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넷째주 ‘게토레이 퍼펙트 피처’ 구원투수 부문 주간 MVP]
선발로 뛰던 선수가 부진을 거듭하다 불펜으로 보직이 변경된다는 것은 절대로 기분이 좋은 일일 수 없다. 하지만 프로라면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에 충실해야 하는 법. 한화 이글스의 핵심 투수로 주목 받았던 김혁민(26)도 예외는 아니다.
김혁민은 올 시즌을 선발투수로 시즌을 시작했으나, 좋은 피칭을 보여주지 못해 최근에는 구원투수로 경기에 나서고 있다. 그러던 중 지난달 28일 SK전에서는 선발투수 유창식이 일찍 무너지는 바람에 부랴부랴 마운드에 올랐고, 그때부터 5⅔이닝을 소화하며 2피안타 2실점의 호투를 펼쳤다.
바로 그 경기에서 3번의 퍼펙트 이닝과 4개의 탈삼진을 기록한 김혁민이 4월 넷째 주 ‘게토레이 퍼펙트 피처’ 구원투수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게토레이 퍼펙트 피처는 퍼펙트 이닝과 탈삼진, 병살타 유도 횟수를 합한 ‘퍼펙트 스코어’에 따라 수상자가 결정되며, 한국펩시콜라㈜와 MBC 스포츠플러스, 다음커뮤니케이션이 함께한다.
5월 2일 롯데와의 경기가 열리기 전, 시합 준비를 하던 김혁민을 만났다. 김혁민 본인은 자신이 구원투수 부문의 상을 받게 되었다는 사실에 대해 무척이나 쑥스러워 하고 있었다.
Q) 만나서 반갑다. 4월 넷째 주 게토레이 퍼펙트 피처 구원투수로 선정되었다. 기분이 어떤가?
- 사실 좀 부끄럽다. 그렇게 잘 던졌다고 생각 못했는데 상을 준다고 해서 좀 얼떨떨했다.
Q) 지난주 딱 한 경기에 등판해서 5.2이닝 동안 3번의 삼자범퇴 이닝과 4개의 탈삼진을 기록해 수상자로 선정됐다. 상당한 호투였는데?
- 그래도 선발투수로 활약해야 할 선수가 구원투수로 등판해서 잘 던지고, 그걸로 상을 받는다는 게 아무래도 좀 그렇다. 부끄럽다.
Q) 한화 선수로서는 바티스타와 송창식에 이어 세 번째 수상자다. 유독 한화 선수들이 이 상을 많이 받는 것 같은데 동료들이 부러워하진 않던가?
- 아직까지 내가 이 상을 받는다는 걸 아무도 모른다.(웃음)
Q) 최근 팀의 필요에 따라 구원투수로 등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듣고 싶다.
- 선발로 등판했을 때 제대로 못했기 때문에 구원으로 등판하고 있는데, 그래도 팀을 위해서라면 선발이든 중간이든 따지지 않고 맡은바 임무를 열심히 수행하려고 한다.
Q) 일단 당장은 선발보다는 구원투수로 등판했을 때의 성적(9.1이닝 5피안타 2실점)이 더 좋은데?
- 특별한 이유는 없다. 선발이든 구원이든 경기에 임하는 마음가짐은 똑같다. 지금은 중간에 나갈 때 잘 막고 있는데, 일단 어떤 상황에서 등판하든 제 실력을 발휘해서 잘 던지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Q) 개인적으로 본인이 좀 더 마음 편히 던질 수 있는 보직은 선발-구원-마무리 중 어느 쪽인지 묻고 싶다.
- 선발로 많이 던졌던 만큼 선발투수가 좋다. 선발로 뛰고 싶다.
Q) 사실 4월 28일 경기의 경우, 선발이 일찍 무너져서 예상보다 일찍 투입되어 5.2이닝을 소화하면서 84구를 던졌다. 구원투수로 대기하고 있다가 갑자기 등판해서 그렇게 많이 던지면 힘들지 않나?
- 좀 힘든 것도 있긴 했다. 구원으로 30~40개 정도 던지다가 오랜만에 많이 던졌었는데, 조금 힘들었지만 버틸 만했다. 트레이너 분들이 보강훈련을 잘 시켜줘서 어깨에는 무리가 없는 것 같다.
Q) 지난달 12일과 14일, 이틀 간격으로 선발등판 했었다. 이를 두고 팬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졌었는데, 당시 본인은 어떤 생각으로 마운드에 올랐나?
- 선발로 등판해서 긴 이닝을 소화하지 못했기 때문에 사실 좀 창피했었다. 코치님이 하루 쉬고 다음날 또 나가라고 하시길래 차라리 잘 됐다며 이를 갈고 나갔는데, 또 많이 맞았다. 많이 부끄러웠고, 아쉬움도 아주 컸다. 진짜 잘 던지고 싶었다.
Q) 지금까지 야구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
- 재작년이었나? 두산과의 경기에 마무리로 등판한 적이 있는데 그때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선발 등판 후 휴식기를 가지고 있던 시기였는데, 9회 위기 상황이 됐다. 당시 정민철 코치님이 던질 수 있냐고 물어보길래 던질 수 있다고 했다. 급하게 몸 풀고 올라가서는 실점 없이 막아내고 데뷔 첫 세이브를 기록했다.(정확한 기록을 확인해 보니 당시 김혁민은 5월 25일 경기에 선발등판해 80구를 던졌고, 이틀 후인 27일 두산과의 경기 9회 1사 2,3루 위기 상황에 등판해 공 7개로 정수빈과 이종욱을 범타 처리하고 세이브를 따냈다.)
Q) 당연히 작년에 롯데를 상대로 거둔 첫 완투승 경기라고 답할 줄 알았는데, 좀 의외다.
- 아, 물론 그 경기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그래도 그 세이브 상황 자체가 정말 짜릿했고, 선발투수로 뛰면서 느끼기 힘든 색다른 경험이었기에 더 기억에 남는다.
Q) 내일(5월 3일) 경기에서 선발로 복귀하는 걸로 안다. 아직까지 승리가 없는데, 첫 승에 대한 간절함이 있을 것 같다.
- 꼭 이기고 싶다. 매년 4월에는 승운이 잘 안 따르는 것 같다. 작년에도 5월 성적이 좋았었는데, 올해도 5월부터 운이 따라오지 않을까 싶다. 구원으로 잘 던졌던 것처럼 내일은 열심히 타자와 승부하겠다.
Q) 마지막 질문이다. 한화와 김혁민을 응원하는 야구팬들에게 앞으로의 각오를 밝힌다면?
- 팬들의 기대를 많이 받았는데, 거기에 부응하지 못해 너무 죄송하다. 5월부터는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기대에 부응하는 피칭을 보여주고 싶다. 선발로 등판해서 최대한 긴 이닝을 소화하고, 평균자책점을 3점대로 끌어 내리는 것이 올 시즌의 목표다.
// 카이져 김홍석 [사진제공=iSportsKorea, 제공된 사진은 스포츠코리아와 정식계약을 통해 사용 중이며, 무단 전재시 법적인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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