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언 몬스터’ 류현진(27, LA 다저스)이 2014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첫 선발등판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따냈다. 류현진은 피칭은 물론 타격에서도 좋은 모습을 드러내며 팀 승리의 수훈갑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호주 시드니 크리켓 그라운드에서 펼쳐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개막 시리즈 2차전에 선발 등판한 류현진은 5회까지 2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의 완벽에 가까운 피칭을 선보이며 팀의 7-5 승리를 이끌었다.
2회 말 자신의 올 시즌 첫 타석에서는 안타를 때려내 관중들의 박수를 받았고, 야시엘 푸이그의 후속타 때 홈을 밟아 득점도 기록했다. 다저스 타선도 일찍부터 많은 점수를 뽑아내며 류현진을 도왔다.
1회 말 상대 1,2번 타자를 모두 뜬공으로 처리한 류현진은 이후 ‘천적’ 폴 골드슈미트에게 첫 안타를 내줬다. 그러나 4번 마틴 프라도를 삼진으로 처리하며 1회를 무실점으로 막았다. 2회에도 2사 후 7번 게라도 파라에게 안타를 내줬지만, 디디 그레고리우스를 삼진처리하며 또 다시 위기를 넘겼다.
3회를 삼자범퇴로 깔끔히 처리한 류현진의 진가는 4회 말 수비 때 드러났다. 선두타자 골드슈미트의 평범한 직선타구를 2루수 디 고든이 놓치면서 무사 1루의 위기를 맞은 상황. 프라도를 삼진으로 잡아낸 류현진은 미겔 몬테로를 상대로 유격수 땅볼을 유도하는데 성공했다.
수비만 제대로 이뤄졌으면 병살 성공과 더불어 이닝이 종료되었어야 했지만, 유격수 헨리 라미레즈가 2루수 고든에게 토스하지 않고 직접 베이스를 밟으려다 주자와 타자를 모두 살려주는 실수를 범했다. 1사 1,3루의 위기, 다저스가 4회 초 득점 기회를 날린 후였기에 자칫 나쁜 흐름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류현진은 이번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강타자 마크 트럼보를 외야 플라이로 처리한 류현진은 파라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위기를 넘겼다. 안정적인 제구를 보여주던 류현진은 5회 말 상대 투수에게 첫 볼넷을 내줬으나, 상대 1번 A.J. 폴락을 유격수 앞 병살타로 잡아내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다행히 이번에는 라미레즈도 실수하지 않고 침착하게 처리했다.
류현진은 5회 말 수비가 끝난 후 다리가 불편한 듯 다소 절뚝거리며 덕아웃으로 들어갔고, 6회 말 수비 때 교체됐다. 5회까지의 투구수는 87개에 불과했지만, 크게 이기고 있는 경기에서 굳이 무리할 필요는 없었다. 류현진의 뒤를 이어 등판한 7명의 구원투수들은 5점을 내주는 불안한 모습 속에 간신히 팀의 승리를 지켜냈다.
투구내용을 살펴보면 류현진의 영리함이 더욱 두드러진다. 경기가 펼쳐진 시드니 크리켓 그라운드는 야구 전용 구장이 아닌 만큼 수비 때 야수들의 실책과 실수가 계속됐다. 그 때문에 전문가들은 경기 전부터 ‘땅볼’ 타구에 대한 위험을 경고하기도 했다.
그 점을 의식해서였는지, 류현진은 평소와 달리 뜬공 유도에 주력하며 애리조나 타자들을 처리했다. 삼진을 제외하고 5회까지 잡아낸 10개의 아웃카운트 중 땅볼로 인한 것은 5회 말 병살타로 인한 것뿐, 나머지 8개의 아웃은 모두 외야의 뜬공이었다.
주자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피칭이 판이하게 달랐다. 8개의 플라이 아웃 중 7번은 주자가 없을 때 나온 것이었다. 반대로 주자가 있을 때는 좀 더 신중하게 승부에 임했다. 5개의 삼진 중 4개가 주자 있을 때 나온 것이었고, 위기 때는 병살타성 땅볼 타구를 두 번이나 이끌어냈다. 안정적인 제구력과 더불어 특유의 위기 관리 능력까지도 제대로 보여준 경기였다.
류현진과 맞대결을 펼친 애리조나 선발 트레버 케이힐은 4회까지 8피안타 4볼넷 5실점하며 ‘다저스 킬러’의 명성을 살리지 못하고 패전투수가 됐다. 1회부터 케이힐을 두들긴 다저스 타선은 1번 고든(3안타 2득점)과 2번 푸이그(3안타 2타점)의 맹활약 속에 13안타 7득점하며 7-5 승리를 이끌었고, 애리조나 타선은 9회 말에만 4득점하며 뒤늦은 추격에 나섰지만 끝내 승부를 뒤집지는 못했다.
이로써 호주에서의 원정 개막 2연전은 모두 다저스의 승리로 끝났다. 다저스는 클레이튼 커쇼와 류현진, 두 선발이 모두 승리를 따내는 등 좋은 분위기로 본격적인 시즌 개막을 대비할 수 있게 됐다. 다저스는 미국으로 돌아가 남은 시범경기 일정을 마무리한 후, 한국시간으로 31일부터 시작되는 본토 개막전을 준비할 예정이다.
// 카이져 김홍석 [사진=osen.m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