대한 걱정이 아니었다. 그들에게 중요한 건 어디까지나 자기 자신의 밥그릇 지키기였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야구 팬들은 가슴 속 영웅의 초라한 현재에 실망을 금치 못하고 있다. 입만 열면 야구계의 미래를 걱정하던 이들이 자신의 처한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는 모습은 환멸이 느껴질 정도다.

 

김응용 감독이 류현진의 진출 불가를 선언한 이후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은 조심스럽게 류현진 자신을 위해서라도 빨리 해외로 나가는 것이 좋다는 뜻을 밝혔다. 만약 김성근 감독이 김응용 감독과 같은 입장이었다면, 그래도 이렇게 말할 수 있었을까? 김성근 감독이라면 다를 것이라 믿고 싶지만, 그건 김응용 감독 역시 마찬가지였기에 확신하긴 어렵다.

 

물론,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바라는 것도 지극히 개인의 꿈을 위해서다. 2년 일찍 진출할 수 있길 바라는 것도 그래야 성공 확률이 좀 더 높아지기 때문. 하지만 류현진과 김응용 감독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류현진의 해외 진출은 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류현진의 꿈은 개인의 차원을 넘어 야구팬들의 공통된 꿈이 되었다.

 

현재로선 그 꿈이 일단 꺾일 가능성이 크다. 희망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고 2년 후로 밀리는 것뿐이지만, 투수의 어깨가 소모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2년 후의 류현진이 MLB에서 얼마나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적어도 그 2년이 류현진의 성공 가능성을 크게 떨어뜨리는 아쉬움의 시간이 될 것이란 사실만은 분명해 보인다.

 

// 카이져 김홍석 [사진제공=iSportsKorea, 제공된 사진은 스포츠코리아와 정식계약을 통해 사용 중이며, 무단 전재시 법적인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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