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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WBC] ‘경우의 수’ 따지기 전에 호주부터 이겨야 한다!

by 카이져 김홍석 2013. 3. 4.

[33WBC 돌아보기] 2006년과 2009 WBC에서 우리나라 야구 대표팀이 팬들에게 가져다 준 선물 중에는 경우의 수를 계산하지 않아도 되는 해방감도 있었다. 1회 대회 때는 1~2라운드에서 6전 전승을 거두며 준결승에 진출했고, 더블 일리미네이션 방식이 적용된 2회 대회 때는 이겨야 하는 경기에서 모두 승리하면서 다음 라운드 진출권을 따냈다. 그런데 이번 대회에서는 첫 경기 직후부터 다양한 경우의 수를 떠올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리고 대만이 네덜란드를 꺾으면서 그 계산은 더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됐다.

 

[네덜란드 3 : 8 대만]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네덜란드가 대만 선발 왕야오린의 컨트롤 난조를 틈타 2회 초 4사구 4개와 안타 하나를 묶어 3득점했을 때만 해도 다시 한번 파란이 일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 안타가 이 경기 네덜란드의 유일한 안타가 됐고, 홈팬들의 열렬한 응원을 등에 업은 대만은 저력을 과시하며 역전승을 거뒀다.

 

3회까지는 양팀 모두 팽팽하게 맞섰고, 경기 내용은 오히려 네덜란드가 더 좋았다. 그러나 4회부터는 대만이 경기를 압도했다. 찾아온 찬스를 놓치지 않는 집중력이나 주자를 3루에 둔 상황에서 외야 플라이로 점수를 뽑는 장면은 전날 우리나라 선수들에게서 볼 수 없던 모습이었다.

 

전날 우리나라 대표팀을 상대로 10안타로 5점을 뺏어냈던 네덜란드 타선은 대만 투수진을 상대로 무기력했다. 볼넷을 7개나 얻어냈지만, 적시타가 터지지 않으면 득점으로 이어지긴 쉽지 않다. 특히 왕야오린을 구원한 대만리그 최고의 에이스 판웨이룬을 공략하지 못한 것이 뼈아팠다.

 

반대의 입장에서 보면 대만은 교체 직후 밀어내기 사구와 2타점 적시타를 허용한 판웨이룬을 끝까지 믿었던 것이 주효했다. 2 1사후 등판한 판웨이룬은 처음에 불안하기 짝이 없었지만, 3회부터는 볼넷 하나만 내줬을 뿐 7회까지 거의 완벽하게 네덜란드 타선을 막아냈다. 윤석민을 구원해 마운드에 올랐으나 5회는 물론 6회에도 불안한 피칭을 선보였던 노경은과 비교되는 부분이었다.

 

2승을 먼저 거둔 대만은 우리나라와의 경기에서 어지간히 큰 점수 차로 패하지 않는 한 2라운드 진출 가능성이 매우 밝은 편이다. 네덜란드는 호주와의 마지막 경기를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가 네덜란드에 졌던 것처럼, 네덜란드 역시 호주를 반드시 이긴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현재로선 우리나라가 가장 불리한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우선 호주를 상대로 타격감을 회복한 후, 대만을 6점 차 이상으로 이겨야 2라운드 진출을 넘볼 수 있게 됐다. 네덜란드전에 침묵했던 타자들이 호주전에서는 폭발력을 과시하며 콜드게임 승리를 거두는 것이 우리로선 최선의 시나리오다.

 

[쿠바 5 : 2 브라질] 만약 경기 일정이 공평했다면?

 

모두의 예상대로 쿠바가 이겼다. 하지만 경기내용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브라질 선발 안드레 리엔조는 4회까지 쿠바의 강타선을 노히트 노런(3볼넷)으로 막아냈다. 반면 네덜란드 타선은 2 1 1,3루의 결정적 찬스를 맞이하는 등 4개의 안타를 때리며 경기를 주도해갔다. 하지만 결정적 부족이 끝내 발목을 잡았고, 쿠바가 5 2득점 하면서 사실상 승부가 갈리고 말았다.

 

브라질로선 경기 일정이 원망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쿠바는 이 경기가 첫 번째 경기였던 반면, 브라질은 전날 일본에 이어 이틀 연속 경기를 치르는 상황. 게다가 일본과의 경기가 끝난 지 14시간 만에 경기가 시작되었으니, 선수들이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제대로 몸을 풀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전날 일본 대표팀을 상대로 선전하며 그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브라질 대표팀은 쿠바와의 경기에서도 녹록하지 않은 경기력을 선보이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브라질에게 남은 것은 중국과의 경기뿐인데, 다음 대회 출전권 확보를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해 이기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루의 휴식을 취한 후 중국을 만다는 만큼, 그 경기에서는 브라질의 승리를 기대해도 될 것 같다.

 

[중국 2 : 5 일본] 2연승 일본, 사실상 2라운드 진출 확정!

 

일본이 투수력의 우위를 앞세워 중국을 꺾고 2연승을 내달렸다. 브라질전과 중국전 모두 경기 내용을 보면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어쨌든 일본은 두 경기 모두 승리했다. 일본은 지금까지 WBC 통산 14 5패를 기록 중인데, 우리나라(44)와 미국(11)을 제외하면 패한 적이 없다. 특히 한 수 아래의 팀과의 경기에선 어떻게든 이기는 놀라운 집중력이 이번에도 이어지고 있다.

 

브라질과의 첫 경기에서는 경기 막판 집중력을 발휘하며 기어이 역전승을 일궈냈고, 이번 중국과의 경기에서는 투수들이 중국 타선을 8회까지 1안타 무득점으로 꽁꽁 묶으며 비교적 손쉽게 승리를 따냈다. 일본 타선이 기록한 안타는 6개뿐이었지만, 그 중 3개를 5회에 집중시키며 볼넷 3개와 묶어 4득점하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9회 초의 2실점은 옥에 티.

 

일본은 선발로 등파한 마에다 켄타가 5회까지 1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의 호투를 펼쳤다. 우리나라가 2라운드에 진출한다면 일본을 만날 가능성이 매우 큰 만큼, 마에다의 피칭을 유심히 관찰하고 분석해놓을 필요가 있다. 일본 타자들도 여전히 100% 컨디션은 아닌 듯 보였지만, 어쨌든 한 번 찾아온 찬스를 놓치지 않고 대량득점으로 연결시키는 모습은 우리와 달랐다.

 

반면 중국은 이번 WBC 1라운드에서 가장 일정이 나쁜 편이다. 일본과의 경기를 시작으로 다음 날엔 쿠바, 그 다음 날에는 브라질을 상대해야 한다. 단기전인 WBC에서 3일 연속 경기를 치른다는 건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불리한 조건. 개최국이 아님을 원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4일에 있을 쿠바와의 경기에서 기적적인 승리를 거두지 못하는 한, 중국의 1라운드 탈락은 이미 예정된 것이나 다름 없어 보인다.

 

[대한민국 vs 호주무조건 반드시 꼭 이겨야 한다!

 

현 상황에서 호주와의 경기를 이길 수 있냐 마냐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무조건 이겨야 한다. 만에 하나라도 진다면, 그걸로 우리나라의 3번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끝난 것이나 다름 없다고 보면 된다. 또한, 우리 대표팀에게 호주와의 경기는 단순히 이기는 것을 넘어 어떻게 이기느냐가 더 중요하다.

 

네덜란드전에서 보여줬던 허술한 수비력과 무기력한 타선, 부진했던 투수들과 팬들이 납득할 수 없는 선수기용으로 비난을 받았던 류중일 감독까지, 모두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여야만 한다. 그래야 2라운드 진출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고, 뿔난 팬들을 진정시킬 수 있다.

 

일단 우리나라 대표팀은 다른 것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남은 두 경기를 무조건 잡는다고 보고, 네덜란드-대만과 2 1패로 동률이 되었을 때 앞서기 위해 일단 호주를 큰 점수차로 꺾어야만 한다. 호주전에서 타격감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대만과의 경기에서 6점 차상 승리를 거둔다는 건 더욱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최선을 다해 한국 야구의 자존심을 지켜내야 할 때다.

 

// 카이져 김홍석 [사진=송승준, 제공=iSportsKorea, 제공된 사진은 스포츠코리아와 정식계약을 통해 사용 중이며, 무단 전재시 법적인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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