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31)의 2013시즌 연봉이 737만5천 달러로 결정되었다. 추신수와 신시네티 레즈 구단은 연봉조정 신청을 피해 이와 같이 계약했다. 당초 구단 측이 제시했던 연봉은 675만 달러, 추신수가 요구했던 금액이 800만 달러였음을 감안하면 양측은 정확히 그 중간점에서 합의를 본 것이다.
추신수는 올 시즌을 무사히 소화하면 시즌 종료 후 FA가 된다. FA가 되기 전에는 아무리 기량이 좋아도 최고 수준의 대우를 받기 어렵다는 메이저리그의 특성상, 6년차 선수의 연봉이 700만 달러를 넘어간다는 것은 그 선수가 빅리그에서도 인정받는 뛰어난 기량을 갖추고 있다는 뜻과 같다.
며칠 전 MLB.com의 한 칼럼니스트는 신시네티 레즈의 올 시즌 전력을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가운데 3번째로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신시네티의 올 시즌 선수단 연봉 총액은 약 9800만 달러 정도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는 30개 팀 가운데 14위 정도로 예상된다. 신시네티가 젊은 선수들을 주축으로 리빌딩에 성공한 모범사례임을 여기서 알 수 있다.
추신수가 받는 737만5천 달러는 팀 내에서 6번째로 많은 액수다. 메이저리그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선발투수와 클린업 트리오가 좋은 대우를 받는 편이다. 따라서 추신수의 팀 내 위상은 다른 팀의 1번 타자보다 좀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책임감도 크다는 뜻이다.
신시네티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는 1루수 조이 보토(30)다. 2010시즌 내셔널리그(NL) MVP이기도 한 보토는 그 후 3년간 3800만 달러의 계약을 맺었는데, 올해가 그 마지막으로 1700만 달러의 연봉을 받게 되어 있다. 3년 동안 분할해서 지급받기로 한 사이닝보너스까지 합치면 실질적인 연봉은 1900만 달러가 되며, 이미 지난해 4월에 내년부터 시작되는 10년간 2억2500만 달러의 초대형 연장계약에 합의한 상태다.
2006년 신시네티에 몸 담은 이후 7년 동안 91승을 거둔 브론손 아로요(36)가 1150만 달러로 팀에서 두 번째로 몸값이 높다. 보스턴에서 뛸 당시 김병현과 선발 자리를 두고 다투기도 했던 아로요는 현재 매년 200이닝 이상과 두 자릿수 승리를 책임져주는 수준급 선발요원으로 자리잡았다.
공-수-주를 모두 겸비한 수준급 2루수인 브랜든 필립스(32)의 올 시즌 연봉은 1000만 달러다. 2012년부터 시작되는 6년간 7250만 달러의 장기계약이 진행 중이며, 2006년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된 후 연평균 20홈런 21도루 87득점 80타점을 기록 중이다. 성적만 놓고 보면 추신수와 아주 흡사한 편이라 차후 추신수의 계약 때 비교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2년 연속 30홈런을 기록한 외야수 제이 브루스(26)는 올해 750만 달러를 받는다. 추신수와 마찬가지로 올해로 풀타임 6년차가 되지만, 이미 2011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팀과 6년간 5100만 달러의 장기계약에 합의한 바 있다. 브루스는 2008년 데뷔 당시 메이저리그의 유망주 전문 사이트인 <베이스볼 아메리카>에서 랭킹 1위로 선정된 특급 신인 출신. 당시의 기대치에 비하면 성장세가 다소 더딘 편이지만, 지난 2년 동안 66홈런을 기록하며 팀 타선에 힘을 더해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난해 19승 9패 평균자책점 2.78이라는 화려한 성적을 거두며 팀의 에이스로 우뚝 선 자니 쿠에토(27)가 올 시즌 740만 달러로 추신수보다 약간 많은 연봉을 받게 된다. 그 역시 2011년부터 시작된 4년간 2700만 달러의 계약이 진행중인 상태다.
이처럼 리그 정상급 거포와 에이스로 성장한 보토와 쿠에토 등 주력 선수들 중 상당수를 장기계약으로 붙잡아둔 것에서 신시네티 프런트의 뛰어남을 알 수 있다. 또한, 올 시즌 신시네티의 25인 로스터에 오르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30여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드래프트나 별도의 아마추어 계약을 통해 팀에서 자체적으로 키워낸 선수들이다.
타선의 양대 축인 보토와 브루스가 드래프트를 통해 선발된 선수들이고, 투수진의 핵심인 쿠에토는 아마추어 자유계약을 통해 영입한 케이스다. 유격수 잭 코자트(28), 3루수 토드 프레이저(27), 포수 라이언 해니건(33), 선발투수 호머 베일리(27) 등도 모두 신시네티가 자체적으로 키워낸 선수들이며, 이들의 연봉은 모두 합쳐 1000만 달러도 되지 않는다.
지금으로부터 23년 전인 1990년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신시네티는 1996년부터 2009년까지는 14년 연속 포스트시즌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하지만 2000년대 중후반부터 시작된 리빌딩이 착실하게 진행되었고, 2008년 지금의 월드 재커티 단장이 부임하면서 강팀으로 거듭나는데 성공했다.
2010년과 2012년 두 번의 도전에서는 모두 디비즌 시리즈에서 무릎을 꿇고 말았지만, 올해는 추신수의 영입과 부상에서 돌아온 보토의 합류 등으로 지난해보다 한층 강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선수단 연봉 총액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중간 수준에 불과하지만, 팀 전력은 당당히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수준이다.
추신수는 올 시즌을 무사히 소화하면 최소 연평균 1200만 달러 이상의 대형 FA 계약이 예상되고 있다. 그 동안의 실적도 충분하고, 스캇 보라스라는 에이전트도 든든하다. 따라서 추신수 스스로가 우승을 위해 팀에 남겠다고 선언하지 않는 이상 내년에도 신시네티에서 활약하게 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많은 연봉도 중요하지만 소속팀의 우승이라는 목표 역시 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커다란 포부 가운데 하나임에 틀림없다. 과연 추신수는 신시네티의 ‘우승을 위한 마지막 퍼즐’이 될 수 있을까? 우승과 연봉 대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리는 올 시즌 추신수의 활약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ML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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