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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류현진 신인왕 도전, 최대 라이벌은 밀러 아닌 푸이그!

by 카이져 김홍석 2013. 7. 19.

코리언 몬스터류현진(26, LA 다저스)의 메이저리그 도전은 지금까지 순조롭다. 첫 번째 시즌의 전반기를 마친 시점에서 7 3패 평균자책점 3.09의 좋은 성적을 기록, 팀 관계자와 전문가, 그리고 팬들에게까지 호평을 받고 있다.

 

이미 류현진을 향한 우려의 시각은 대부분 사라진 상태. 이제 관심은 류현진이 자신의 메이저리그 첫 시즌에 어느 정도의 성적을 낼 수 있느냐에 쏠려 있다. 그 중에서도 한국의 팬들은 류현진의 신인왕 수상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류현진은 신인치고 상당히 좋은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비교할만한 다른 신인 선수가 없을 정도로 독보적이진 않다. 적어도 2~3명의 투수가 류현진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성적을 거뒀고, 타자들 중에서도 라이벌이 될만한 선수가 존재한다.

 

위의 표는 다저스가 속한 내셔널리그(NL)에서 주목할만한 성적을 거둔 4명의 신인 투수의 전반기 성적이다. 전반기 최고의 신인으로 꼽히는 쉘비 밀러(23,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비롯해 호세 페르난데스(21, 마이애미 말린스)와 훌리오 테헤란(22, 애틀란타 브레이브스) 정도가 투수들 중에는 류현진과 비슷한 선상에서 평가를 받고 있다.

 

밀러는 신인 투수들 가운데 가장 승수를 쌓으며 최다 탈삼진을 기록 중이고, 페르난데스는 평균자책점과 WHIP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류현진이 이들에 비해 앞서 있는 것은 경기당 투구이닝이 더 길다는 점이다. 평균자책점이나 다승에 비해 눈에 띄지 않을 뿐, 이 또한 선발투수의 주요 덕목이다.

 

물론, 현 시점에서 냉정하게 평가했을 때, 류현진은 일단 밀러에 비해 한 발 뒤쳐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전반기 마지막 등판에서의 부진으로 인해 평균자책점이 3점대로 올라간 것이 치명적이다. 승수가 팀 전력에 의해 많이 좌우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투구내용이 월등한 페르난데스보다도 높은 점수를 얻기 어려운 것이 류현진의 현실이다.

 

하지만 후반기 전망은 다르다. 적어도 류현진이 이들에 비해 크게 유리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건 바로 경험이라는 요소다. 류현진은 한국에서 7년 동안 쌓은 경험이 있다. KBO 1군 무대에서 치열한 경쟁을 통해 얻은 그 7년이란 시간은 다른 신인 투수들이 마이너리그에서 얻은 것과 결코 같은 무게일 수 없다.

 

밀러는 지난해 트리플A와 메이저리그를 합쳐서 150이닝 정도를 던진 것이 자신의 프로 생활에서 기록한 최다 이닝이었다. 페르난데스 역시 작년에 134이닝을 던진 것이 경력의 전부다. 이들은 지금부터 자신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체력과의 싸움을 치러야 한다.

 

어쩌면 그들의 소속팀은 지난해 워싱턴 내셔널스가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에게 했던 것처럼, 그들의 투구이닝을 조절하기 위해 시즌 막판 등판 횟수를 줄일 가능성도 있다. 그만큼 이제 막 빅리그에 첫 발을 내디딘 신인들에게 162경기라는 메이저리그의 기나긴 시즌은 결코 쉬운 여정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류현진은 그 점에서 유리하다. 그는 이미 한국에서 7년 동안이나 1군에서 풀타임을 소화한 선수이며, 그 중 5시즌은 180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200이닝을 넘긴 적도 두 번이나 있었다. 그 차이는 아주 크다. 적어도 후반기의 체력 싸움에서는 류현진이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유리한 고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당장의 성적만 놓고 보면 밀러나 페르난데스가 더 나아 보이지만, 정작 시즌이 종료된 시점에서는 류현진이 더 나은 성적을 거둘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정작 류현진의 신인왕 수상을 가로막을 가장 큰 경쟁자는 따로 있다. 바로 팀 동료인 야시엘 푸이그(23).

 

푸이그는 6월이 되어서야 빅리그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등장하자마자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38경기에서 8홈런 19타점 28득점 5도루 타율 .391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기록했다. 당장은 경기수가 적은 편이라 신인왕 경쟁에 명함을 내밀기 어렵지만, 푸이그가 기록 중인 4할에 가까운 높은 타율과 10할 이상의 OPS(1.038)는 리그 최고 수준이다.

 

전반기에 94경기를 소화한 LA 다저스는 후반기에 68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푸이그가 지금의 홈런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시즌 기록은 20개를 넘길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서 33푼 이상의 타율과 9할대 OPS를 유지한다면, 신인왕은 다른 신인 투수들의 성적과 관계없이 푸이그의 차지가 될 것이다.

 

지난해 NL 신인왕은 139경기에서 22홈런 59타점 98득점 18도루를 기록한 워싱턴의 브라이스 하퍼였다. 하퍼의 타율은 .270이었고, OPS8할대 초반이었다. 그리고 그 하퍼에게 밀려 신인왕 투표에서 2위에 머문 웨이드 마일리(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성적은 16 11패 평균자책점 3.33이었다.

 

아메리칸리그(AL)에서는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이 만장일치로 신인왕을 수상한 가운데, 텍사스 레인저스의 일본인 투수 다르빗슈 유(16 9 221삼진 3.90)는 오클랜드의 쿠바 출신 타자 요이네스 세스페데스(23홈런 82타점 16도루 .292)에게도 밀려 3위에 만족해야 했다.

 

그만큼 메이저리그의 수상자 선정은 타자 쪽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다. 비슷한 성적일 경우 한국에서는 투수의 손을 들어주는 일이 많지만, 메이저리그는 다르다. 지난 10년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신인왕을 수상한 20명의 선수들 중 투수는 7, 그 중 4명은 리그 정상급 기록을 남긴 마무리투수였다. 선발투수가 신인왕을 차지한 건 고작 3번뿐이었다.

 

올 시즌 종료 시점에서 예상되는 푸이그의 성적은 지금까지 언급한 하퍼나 세스페데스 등보다 훨씬 뛰어나다. 그렇다면 류현진이 그와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최소 200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을 2점대로 끌어내리고, 15승 이상을 거둬야만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과연 류현진의 다저스의 상승세와 발을 맞춰 후반기에는 승수까지 쌓아가며 생애 두 번째 신인왕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까. 류현진의 승수 쌓기를 위해선 경쟁자이자 동료인 푸이그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들의 후반기 행보가 더욱 흥미로울 전망이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ML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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