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게 될 류현진과 추신수는 아직까지 우승 경험이 없다. 류현진은 한국에서 2006년 데뷔한 후 7년 동안 우승과 연을 맺지 못했고, 2007년을 마지막으로 가을잔치에 나서지 못했다. 추신수는 아예 포스트시즌 무대에 서본 경험조차 없다.
이번에 류현진이 입단한 LA 다저스와 추신수가 이적한 신시네티 레즈는 모두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명문 구단들이며, 나란히 올 시즌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강호라는 공통점이 있다. 따라서 다가올 시즌을 기다리는 한국의 야구팬들은 이들 두 팀의 우승 여부에도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 ‘공룡구단’ 다저스, 타자들의 부상 회복이 관건!
다저스는 올 시즌 선수단 연봉 총액이 무려 2억 달러가 넘는다. 양키스를 제치고 리그에서 가장 몸값 높은 구단이 되었고, 4명의 ‘2000만 달러 사나이’를 보유하고 있다. 투수진에는 사이영상 수상자 출신이 2명, 타선에서는 해당 포지션에서 최고 기량을 꼽히는 선수들이 4명이나 된다. 이 팀의 목표는 당연히 월드시리즈 우승이고, 선수들의 이름값만 놓고 본다면 우승하지 못하면 이상할 정도로 막강하다.
2011년 내셔널리그(NL) 사이영상 수상자인 클레이튼 커쇼와 2009년 아메라칸리그(AL) 사이영상 수상자인 잭 그라인키가 원투펀치로 나선다. 그 외에도 류현진, 조쉬 베켓, 채드 빌링슬리, 애런 하랑, 테드 릴리, 크리스 카푸아노 등 3점대 이하의 평균자책점으로 10승을 따낼 수 있는 투수들이 수두룩하다.
타선은 더욱 화려하다. 중견수 맷 켐프와 1루수 애드리언 곤잘레스, 좌익수 칼 크로포드는 연평균 2000만 달러가 넘는 연봉이 말해주듯 해당 포지션에서 리그 정상급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다. 거기에 현역 최고의 유격수로 꼽히는 헨리 라미레즈와 수준급 강타자인 안드레 이디어가 상위타선을 책임질 전망.
켐프와 곤잘레스는 40홈런이 가능한 선수들이고, 라미레즈와 이디어 역시 30홈런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다. 켐프, 곤잘레스, 이디어, 크로포드는 골드글러브 수상 경력이 있는 리그 정상급 수비수이기도 하다. 하위타선에 포진할 선수들 역시 두 자릿수 홈런이 가능한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다저스가 우승을 차지하지 못하는 게 신기하게 여겨질 정도다. 그러나 다저스는 작년에도 5월까지 32승 19패로 메이저리그 전체 1위의 승률을 기록하다가 이후의 111경기에서 54승 57패의 부진에 빠지며 포스트시즌 탈락의 고배를 마신바 있다. 가장 큰 원인은 타자들의 부상이었다.
올해 역시 다저스는 주력 선수들의 부상과 회복 여부가 최대의 관심사다. 켐프와 크로포드 등 부상에서 회복해서 돌아오는 선수들이 자신의 원래 기량을 발휘해줄 수 있느냐가 이 팀의 올 시즌 성적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엄청난 금액을 투자한 만큼 ‘반드시 우승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어떻게 이겨내느냐 역시 돈 매팅리 감독과 선수단이 풀어야 할 숙제다.
▲ ‘젊은 팀’ 신시네티, 추신수가 마지막 퍼즐이 될 수도…
신시네티는 지난해 정규시즌에서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가운데 2번째로 많은 97승(65패)을 거뒀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디비즌시리즈에서 먼저 2승을 따내고도 나머지 3경기를 모두 내주는 역스윕을 당하면서 탈락, 22년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이란 목표를 허무하게 날려버리고 말았다.
올 시즌을 준비하는 신시네티의 장점은 작년의 주력 멤버들이 거의 그대로 남아 있다는 점이다. 이 팀은 지난해 리그 1~2위를 다투는 투수력을 바탕으로 좋은 성적을 거뒀고, 타력 역시 평균 이상이었다. 여기에 추신수라는 걸출한 타자가 더해졌으니 올 시즌 성적이 더욱 기대되는 상황이다.
선발진은 재작년부터 에이스로 거듭난 자니 쿠에토(19승 9패 2.78)를 중심으로 맷 라토스(14승 4패 3.48)와 호머 베일리(13승 10패 3.68), 브론슨 아로요(12승 10패 3.74)까지 4명의 10승 투수가 로테이션에 그대로 남는다. 여기에 지난해 1.51의 평균자책점으로 38세이브를 거둔 ‘쿠바 특급’ 아롤디스 채프먼이 선발로 변신할 예정이다. 채프먼의 광속구가 선발 마운드에서도 위력을 발휘한다면 신시네티의 선발 로테이션은 그 어떤 팀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다.
채프먼이 빠졌지만 지난해 불펜 평균자책점 리그 1위(2.65)를 기록했던 신시네티의 구원진은 올해도 강하다. 마무리 자리는 재작년까지 다저스의 뒷문을 책임졌던 조나단 브록스턴이 맡는다. 작년에도 2.48의 평균자책점으로 27세이브를 거뒀던 브록스턴의 존재가 있었기에 채프먼의 선발 전향이 가능했다. 리그 정상급 셋업맨인 션 마샬을 중심으로 한 불펜도 수준급.
강타선으로 이름 높았던 신시네티가 지난해 득점력에서 중위권에 머물렀던 것은 팀 내 최고타자인 조이 보토(14홈런 56타점 .337)가 부상으로 50경기 이상 결장했기 때문이다. 대신 2년 연속 30홈런을 기록한 제이 브루스(34홈런 99타점)를 포함해 15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한 선수가 5명이나 된다.
보토는 풀타임으로 활약하면 얼마든지 30홈런 100타점이 가능한 선수. 여기에 20홈런-20도루가 가능한 추신수가 공격의 첨병 역할을 할 예정이다. 추신수의 가세로 인해 신시네티는 다시금 리그 정상을 다투는 강타선으로 거듭난 셈. 추신수-보토-브루스를 중심으로 한 타선이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그 파급력은 더욱 커질 수도 있다.
더스티 베이커 감독은 비록 아직까지 월드시리즈 우승 경험이 없지만, 지금까지 올해의 감독상을 3번이나 수상한 명장이다. 신시네티는 리그에서 비교적 평균 연령이 어린 팀에 속하고, 20대 중반의 젊은 선수들이 팀의 중심이다. 이들이 어떤 성장세를 보여주느냐가 올해 신시네티의 우승 여부를 결정지을 가능성이 크다.
신시네티는 당장 지난해 다저스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거뒀었고, 올해 역시 추신수라는 확실한 전력 보강 요인을 가지고 있다. 선수들의 이름값이나 몸값은 다저스에 비해 부족할지 몰라도, 당장의 지닌바 전력은 조금의 모자람도 없다.
확실한 건 두 팀 모두 포스트시즌에 진출할만한 힘과 가능성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고, 신시네티와 다저스 중 한 팀이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다 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이다. 어쩌면 한국 팬들은 당장 올 가을 류현진과 추신수가 포스트시즌에서 투타 대결을 펼치는 흐뭇한 장면을 실제로 보게 될 지도 모른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MLB.com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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