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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11승’ 류현진, 신인왕 레이스는 어떻게 되가나?

by 카이져 김홍석 2013. 8. 10.

'코리언 몬스터' 류현진(26, LA 다저스)이 또 다시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는 피칭으로 국내 팬들의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려버렸다.

 

한국시간으로 9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한 류현진은 7이닝 5피안타 무사사구 1실점(비자책)의 호투로 시즌 11승째(3)를 따냈다. 최근 4번의 등판에서 모두 승리를 챙기면서 본격적으로 승수를 쌓아가고 있다. 잘만하면 15승을 넘어 박찬호의 18승에도 도전할 수 있는 페이스다.

 

특히 소속팀 다저스는 류현진이 등판한 최근 8경기에서 모두 이겼다. 점점 '류현진 등판=승리'라는 공식이 굳어지고 있는 셈. 팀의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10 7 1.91)를 제치고 팀 내 다승 선두로 뛰어 오른 류현진은 지구 1위 팀의 2선발로 부족함이 없는 실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번 세인트루이스 전에서의 승리는 여러 가지 면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다. 세인트루이스는 올 시즌 내셔널리그에서 독보적인 득점력 1위를 기록 중인 팀. 그런 강타선을 5피안타 1실점으로 제압했고, 1점도 야수의 실책으로 인한 비자책점이었다. 그 동안 약점을 보여왔던 원정경기에서의 호투라는 점도 반갑다.

 

세인트루이스는 다저스가 이대로 지구 1위를 지킨다면 포스트시즌에서 만날 가능성이 큰 팀이기도 하다. 그런 팀을 상대로 호투하며 자신감을 쌓았다는 것도 다가올 가을잔치를 대비해 만족할만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국내 팬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 중 하나는 류현진의 신인왕 수상 여부다. 올 시즌 다저스가 속한 내셔널리그에는 굵직한 신인 선수들이 대거 출현해 단 하나뿐인 신인왕 자리를 놓고 열띤 경쟁을 펼치고 있다. 그다지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가 보이지 않는 아메리칸리그와는 지극히 대조적이다.

 

현재 내셔널리그 신인왕 레이스는 4명의 투수와 1명의 타자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4명의 투수는 모두 규정이닝을 채운 상황에서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고, 한 명의 타자는 독보적인 성적을 거두며 투수들을 위협하고 있다. 이들 중 한 명만 아메리칸리그 소속이었더라도 신인왕 수상에 걸림돌이 없었을 것이다.

 

류현진은 현재까지 22경기에 등판해 11 3패 평균자책점 2.99의 좋은 성적을 기록 중이다. 141.1이닝을 던지는 동안 118개의 삼진을 잡았고, 16번의 퀄리티스타트(QS)를 달성했다. 신인 투수들 가운데 다승은 공동 1, 투구이닝과 QS 횟수는 단독 1위다.

 

이에 맞서는 경쟁자들은 ESPN으로부터 전반기 최고의 신인으로 뽑힌 마이애미 말린스의 호세 페르난데스(22경기 132.2이닝 143삼진 14QS 8 5 2.58),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쉘비 밀러(22경기 121.1이닝 132삼진 9QS 11 7 2.89), 애틀라타 블레이브스의 훌리오 테헤란(22경기 137이닝 121삼진 14QS 9 5 2.96) 정도가 꼽힌다. 하나 같이 류현진과 비교해도 크게 부족함이 없는 성적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밀러는 앞선 경기에서 타구에 맞아 부상을 당했고, 그로 인해 한동안 결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한 많은 승수에 비해 QS 숫자가 상대적으로 너무 적다. 현 시점에선 넷 가운데 가장 뒤쳐진다 할 수 있다.

 

페르난데스는 약한 팀 타선 때문에 승수 쌓기에 불리하다는 단점이 있다. 지금의 평균자책점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여전히 투수들 중에는 1순위로 꼽힐 수 있겠지만, 승수가 너무 부족하면 그 또한 감점요인 일 수밖에 없다. 경쟁자들이 모두 2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한다면, 그 또한 페르난데스의 기록 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투수들 가운데 가장 무서운 경쟁자는 지금까지 자주 거론되지 않았던 테헤란이라고 할 수 있다. 4월의 출발이 매우 나빴던 테헤란은 5월 이후만 놓고 보면 2.40의 평균자책점으로 8(5)을 기록, 신인 투수들 가운데 가장 안정적인 피칭으로 승수를 쌓고 있다. 애틀란타가 리그 정상권의 강팀이란 점도 테헤란이 지니고 있는 강점 중 하나다.

 

류현진은 KBO 출신이란 꼬리표가 붙어 있어 중고신인으로 인식될 가능성도 크다. 비슷한 성적이면 경쟁자들에게 표가 돌아갈 수도 있다는 뜻. 그런 만큼 류현진이 테헤란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지금의 승차를 유지한 가운데 평균자책점에서도 우위에 설 필요가 있다.

 

그리고 또 한 명. 류현진의 신인왕 수상에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은 다름 아닌 팀 동료 야시엘 푸이그. 뒤늦게 빅리그에 합류한 푸이그는 57경기에 출장해 11홈런 25타점 43득점 7도루 타율 .377의 아주 좋은 성적을 기록 중이다. 출루율도 .437로 리그 정상급이고, 장타율도 6할이다. 이 정도 성적이면 부족한 경기수 정도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푸이그가 뛴 57경기에서 다저스가 거둔 성적(39 18 .684)과 그가 없었던 57경기에서의 성적(25 32 .439)이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는 점이 푸이그의 가치를 돋보이게 해준다. 다저스가 6월 이후 놀라운 상승세를 타며 지금과 같은 대 반전을 이뤄낸 것은 푸이그의 가세가 절대적인 역할을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지난해 내셔널리그 신인왕 투표에서는 22홈런 59타점 98득점 18도루 타율 .270을 기록한 브라이스 하퍼(워싱턴 내셔널스) 16 11패 평균자책점 3.33의 웨이드 마일리(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112-105의 근소한 점수차로 따돌리고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올해의 푸이그는 하퍼보다 훨씬 좋은 성적이 예상되는 만큼, 부상 없이 남은 시즌을 소화한다면 그 누구도 경쟁자가 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더욱이 류현진의 경우 비슷한 레벨의 투수가 많아 표가 갈릴 가능성도 있다.

 

4경기 연속 승리를 거두며 다른 신인 투수들과의 경쟁에서는 조금 앞서나가게 된 류현진이지만, 푸이그는 여전히 그 앞을 달리고 있다. 그를 따라잡고 생애 한 번뿐인 신인왕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앞으로의 경기에서도 꾸준히 호투를 이어가며 승수를 쌓는 수밖에 없다.

 

// 카이져 김홍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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