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둘째 주 게토레이 퍼펙트 피처 구원투수 부문 주간 MVP 인터뷰]
약간 삐딱하게 쓴 모자와 일자로 펴진 창은 삼성 라이온즈 구원투수 안지만(30)의 트레이드 마크다. 실력도 없는 선수가 모자를 그렇게 썼다면 구설수에 올랐을 수도 있지만, 야구팬들은 바로 그 선수가 프로야구 최고의 셋업맨 중 한 명임을 알고 있다.
독특한 개성과 스타일로 팬들에게 어필하는 안지만이 6월 둘째 주 게토레이 퍼펙트 피처 구원투수 부문 주간 MVP로 선정됐다. 게토레이 퍼펙트 피처는 퍼펙트 이닝과 탈삼진, 병살타 유도 횟수를 합한 ‘퍼펙트 스코어’에 따라 수상자가 결정되며, 한국펩시콜라㈜와 MBC 스포츠플러스, 그리고 다음커뮤니케이션이 함께한다.
스타일 만큼이나 유쾌하고 밝은 표정의 안지만을 19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만났다.
Q) 지난 주 가장 완벽했던 구원 투수로 선정됐다. 소감이 어떤가?
- 원래 상복이 없어서, 어떤 상이든 받아본 기억이 별로 없다. 상 받으니 정말 좋다. 앞으로도 많이 받았으면 좋겠다.(웃음)
Q) 말한 대로 사실 올해 들어 이렇게 상을 받는 건 처음일 것 같다.
- 올해 들어서가 아니라 몇 년 만에 처음인 것 같다. 정말 상복이 없다.
Q) 지난주도 좋았지만, 그보다는 그 앞인 6월 7일과 8일, 본인이 등판한 상황에서 이틀 연속 끝내기 승리를 거두며 승리를 챙겼다. 기분이 매우 좋았을 것 같다.
- 맞다. 기분 좋았다. 이틀 연속 승리를 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그런 기회가 와서 2승이나 거뒀으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 주에 특히 잘 던졌던 것 같다.
Q) 그런데 16일 NC전에서는 모창민에게 동점 홈런을 맞았다. 충격이 크지 않았나?
- 내 공을 던지다 맞았으면 ‘타자가 잘 쳤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내심 ‘초구는 안 치겠지’라고 생각하고 던졌다가 맞았다. 방심하고 변화구를 던졌는데 그걸 벼락같이 받아 치더라. 순간 멍해지면서 ‘멘붕’ 상태가 됐다.(웃음)
Q) 구원투수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기록은 무엇인가?
- 평균자책점을 가장 신경 많이 쓴다. 중간 투수는 결과를 떠나 평균자책점이 낮으면 인정받을 수 있다. 그 다음이 홀드다. 승보다는 홀드가 낫고, 홀드보다는 평균자책점이다.
Q) 그 한 경기를 제외하더라고 올해 기세가 무섭다. 특히, 이닝 당 출루 허용률(0.94)이나 피안타율(0.197) 모두 마무리 오승환 못지 않다.
- 성적은 작년과 큰 차이 없는 것 같다. 수술하고 복귀해서 개막전부터 함께했는데, 초반에 좀 많이 맞았다. 그때 올라간 평균자책점 내리는 중이라고 생각하면서 열심히 던지고 있다. 나머지 성적은 좀 잘 나오고 있는 것 같다.
Q) 안지만 하면 여름에 땀 흘리며 던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여름에 특히 더 잘 던지는 것 같 같은?
- 말을 들으니 그런 것 같긴 한데, 개인적으로는 가을이 더 좋다. 여름 지나고 약간 쌀쌀해지는 초가을쯤 몸 상태가 매우 좋아진다. 그때가 제일 던지기 좋은 것 같다.
Q) 선발이나 마무리에 대한 욕심은 없는가?
- 시켜주면 다 하고 싶다. 구원투수는 스포트라이트도 많이 못 받고, 9경기 잘 던져도 한 경기 실수하면 욕을 먹기도 한다. 10번 나가면 10번 다 막아야 하는 게 중간계투의 어려움이다. 선발이든 마무리든 시켜주면 할 수 있지만, 팀에서 맡은 임무가 있다 보니 지금은 거기에 충실해야 할 것 같다.
Q) 뭐니뭐니해도 역시 안지만 하면 ‘삐딱한 모자’가 먼저 떠오른다. 그런데 본인이 모자를 삐딱하게 쓰는 이유를 두고 여러 가지 설이 나돌고 있는데, 정확한 이유를 밝힌다면?
- 정확하게 말해주겠다. 사실 야구선수에게 야구장은 직장이나 다름 없는데, 거기서 나쁜 모습 보여줄 순 없지 않나. 그런데 지금 롯데에서 뛰고 있는 강영식 선수와 ‘누가 더 모자를 삐딱하게 쓰나’ 내기를 했다. 그런데 강영식 선수는 모자를 바로 썼고, 나는 삐딱하게 썼다. 그런데 조계현 코치님과 양준혁 선배 등 나이 많은 선배들이 괜찮은 것 같다며 계속 그렇게 쓰라고 말해줬다. 그때까지만 해도 팬들이 나를 잘 몰랐는데, 모자를 그렇게 쓰니까 조금씩 알아봐주기 시작하더라. 그래서 그때부터 계속 삐딱하게 쓰고 있다. 그게 아마 2007년 정도부터인 것 같다.
Q) 그런데 그렇게 모자를 삐딱하게 쓴 이후부터 야구가 정말 잘 되는 것 같다.
- 사람들이 그렇게 이야기 하간 하더라. 그런데 생각해봐라. 만약 그때 내가 야구를 못했다면 모자를 계속 삐딱하게 쓸 수는 없었을 것이다.
Q) 삐딱하게 쓴 모자가 이제는 본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그런데 KBO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에는 모자를 바로 쓰고 있더라. 너무 어색했다.
- (웃으면서) 맞다. 프로필 사진 찍을 때는 삐딱하게 쓴 적 없는 것 같다. 나도 조금 어색하다.
Q) 전부터 만나면 꼭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었다. 평소 유니폼을 입지 않는 날에는 ‘힙합’을 입고 다니는가(웃음)?
- 잘 안 입는다. 사람들이 알아볼까 봐 그렇다. 그렇잖아도 식당 같은데 가면 사람들이 ‘오늘은 왜 모자 삐딱하게 안 쓰고 있냐’는 식으로 물어본다. 밖에서까지 누가 알아봐달라고 할 필요는 없지 않나.
Q) 고등학교 들어가서 투수로 전향한 걸로 알고 있다.
- 맞다. 고교 1학년 때 야구 하기가 싫어서 농땡이를 피우고 있었는데, 감독님께서 배팅볼을 던져보라고 하셨다. 언더스로로 던졌는데 나름 잘 던졌다. 그런데 1년쯤 지나니까 허리와 옆구리가 너무 아프더라. 그래서 못 하겠다고 했더니 당시 박성기 투수코치님이 그럼 위로 던지라고 하셨다. 위로 던져보니까 또 잘 되더라. 그래서 3학년 때는 본격적으로 투수로 활약했다. 그 전에는 3루랑 2루를 주로 봤었다.
Q) 이제 벌써 중고참이다. 심창민 등 어린 선수들과 함께 마운드를 지키고 있는데, 그들에게 조언을 해주기도 하나?
-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은 다 이야기해주려고 한다. 왜냐면 중간투수들은 한 명만 잘해서 그 선수만 계속 등판하면 과부하가 걸려서 다치기 때문이다. 몇 년 동안 해보니까 그걸 알겠더라. 예전에는 다른 선수가 못해야 나한테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진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경험이 쌓이다 보니 서로 잘해야 덜 힘들고 오래 던질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가르쳐 줄 수 있는 것은 전부 알려주려고 하는 편이다.
Q) 안지만에게 ‘오승환’이란?
- 진짜 친형 같은 친한 형이다. 야구장에서든 일상 생활에서든 배울 점도 많다. 그런데 그렇다고 닮고 싶진 않다. 좀 답답할 것 같다.(웃음)
Q) 팀의 목표는 당연히 우승일 테고, 안지만에게 올 시즌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 우리팀 선수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몫만 하면 당연히 우승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올해 0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해보고 싶었는데, 초반에 점수를 많이 줘서 좀 힘들 것 같다. 지금은 1점대 평균자책점으로 홀드왕에 오르는 것이 목표다.
Q) 마지막 질문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찜통 같은 도시에서 날씨에 아랑곳하지 않고 야구장을 찾아주시는 팬 여러분들에게 한 마디 해 달라.
- 이제 날씨가 슬슬 뜨거워지고 있는데, 삼성의 야구도 뜨거워 질 것이니 경기장 많이 찾아 오셔서 응원해 주시기 바란다. 가을에도 잘해서 시즌이 끝난 후 대구 팬분들이 기분 좋을 수 있게 우승으로 보답하겠다. 항상 준비 되어있다. 열심히 하겠다.
// Interviewed by 김홍석 [사진제공=iSportsKorea, 제공된 사진은 스포츠코리아와 정식계약을 통해 사용 중이며, 무단 전재시 법적인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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