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26, LA 다저스)이 ‘괴물본능’이 메이저리그에서도 되살아나고 있다. 최근 두 번의 시범경기 선발등판에서 보여준 류현진의 피칭은 자신을 향한 일각의 의구심을 모두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류현진은 한국시간으로 24일 오전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시범경기에 선발등판해 7이닝 1피안타 2실점 5탈삼진의 뛰어난 피칭으로 팀의 10-4 승리를 견인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지난 밀워키전(5⅔이닝 1실점)에 이은 2경기 연속 호투. 시범경기 평균자책점도 4.41에서 3.86으로 크게 낮아졌다.
1회에 볼넷으로 출루시킨 주자의 득점을 허용하고, 2회 유일하게 맞은 안타가 또 다시 실점으로 연결되는 등 경기 초반의 흐름은 류현진의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3회를 삼자범퇴로 막아내며 안정을 되찾은 류현진은 3회부터 7회까지 볼넷 하나만 내주는 완벽한 피칭으로 상대 타선을 제압했다.
이 경기를 통해 류현진은 코칭스태프와 팬들에게 세 가지를 크게 어필했다. 상대 타선을 7회까지 1안타로 막아낸 위력적인 구위, 7이닝을 책임질 수 있는 이닝이터의 소질, 그리고 경기 초반의 아쉬운 실점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피칭을 보여준 특유의 강인한 멘탈이 그것이다.
특히 7이닝을 98구로 소화해냈다는 점이 중요하다. 앞선 5경기에서 류현진은 16⅓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287구를 던졌고, 이닝당 투구수가 17.6개에 달했다. 하지만 이날은 이닝당 평균 14개씩의 공을 던지며 7이닝을 무리 없이 소화해냈다. 1회의 투구수가 24개나 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돋보이는 결과다.
류현진의 구위가 메이저리그에서 통한다는 것은 기록으로도 충분히 나타난다. 이번 등판에서 7이닝을 1안타로 막아낸 류현진의 시범경기 기록은 메이저리그 전체 투수들 중에서도 최정상급 레벨로 올라섰다.
류현진은 지금까지 6경기(5선발)에 등판해 23⅓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17개의 안타를 맞았고, 23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한국시간 24일 기준으로 투구이닝은 메이저리그 전체 투수들 가운데 8위, 탈삼진은 6위에 올라 있다. 피안타율(.210)과 WHIP(1.07)도 규정이닝을 소화한 투수들 가운데 12위와 14위로 아주 좋은 편이다.
다저스에서는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만이 류현진보다 많은 25이닝(6위)을 던지며 28탈삼진(3위)을 기록했는데, 커쇼의 피안타율(.260)과 WHIP(1.28) 기록은 류현진보다 나쁘다. 특히 류현진의 경우 경기가 거듭될수록 경기력이 나아졌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투구내용에 비하면 류현진의 평균자책점은 다소 높은 편인데, 이것은 아직 메이저리그 특유의 공격적인 스타일에 아직 완전히 적응하지 못한 것일 수 있다. 타자들을 제압할만한 충분한 구위와 제구력을 지니고 있음이 이미 증명된 이상, 경기를 풀어가는 요령만 터득하게 된다면 정규시즌에서도 좋은 성적이 기대된다.
시범경기 초반만 해도 류현진이 선발 로테이션에 남을 수 있느냐가 관심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류현진만큼 꾸준히 로테이션을 소화하며 많은 이닝을 책임져준 투수는 메이저리그 전체에서도 몇 되지 않으며, 투구내용 역시 손 꼽히는 수준이었다.
한국 프로야구를 지배했던 최고 투수답게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도 그 존재감을 착실히 드러내고 있다. 정규시즌 개막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지금, 류현진의 올 시즌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 카이져 김홍석 [사진=MLB.com 캡쳐]
☞ 이 글은 <데일리안>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링크)
블로거는 독자 여러분의 추천(View On)을 먹고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