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26, LA다저스)의 구위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충분히 통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과 다른 메이저리그 타자들 상대하는 요령을 얼마나 빨리 익히느냐다.
시범경기를 통해 드러난 ‘괴물’ 류현진의 피칭은 아직까지 만족스럽지 못하다. 잘 던지다가도 한 순간 와르르 무너지는 모습을 두 경기 연속 보여줬고, 그로 인해 팬들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미국 현지의 일부 언론에서 류현진의 불펜행을 전망하는 듯한 기사가 나오고 있다는 것도 불안하다.
지난 12일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시범경기에 선발등판한 류현진은 3회까지 상대 타선을 무실점으로 잘 막고 있었지만, 4회 들어 갑작스레 난조를 보이며 3실점했다. 4⅔이닝 5피안타 2볼넷 3탈삼진 3실점의 아쉬운 결과. 문제는 앞선 클리블랜드와의 경기에서도 똑같이 3회까지 잘 던지다가 4회에 무너졌었다는 점이다.
일단 구위에는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류현진은 시범경기 4경기(선발등판 3회)에 등판해 10⅓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12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이닝당 1개꼴이 넘는 수준이다. 현재 시범경기에서 10이닝 이상 소화한 40명의 투수들 중에 이닝당 1개 이상의 삼진을 잡아내고 있는 투수는 10명에 불과한데, 류현진도 그 중 한 명이다.
탈삼진은 투수의 구위를 나타내는 척도와도 같다. 메이저리그의 타자들을 상대로도 이만한 삼진율을 기록할 수 있다는 것은 류현진의 구위가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만한 수준임을 보여준다 할 수 있다. 실제로 밀워키전이 끝난 이후에도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과 포수 A.J. 엘리스는 류현진이 끝까지 힘 있는 공을 던졌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문제는 경기 운영 능력이다. 류현진은 밀워키전에서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도 78개의 공을 던지는 등 시범경기에서 이닝당 평균 18.7개의 공을 던지고 있다. 보통 15~6개 정도가 적정선이라고 봤을 때, 아직까진 류현진이 경기를 풀어감에 있어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류현진은 10⅓이닝 동안 13개의 안타를 맞았지만, 볼넷은 4개로 많지 않았다. 그러나 그 중 2개가 스트레이트 볼넷이었고, 전체 투구수 가운데 볼의 비율이 40%를 훨씬 넘어간다. 한 타자를 상대하면서 평균 4.23개의 공을 던지는데, 이 또한 많은 축에 속한다.
메이저리그는 기본적으로 한국 프로야구보다 좀 더 적극적이다. 타자들이 승부를 거는 타이밍이 좀 더 빠르다는 뜻이다. 그에 따라 투수 역시 타자를 상대함에 있어 좀 더 다른 투구 패턴을 가져갈 필요가 있다. 카운트에 따라 볼을 섞는 비율도 한국과 다르다. 한국에서의 피칭에 익숙해 있던 류현진이 처음엔 어려움을 겪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다르빗슈 유(27, 텍사스 레인저스)는 메이저리그 첫해였던 지난해 191⅓이닝 동안 221개의 삼진을 잡았고, 89개의 볼넷을 허용했다. 탈삼진 능력은 명불허전이었지만, 일본 시절 9이닝당 1.94개에 불과했던 볼넷은 4.19개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류현진이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을 똑같이 경험했던 것이다.
류현진은 앞으로 2~3번의 시범경기 등판을 남겨두고 있다. 선발 자리를 두고 경합을 벌이는 다른 투수들의 현재 상태와 성적으로 봤을 때, 류현진의 선발 로테이션 진입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진출 첫해부터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고 싶다면, 메이저리그와 한국 프로야구의 차이를 최대한 빨리 인정하고 몸에 익히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 카이져 김홍석 [사진=MLB.com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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