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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괴물' 류현진의 가치는 2년간 110억원 이상?

by 카이져 김홍석 2012. 10. 29.

한화 구단, 류현진 문제에 대해 좀 더 냉정할 필요 있다!

 

지난해 오프시즌 최대의 화두는 FA 자격을 획득한 이대호의 거취 문제였다. 결국 일본 무대로 진출하면서 일단락됐지만, 롯데 구단이 이대호에게 4년간 100억을 배팅했다는 소식은 또 다른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다.

 

이대호는 당대 최고의 강타자다. 이만수, 장효조, 장종훈, 양준혁, 이승엽의 뒤를 잇는 한국 프로야구 역대 최고 수준의 타자 중 한 명으로, 그 가치는 두 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 그에 따라 책정된 몸값도 그에 걸맞은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그렇다면 그와 더불어 2006년 이후 프로야구계의 투-타를 양분한 류현진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이미 시작된 올해 오프시즌의 최대 화두는 류현진의 해외진출 여부다. 올 시즌까지 7년을 채운 류현진은 구단 동의 하에 해외로 진출할 수 있으며, 본인의 의지 또한 강력하다. 게다가 상당수의 야구팬들이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한화 구단은 아직까지 확실한 입장을 표시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새로 부임한 김응용 신임 감독이 야인일 때와 달리 말을 바꿔 류현진의 해외 진출에 난색을 표하면서 문제가 더욱 복잡해진 상황이다.

 

그렇다면 과연 한화 구단은 류현진의 가치를 어느 정도로 생각하고 있기에 그의 해외 진출 여부를 놓고 고민하는 것일까? 류현진은 아직 FA가 아니다. 따라서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야 하고, 그럴 경우 한화 구단은 상당한 액수의 이적료(포스팅 금액)를 챙길 수 있다.

 

이미 다수의 메이저리그 구단이 관심의 뜻을 나타냈고, 포스팅 금액이 1,000만 달러 이상일 것이라는 액수에 관한 구체적인 언급도 나왔다. 1,000만 달러면 우리 돈으로 약 11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금액이다. 그 정도면 류현진을 떠나 보내는 대가로 결코 적지 않은 액수다.

 

만약 이번에 메이저리그 진출을 허락하지 않는다 해도, 류현진이 앞으로 한화에 남을 수 있는 시간은 고작해야 2년이다. 2년 후면 류현진은 FA가 되어 해외 무대로 떠날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한화는 류현진을 2년 더 써먹기 위해 무려 110억원 이상의 돈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무리 류현진이 역대 최고 투수중 한 명이라 해도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

 

물론, 류현진의 가치를 단순히 그가 거두는 성적에 한정해서 생각할 순 없다. 류현진은 이미 한화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고,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최고의 선수라는 점에서 보여주는 성적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그런 류현진이기에 상당수의 야구팬들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더욱이 최근 4년간 3번이나 최하위에 그쳤던 한화는 리빌딩이 우선시되어야 할 구단이다. 그리고 110억원이라면 리빌딩을 위한 충분한 자금이 될 수도 있다. 110억원이면 FA 시장에서 좋은 선수를 2~3명은 영입하고도 남는 금액이며, 외국인 선수를 선발할 때도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

 

롯데가 십 수년 만에 포스트시즌 시리즈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한 수는 이대호의 잔류가 아닌 정대현의 영입이었다는 점도 떠올려볼 필요가 있다. 류현진은 팀의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최고의 선수지만, 그 한 명의 특급 에이스만으로는 마운드를 제대로 꾸려나갈 수 없다는 건 이미 지난 몇 년 동안의 결과로 증명되었다.

 

한화 팬들 중에는 올 시즌 한화가 예상보다 부진했던 이유로 김태균의 연봉을 꼽는 이들도 상당수 있었다. 지난해 수훈을 세운 선수들의 연봉 인상에는 인색했던 구단이 일본에서 도망치듯 돌아온 그에게 15억원이란 역대 최고 연봉을 약속한 것이 팀 분위기가 흐트러지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실제로 한화 소속의 선수들은 지난 연봉협상 당시 구단의 태도에 대해 섭섭함을 감추지 않았었다.

 

류현진 역시 마찬가지의 존재일 수 있다. 올 시즌 류현진이 좋은 피칭에도 불구하고 승수를 쌓지 못하는 일이 거듭되자, 한화의 동료 선수들은 팬들의 거센 질타에 시달려야만 했다. 구단이 있고 선수가 있는 것인데도, 한화 구단은 마치 류현진을 위한 구단인 것처럼 여겨졌고, 동료 선수들은 류현진의 승리를 방해한 배신자취급을 받았다.

 

류현진은 구단과 동료들을 위해 열심히 하는 것뿐이지만, 그의 의도나 노력과는 관계없이 류현진의 존재 자체가 한화의 동료 선수들에게는 부담스런 존재일 수도 있는 것이다. 유독 류현진이 등판하는 경기에서만 한화 야수들의 손발이 어지러워지고 타격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것도 그러한 부담감에서 기인한 것이라면 이해가 된다.

 

과연 류현진이 2년을 써먹기 위해 110억원을 포기할 만큼 가치 있는 선수일까, 그리고 한화의 리빌딩을 위해서 류현진이라는 슈퍼스타의 존재가 필수적인 것일까. 다양한 의문점을 남겨둔 채 오프시즌의 폭풍이 예고되고 있다. 과연 한화 구단의 최종 선택은 무엇일까?

 

// 카이져 김홍석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P.S. 이 포스팅을 올린지 4시간만에 한화 구단에서 류현진의 MLB 포스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군요. 정말 잘 한 결정이라고 봅니다. 일단 금액을 받아본 후 기준에 못 미치면 그때 잔류시켜도 될 테니까요. 류현진의 도전, 꼭 이뤄지길 기대해 봅니다.

 

☞ 이 글은 <마니아리포트>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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