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언 몬스터’ 류현진(26, LA 다저스)이 두 번째 도전만에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를 상대로 기념할만한 자신의 메이저리그 첫 번째 승리를 따냈다.
시작은 불안했다. 1회 초 선두타자 스탈링 마르테에게 안타를 내주고 3번 앤드류 맥커친에게 투런 홈런을 허용했을 때만 해도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류현진의 빅리그 데뷔 후 첫 피홈런이었고, 피츠버그 팀으로서도 이번 시즌 6경기만에 나온 마수걸이 홈런포였다.
홈런 맞은 류현진은 4번 가비 산체스를 볼넷으로 내보냈고, 이후 폭투까지 기록하는 등 잠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류현진의 ‘난조’는 딱 거기까지였다. 류현진은 2회부터 전혀 다른 사람이 된 듯 압도적인 피칭을 선보였고, 팀 타선의 도움 속에 6⅓이닝 3피안타 2볼넷 6탈삼진 2실점을 기록하며 승리를 따냈다.
▲ 분위기에 휩싸이지 않는 강심장
피츠버그 타선은 현재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가운데 가장 약한 편. 첫 5경기에서 고작 6점밖에 얻지 못했다. 다저스의 원투펀치인 클레이튼 커쇼와 잭 그라인키 등 피츠버그전에 등판한 5명의 선발투수들은 도합 32⅓이닝 동안 10개의 안타만을 허용하며 2실점, 말 그대로 상대 타선을 농락했다.
그런데 류현진은 1회부터 2점을 내줬다. 그것도 홈런으로. 피츠버그 타선이 지금까지 단 하나의 홈런도 때려내지 못했었기에 충격이었다. 또한, 피츠버그 투수들은 앞선 5경기에서 10점만 허용하는 짠물 피칭을 과시하고 있었다. 다저스 역시 피츠버그를 상대로 2경기에서 4점밖에 얻지 못했었기에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의 불안감은 더욱 컸을 것이다.
그러나 류현진은 태연하기만 했다. 1회 말 다저스 타자들이 동점을 만들어준 덕분일까. 2회 마운드에 올라온 류현진은 여느 때처럼 자신의 피칭에만 집중하기 시작했고, 안정적인 피칭을 통해 경기를 주도해갔다. 한화 시절부터 고독한 싸움을 해온 류현진 특유의 강심장이 빛났던 대목이다.
▲ 베테랑급 경기운영 능력을 통해 얻어낸 신뢰
선발투수가 경기 초반에 흔들리는 일은 자주 있는 일이다. 그러한 초반 난조를 금방 극복하고 자신의 피칭을 할 수 있는가에서 그 투수의 진가가 드러난다. 그리고 자신의 실수를 금방 털어내고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투수는 동료와 코칭스태프의 신뢰를 얻기 마련이다.
류현진은 1회에만 홈런을 포함한 안타 2개와 볼넷 하나, 그리고 폭투를 기록했다. 여느 투수였다면 단숨에 무너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류현진은 금새 안정을 되찾고 관록 있는 피칭을 보여주면서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돈 매팅리 감독이 류현진에 대한 믿음을 드러낸 것도 바로 그래서였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초년생이다. 하지만 그에 앞서 이미 한국에서는 7년이란 경력을 쌓은 베테랑이기도 하다. 만 26세의 어린 나이지만, 류현진이 한화 시절 쌓은 경험은 결코 쉽게 볼 수 없다. 데뷔하자마자 리그 최정상급 에이스로 등극한 후 큰 부담과 숱한 견제 속에서 만들어진 경력이기 때문.
류현진은 국내에서 활약하던 시절에도 1회에 실점을 허용하며 흔들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그 난조가 오래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한국에서 쌓은 경험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했다. 첫 등판에서 10개의 안타를 맞고도 자책점은 1점이었던 류현진, 그의 경기 운영 능력은 어디서나 빛났다.
▲ 빅리그 타자들을 잡을 수 있는 구위와 로케이션
샌프란시스코전 등판 이후 류현진을 향해 쏟아진 의문 중에는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압도할 수 있는 구위를 지니고 있냐는 내용의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정상급이라 할 수 없는 타선을 상대로 무려 10개의 안타를 허용했기 때문. 피안타율이 무려 .385에 달했다.
따라서 류현진은 이번 경기를 통해 자신의 구위가 빅리그에서도 먹힌다는 것을 증명할 필요가 있었다. 1회의 홈런은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2회부터의 류현진은 구위와 로케이션을 통해 피츠버그 타자들을 철저히 봉쇄했다. 중요한 과제를 해결해낸 셈이다.
샌프란시스코 전에서의 류현진은 지나치게 승부를 빨리 가져가다 얻어맞는 경우가 많았다. 80개의 투구수 가운데 60%가 넘는 50개가 패스트볼이었고, 대부분의 공이 높게 형성되면서 가운데로 몰리곤 했다.
하지만 피츠버그 전에서의 류현진은 패스트볼 구사 비율을 50% 이하로 줄인 대신,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상대 타선을 요리했다. 압도적인 스피드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상대 타선을 압도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류현진은 첫 두 번의 선발등판에서 모두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고, 첫 승도 비교적 손쉽게 이뤄냈다. 한국인 투수가 메이저리그에서 선발승을 거둔 건 2009년의 박찬호 이후 무려 4년 만. 첫 승 경기를 통해 자신의 장점을 보여준 류현진의 향후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 카이져 김홍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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