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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이번 등판에서 류현진이 ‘괴물’답지 않았던 이유

by 카이져 김홍석 2013. 4. 22.

코리언 몬스터류현진(26, LA 다저스)이 메이저리그 데뷔 후 가장 힘든 경기를 치렀다. 21(한국시간) 새벽 2시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한 류현진은 6회까지 8피안타(2홈런) 2볼넷 5실점하는 부진한 피칭을 선보였다.

 

류현진은 팀이 4-0으로 앞서고 있던 2회 말 J.J. 하디에게 2점 홈런을 허용했고, 4회 말에는 놀란 레이몰드에게 솔로 홈런을 맞았다. 한 경기 피홈런 2개는 4경기만에 처음. 6회 말에는 또 다시 무사 1,3루의 위기에서 하디의 희생플라이로 동점을 허락했고, 스티브 피어스에게도 역전 1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다행히 팀 타선이 7회 초 1점을 얻어준 덕분에 패전투수는 면했지만, 2점대였던 시즌 평균자책점은 4점대(4.01)로 치솟았다. 다저스는 류현진의 부진한 피칭과 불펜의 난조 속에 5-7로 패했고, 밤잠 설치며 류현진의 선발 등판 경기를 지켜본 국내 팬들에게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경기였다.

 

당초 전날 저녁으로 예정되어 있던 경기가 비로 인해 이날 낮 시간으로 연기되었기 때문일까. 이 경기에서 류현진의 볼 끝에선 평소의 예리함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6개의 삼진을 잡아내긴 했지만, 패스트볼의 최고 구속이 91마일(147km)에 불과했고, 전체적으로 공이 높게 제구됐다. 볼티모어의 힘 있는 타자들은 그런 류현진의 실투를 놓치지 않았다.

 

볼티모어 전에서 류현진의 피칭은 두 가지 면에서 평소답지 않았다. 류현진은 1~3번을 상대한 5회 말을 삼자범퇴로 끝내는 등 볼티모어의 1~5번 타순을 상대로 5회까지 2안타만 허용하는 좋은 피칭을 했다. 1회에는 4번 맷 위터스를 병살로 잡아 위기를 넘겼고, 큰 기대를 받고 있는 2번 타자 매니 마차도는 3타수 무안타로 침묵시켰다.

 

하지만 하위타선을 상대로는 어려움을 면치 못했다. 류현진에게 홈런을 뺏어낸 하디와 레이몰드는 볼티모어의 6번과 8번 타자였다. 물론, 하디는 지난 2년 동안 52개의 홈런을 때려낸 무시할 수 없는 강타자다. 레이몰드의 경우도 좌투수 상대 장타율이 6할대였을 정도로 좌완에게 강점이 있다.

 

그러나 하디는 이 경기 전까지 시즌 타율이 .190에 불과했고, 레이몰드도 정교함과 참을성이 부족하다는 약점이 이미 드러난 상태. 상대에 대한 연구를 충분히 하고 대비를 했다면, 상위타선을 잘 막아낸 투수가 하위타선에 이렇게 얻어맞는 다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그런데 류현진은 상위타선을 상대로 보여준 집중력을 하위타선을 상대로는 발휘하지 못했다. 그 결과 홈런으로만 3점을 내줬고, 쫓기는 분위기 속에서 또 다시 하위타선 타자들을 막지 못해 역전까지 허용하고 말았다. 평소의 괴물류현진에게서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4점 차의 리드를 지키지 못한 것도 류현진답지 않은 피칭이었다. 야구는 결국 투수와 타자의 호흡이다. 타자는 득점으로 투수를 편하게 해주고, 투수는 안정감 있는 피칭으로 타자들에게 신뢰를 심어줄 수 있어야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류현진의 실점 타이밍은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투수가 1회 초에 흔들리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다. 류현진과 맞대결을 펼친 볼티모어 선발 제이슨 해멀이 딱 그랬다. 해멀은 1회 안드레 이디어의 3점 홈런 등 2회까지 4실점, 자칫 대량실점의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3회부터 안정을 되찾은 해멀은 6회까지 다저스 타선을 2안타로 막았고, 승리투수의 요건을 갖춘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왔다.

 

해멀이 안정감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2회 말 터진 하디의 2점 홈런이었다. 볼티모어 입장에서는 그 한 방이 추격의 시발점이 되었고, 흔들리던 투수를 진정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타자들의 도움을 얻은 투수가 신뢰할 수 있는 피칭으로 화답한 것이다.

 

반대로 다저스 입장에서는 쉽게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던 경기를 선발투수의 난조로 날린 셈이 됐다. 침체에 빠져 있던 다저스 타자들이 모처럼 1~2회에만 4점이나 뽑아줬음에도, 류현진은 그 점수를 지키지 못했다. 타자들의 도움에 화답하지 못한 투수, 쫓기는 입장이 된 다저스 타자들이 이후 변변한 타격을 보여주지 못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선발투수는 1년에 30번 이상 등판 기회를 가진다. 그 많은 경기 중에 5점 이상의 많은 점수를 허용하는 일이 몇 차례 나오는 것은 특별히 이상할 것도 없다. 그 정도 점수를 허용하면서도 6이닝 이상을 책임졌다는 것은 류현진의 또 다른 강점. 이 한 번의 부진이 류현진의 실력이나 능력 자체를 평가절하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

 

하지만 경기 내용을 냉철히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것은 언제나 중요하다. 특히 이번 경기에서 류현진의 피칭은 이미 잡은 주도권을 지키는 피칭이 아닌, 상대에게 주도권을 넘겨주는 피칭이었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류현진답지 않은 피칭은 이번 한 번으로 족하기 때문이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MLB.com]

 

☞ 이 글은 <데일리안>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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