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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2013시즌 롯데의 운명을 가른 결정적 순간들

by 카이져 김홍석 2014. 4. 4.

2014시즌이 개막한지도 벌써 일주일이란 시간이 흘렀다. 롯데 자이언츠는 올해 근성의 야구를 내세우며 통산 3번째 우승을 노리고 있다. 이미 새로운 시즌이 시작됐지만, 지난해의 실패를 되돌아 보는 것도 올 시즌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본격적인 순위  싸움에 앞서, 2013시즌의 롯데 자이언츠를 마지막으로 한 번 돌아보자.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2013년 정규리그에서 66 4 58패 승률 532리를 기록, 9개 구단 중 5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2008년부터 이어져 오던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기록에 마침표를 찍었고, 이는 선수단과 팬 모두에게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사실 롯데의 2013시즌은 시작 전부터 조금은 불안해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1년 사이에 리그 최고의 4번 타자(이대호) 5번 타자(홍성흔), 그리고 15승급 좌완 에이스(장원준)와 정상급 리드오프(김주찬)를 여러 이유로 떠나 보내야만 했다. 이처럼 전력이 크게 약화된 상황이라 전문가들도 롯데의 4강 진출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았다.

 

새롭게 사령탑으로 취임한 김시진 감독은 우승이라는 목표를 밝히며 당찬 도전에 나섰지만, 이 대신 잇몸으로 버텨야 하는 상황은 끝내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다. 그러나 매년 약해지는 전력 속에서도 시즌 막판까지 포스트시즌 진출 티켓을 놓고 상위권 팀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는 것만으로도 2013시즌의 롯데 선수단은 높은 평가를 받을만했다.

 

언제나 지나고 보면 아쉬움이 남는 법. 객관적인 전력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롯데는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치며 시즌 내내 4강권을 노크했고, 몇몇 위기만 극복했다면 가을잔치 연속 참가 기록을 6년으로 늘리는 것도 가능했었다. 2013시즌 롯데의 운명을 크게 좌우했던 결정적 순간들을 지금부터 살펴보자.

 

1. 4 5 KIA - 식목일의 악몽, 개막 5연승 후 7연패의 시작

 

2013시즌의 시작은 파죽의 5연승이었다. 한화와의 개막 2연전은 모두 끝내기 역전승으로 장식했고, 이어서 벌어진 신생팀 NC와의 3연전 역시 한 수 위의 기량을 선보이며 기분 좋은 스윕을 달성했다. 롯데의 개막 5연승은 팀이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에 올랐던 1999년 이후 처음이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롯데의 5연승을 단순한 대진운이라 폄하하기도 했다. 실제로 경기 내용이 아주 만족스럽진 않았다. 5연승에 가려져 있었을 뿐, 믿었던 불펜은 두 번의 블론 세이브를 범하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고, 공격에서도 상대의 실수 덕분에 어부지리로 얻은 점수가 많았다.

 

4 5일 식목일에 펼쳐진 KIA와의 경기는 그런 롯데의 진짜 전력을 알 수 있는 시험무대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롯데는 바로 이 시합에서 3-9로 크게 패했고, 세간의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말았다.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6회까지만 해도 롯데는 2-3으로 KIA 1점만 뒤지고 있었고, 반격의 기회도 얼마든지 있었다. 하지만 운명의 7, 선발 옥스프링이 내려간 후 등판한 강영식-김승회-진명호 세 명의 투수가 무려 8개의 안타를 허용하며 6실점, 순식간에 승부가 결정지어졌다. 특히 김승회는 상대했던 5명의 타자에게 모두 안타를 얻어 맞는 최악의 피칭으로 사직구장을 찾은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이 경기를 시작으로 롯데는 7연패(1)의 늪에 빠지며 심각한 부진을 겪었다. 5연승의 상승세는 이미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고, 믿었던 불펜은 거듭되는 블론 세이브 행진으로 팬들의 탄식을 자아냈다. 식목일 경기에서 꼭 이기지 못했더라도, 만약 끝까지 긴장감을 이어가는 한 점차 패배였다면, 롯데의 시즌 출발이 이토록 꼬이지 않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다.

 

2. 4 25 SK - 옥춘이의 반격, 퇴출 위기에서 듬직한 에이스로!

 

롯데가 과거 LG에서 뛰었던 크리스 옥스프링을 새 외국인 투수로 영입했다는 소식이 처음 전해졌을 당시 팬들 사이에서는 기대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더 컸다. 벌써 30대 후반이 된 그가 한국을 떠난 지 벌써 4년이 지났고, 그 사이 야구계를 잠시 떠났던 적도 있었기 때문.

 

아니나 다를까 옥스프링은 시즌 첫 4번의 등판에서 3패만 기록했고, 팀은 그가 등판한 4경기를 모두 졌다. 평균자책점은 6.63으로 매우 높았고, 19이닝 동안 18개의 4사구를 남발하는 등 투구 내용면에서도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일부 성격 급한 팬들 사이에서 퇴출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런데 4 25일 사직 SK전에서 놀라운 반전이 벌어졌다. 1회 출발은 불안했다. 안타 2개와 볼넷 하나로 1사 만루 위기를 맞았던 것. 하지만 상대 5~6번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불을 끈 옥스프링은 이후 전혀 다른 투수가 되어 상대 타선을 농락하기 시작했다.

 

상대 에이스 김광현과 맞대결을 펼쳤던 이 경기에서 옥스프링은 7이닝 5피안타 무실점의 훌륭한 피칭을 선보였고, 삼진을 8개나 곁들이며 자신의 시즌 첫 승리를 자축했다. 7번의 이닝 중 4번을 삼자범퇴로 막는 등, 모처럼 지켜보는 팬들의 속을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통쾌한 승리였다.

 

이 경기를 시작으로 옥스프링은 다음 4번의 등판에서도 모조리 승리를 따내며 5경기 연속 승리의 기염을 토했다. 7월 초 4번째 패배를 당하기 전까지 12경기에서 7연승을 기록한 옥스프링은 좌완 에이스 쉐인 유먼과 더불어 리그 최고의 원투펀치를 형성하며 팀의 4강 싸움에 앞장섰다.

 

옥스프링은 롯데의 4강 진출이 걸려 있던 9월의 마지막 4경기에서 또 다시 3연승을 기록하며 마지막까지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는 13 7패 평균자책점 3.29의 뛰어난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했고, 투구이닝과 탈삼진, 퀄리티스타트 횟수 등에서도 정상권에 이름을 올리며 최고의 선발투수 중 한 명임을 스스로 증명했다.

 

3. 5 28~30일 두산전 - 치열한 4강 다툼 그 서막을 알리다

 

프로야구 정규시즌의 성패는 결국 여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특유의 장마철과 무더위를 이겨내는 자만이 가을에 풍성한 수확을 거둘 수 있기 때문. 지난해의 롯데는 여름을 앞두고 또 한 번의 기회를 잡았었다.

 

5 28일 시작된 두산과의 3연전을 모두 쓸어 담으며 21 2 20패를 기록하게 된 롯데는 두산을 승차 없는 5위로 밀어내고 4위로 올라섰다. 롯데가 3연전 스윕을 달성한 것도, 승수가 패보다 많아진 것도, 그리고 4강권에 이름을 올리게 된 것도 시즌 초반 5연승 당시 이후 이때가 처음이었다.

 

외국인 듀오가 나서지 않고도 달성한 스윕이기에 그 기쁨이 더욱 컸다. 3경기에 등판한 롯데의 선발투수는 김수완-이재곤-송승준이었다. 타선은 3경기에서 19점을 뽑는 맹타를 휘두르며 투수들을 도왔고, 두산의 유희관-노경은-김선우 선발 트리오는 모두 패전을 떠안았다. 3경기에서 5안타 4타점을 기록한 강민호의 활약이 특히 돋보였다.

 

한번 달아오른 기세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이어진 선두 삼성과의 경기에서는 옥스프링과 유먼이 출격해 연승 숫자를 ‘5’로 늘렸다. 2경기에서 타선이 12점을 얻는 동안 투수진이 내준 점수는 단 1점에 불과했다. 여태까지와는 전혀 다른 훌륭한 경기력이 5연승을 만들어냈다.

 

그 결과 롯데는 3위로 올라섰고, 다른 경쟁팀들과 더불어 여름의 치열한 수위 싸움을 예고했다. 타자들은 홈런포 없이 점수를 따내는 법을 조금씩 깨닫고 있었고, 리그에서 가장 많은 터프 세이브를 기록하는 믿음직한 마무리로 변신한 김성배의 존재는 팬들에게 희망을 가져다 주었다.

 

4. 7 12~14 NC막내에게 당한 충격적인 스윕

 

지난해 여름은 선두 삼성을 제외한 나머지 구단들이 4강 진입을 위해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 시기였다. 시즌 초반 승승장구하던 KIA가 눈에 띄게 하향곡선을 그렸고, 반대로 하위권에 쳐져 있던 LG가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2~4위를 놓고 다섯 팀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었고, 롯데도 그 중 하나였다.

 

자고 일어나면 순위가 바뀌어 있을 정도로 혼전 양상이던 이 기간 동안 롯데도 2~5위를 오르내리며 6년 연속 가을잔치 참가를 위해 투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사단이 났다. 7월 초까지 4위를 유지하고 있던 롯데는 7 12일부터 시작된 원정 3연전에서 내리 3연패를 당하면서 순식간에 6위로 떨어졌다. 그리고 그 충격을 안긴 상대는 한 수 아래로 생각하고 있던 신생팀 NC 다이노스였다.

 

12일 경기는 토종 에이스 송승준이 7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음에도 1-2로 아깝게 졌다. 두 번째 경기는 난타전 속에 7-8로 패했다. 두 경기 모두 아쉬움이 크게 남는 패배였지만, 경기내용이 나쁘진 않았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었다. 롯데는 여전히 4위를 지키고 있었고, 세 번째 경기의 선발투수는 팀의 우완 에이스 옥스프링이었다.

 

그러나 롯데는 4위 수성이 걸려 있던 14일 경기에서 1-10으로 맥 없이 패했다. 옥스프링을 비롯한 투수진은 5회에만 7실점하며 무너졌고, 타선 역시 집중력을 상실한 채 잔루만 잔뜩 남겼다.

 

이 세 번째 패배로 인해 롯데는 4위에서 6위로 떨어졌고, 이어진 LG와의 2연전도 모두 내주며 5연패라는 최악의 분위기로 전반기를 마감했다. 롯데는 후반기 시작과 동시에 한화를 상대로 3연승을 거두며 5위로 올라서는데 성공하지만,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한 마지막 한 계단은 끝끝내 오를 수 없었다. NC와의 3연전 스윕 패배가 팬들의 기억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이유다.

 

5. 9 4일 넥센전 마지막 희망이 사라지던 날

 

후반기 시작 이후 8월 내내 5위를 달리던 9월 초 롯데에게 또 한 번의 기회가 찾아왔다. 9 3일부터 3.5게임 차로 뒤지고 있는 4위 넥센과의 2연전이 예정되어 있었다. 두 경기를 모두 잡아내면 승차를 1.5게임으로 줄이며 막판 역전극을 기대할 수 있었고, 시기상으로 봤을 때 사실상의 마지막 찬스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맞이한 9 3일 경기. 롯데는 송승준(5이닝 1실점)의 호투 속에 5-4 한 점차 짜릿한 승리를 따냈다. 넥센 타선이 9회 말에도 2점을 따라 붙는 등 끈질기게 추격을 해왔지만, 김성배가 어려움 속에 이를 막아내며 귀중한 승리를 지켜냈다.

 

이제 넥센과의 승차는 2.5게임으로 줄어들었고, 4일 경기의 선발투수로 롯데는 옥스프링, 넥센은 오재영을 예고했다. 두 선발투수의 이름값만 놓고 봤을 때는 롯데의 승리가 무난해 보이는 그런 시합이었고, 팬들 역시 기대감 속에 이 경기를 지켜보았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당초 예상과 전혀 달랐다. 옥스프링은 6이닝 3실점의 퀄리티스타트로 나름 제 몫을 해줬다. 하지만 타자들은 오재영을 상대로 5회까지 단 한 점도 뽑아내지 못했다. 0-3으로 지고 있던 7회 장성호와 전준우의 득점타가 나오며 한 점차 추격에 성공했지만, 8회에 또 다시 2점을 내주면서 결국 2-5로 졌다.

 

전혀 예상치 못한 패배였다. 충격이 컸던 탓인지 롯데는 그 경기를 시작으로 9경기에서 2 1 6패의 부진에 빠지며 마지막 추격의 끈마저 놓아버렸고, 넥센은 11경기에서 10 1패의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그 경기의 승자가 롯데였다면, 상황은 정 반대가 되었을지도 몰랐다.

 

거듭되는 전력 약화 속에서도 시즌 막판까지 가을잔치 참가를 향한 열정을 불태웠다는 것만으로도 롯데의 2013시즌은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주어진 기회를 살려낼 수 있는 힘이 조금은 부족했던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착실한 전력 강화를 통해 작년보다 훨씬 강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2014년의 롯데 자이언츠는 그와 다를 것이라 기대해본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제공=iSportsKorea, 제공된 사진은 스포츠코리아와 정식계약을 통해 사용 중이며, 무단 전재시 법적인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