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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김응용 감독님, 이건 좀 아니잖아요?

by 카이져 김홍석 2014. 4. 5.

4 4일에 열린 SK 와이번스와 한화 이글스 간의 시즌 첫 번째 경기는 장단 14안타를 터뜨리며 13점을 뽑은 SK 13-4로 승리했다. 압도적인 승부였다. SK 타자들의 방망이는 경기 초반부터 거침없이 돌아갔다. 반면, 한화의 경우 투수들은 대책 없이 얻어 맞았으며, 야수들의 손은 어지러웠다.

 

애당초 이미 승부가 결정된 시합이란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SK 선발이 김광현인데 비해 한화는 1군 무대 선발등판이 처음인 무명의 이동걸을 예고했기 때문.

 

사실 이 매치업이 이뤄지는 과정 자체에 뭔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었다. 당초 이동걸은 3일 경기의 선발투수로 예정되어 있었다. 원래 한화의 5선발은 윤근영이지만, 2일 경기에 구원으로 등판하는 바람에 이동걸이 급하게 3일 경기의 선발로 내정되었던 것.

 

하지만 다행인지 3일에 열릴 예정이었던 한화와 삼성의 경기는 비로 취소되었고, 한화는 하루의 달콤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때문에 4일 경기의 선발투수로는 지난달 30일 롯데와의 개막전에서 승리투수가 된 외국인 투수 케일럽 클레이가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김응용 감독은 4일 경기에서도 그대로 이동걸을 선발로 예고했다. 개막전에서 기록된 클레이의 투구수는 겨우(?) 87, 굳이 5일의 휴식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었다. 에이스의 등판을 하루 뒤로 미루면서까지 1군 통산 기록 14경기 19.2이닝 14실점 평균자책점 6.41의 이동걸에게 기회를 줄 이유도 없다. 결국 김응용 감독은 김광현이 등판하는 SK’와의 정면승부를 피한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도망친 승부에서 한화는 꼴사나운 경기력을 선보이며 처참하게 패했다. 그 과정에서 이동걸(2.1이닝 7실점)과 임기영(2이닝 5실점 1자책)은 자신감이 완전히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난타당했고, 한화의 야수들은 정신 없이 날아오는 타구 속에 영혼까지 탈탈 털렸다.

 

반대로 개막전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김광현은 한화 타자들의 도움 속에 7이닝 무실점 승리를 따내며 해외진출을 향한 의지를 활활 불태웠고, SK 타자들은 모처럼 무더기 안타를 생산해내며 개인 기록 향상에 힘 썼다. 결국 한화 에이스 클레이는 5일 경기에서 불붙은 SK 타선을 상대하게 됐다.

 

경기가 진행되는 과정에도 답답한 점이 많았다. 우선 김광현은 3회까지 무려 4개의 볼넷을 남발하는 등 컨디션이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한화 타자들은 시간이 갈수록 승부를 빠르게 가져가면서 김광현의 투구수를 줄여주었다. 참고 기다리는 자세로 타격에 임했다면 김광현을 무너뜨리거나, 적어도 일찍 강판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한화는 올 시즌 펠릭스 피에, 정근우, 이용규가 가세하면서 작년보다 전력이 강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정근우와 이용규의 존재는 공격뿐 아니라 수비에서 가져오는 시너지 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 말도 있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정근우의 수비는 여전히 눈부신데 반해, 나머지 야수들의 수비는 여전히 허점투성이다.

 

4일 경기에서도 그런 면이 그대로 드러났다. 정근우는 이날 4회 수비에서 김강민의 중전 안타성 타구를 끝까지 따라가 잡아내는 놀라운 수비를 선보였다. 놓치더라도 아무도 그를 탓할 수 없을 정도로 잡기 어려운 타구였다. 게다가 스코어는 이미 0-8로 뒤져 있는 상황. 정신적으로 느슨해져도 이상할 것 없는 분위기 속에서도 집중력을 유지하고 있던 정근우의 플레이는 정말 박수를 받을만했다.

 

(동영상 링크) http://tvpot.daum.net/v/v96d1z7DPDP1Whht16WWP71

 

한화가 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정근우의 이 플레이는 해당 경기 최고의 수비를 가리는 ‘ADT캡스플레이로 선정되었다. 개막전에 이어 5경기만에 두 번째 선정이다. 뿐만 아니라 해당 포지션 최고의 수비수를 가리기 위한 ‘ADT캡스 수비율 랭킹에서도 정근우는 2루수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나머지 야수들의 수비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이동걸이 프로 데뷔 후 첫 선발등판임을 감안하면 동료들이라도 도와줘야 했는데, 오히려 발목을 잡는 경우가 많았다.

 

1회 말 SK는 상대 실책 덕분에 손쉽게 선취점을 뽑았다. 도루하는 김강민을 잡아내기 위한 포수 김민수의 송구가 뒤로 빠졌다. 김민수의 송구도 그랬지만, 그걸 잡아주지 못한 베테랑 송광민의 플레이가 더 아쉽게 느껴졌다. 어쨌든 그 플레이가 빌미가 되어 1회에만 4실점, 이미 그 시점에서 승기는 SK 쪽으로 넘어갔다.

 

3 3루 선상 타구를 잘 잡고도 원바운드 송구로 타자주자를 2루까지 내보낸 김회성의 실책은 그나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정근우 등 몇몇 주전 멤버들이 교체되어 나간 후 한화 야수들이 보여준 플레이는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였다.

 

6회 말 2 1,2루에서 서로 잡겠다고 나서다 평범한 내야 뜬공을 놓친 유격수 송광민과 2루수 이학준의 플레이는 가장 기본인 콜 플레이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벌어진 실수였다. 정근우와 달리 이미 경기에 대한 집중력을 잃어버렸던 것이다.

 

(동영상 링크) http://tvpot.daum.net/v/v0854bR4Z4beDRRZ4RBZB86

 

송광민은 7회에도 정상호의 2루타 때 홈 송구 실책을 범했고, 공은 포수 뒤로 빠졌다. 이 과정에서 투수 임기영은 백업 플레이를 소홀히 했다. 임기영이 뒤늦게 공을 따라가면서 포수와 투수가 함께 공을 쫓아가는 웃지 못할 장면이 연출됐다. 이미 정신줄을 놓은 한화 선수들은 그저 경기가 빨리 끝나기만을 바랐던 것인지도 모른다.

 

(동영상 링크) http://tvpot.daum.net/v/vf95exL3Kni8MKKxnKMjIUo

 

야구에서는 실책을 3번 저지르면 그 경기를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이날 한화는 무려 4개의 실책을 저질렀다. SK는 한화 야수들의 도움 속에 타격감 끌어올리기에 성공하며 개인 성적을 두둑하게 챙겨갔다.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팬들이 부끄러움을 느낄 정도로 아쉬운 경기력이 한화 선수들에게서 펼쳐졌다.

 

투수운용, 상대 투수에 대한 공략, 그리고 수비에 대한 집중력까지. 김응용 감독은 경기 중에 그 무엇 하나도 제어하지 못했다. ‘이길 수 있는 경기를 확실히 잡겠다는 작전도 좋지만, 그것이 상대를 가려가며 싸우겠다는 뜻이라면 이를 과연 팬들이 납득할 수 있을까.

 

김광현과의 맞대결을 피하고 1패를 감수하면서까지 5일 경기의 승리를 노린 김응용 감독. 만약 5일 경기에서도 한화가 패한다면, 그때는 정말 모든 것을 잃은 것이나 다름없어진다. 과연 한화는 4일 경기의 치욕적인 패배를 5일 경기의 승리로 보답 받을 수 있을까? 문제는 5일 경기를 이긴다 하더라도, 이미 잃은 것이 너무나 많다는 점이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제공=iSportsKorea, 제공된 사진은 스포츠코리아와 정식계약을 통해 사용 중이며, 무단 전재시 법적인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