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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다나카 MLB 데뷔전, 다르빗슈-류현진과 뭐가 달랐나

by 카이져 김홍석 2014. 4. 6.

다나카 마사히로(26, 뉴욕 양키스)가 명성대로의 빼어난 피칭을 선보이며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승리투수가 됐다.

 

일본프로야구 최고의 투수다운 안정감 있는 피칭이었다. 한국시간으로 5일 오전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한 다나카는 7회까지 6피안타 3실점(2자책)을 기록, 팀이 7-3으로 승리하면서 승리투수가 됐다.

 

지난해 일본프로야구 라쿠텐 골든이글스에서 24승 무패 평균자책점 1.27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둔 다나카는 지난 스토브리그의 뜨거운 감자였다. 메이저리그행을 선언한 다나카를 영입하기 위해 수많은 구단이 관심을 표하며 달려들었다.

 

결국 다나카는 7년간 15,500만 달러의 초대형 장기계약을 제시한 양키스의 품에 안겼고, 엄청난 몸값만큼이나 그의 성적에 대한 관심도 폭주했다. 일각에서는 거품 몸값이란 지적도 없지 않았기에 이번 데뷔전에 더 큰 관심이 모아졌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다나카의 피칭은 명불허전이었다.

 

시작은 아주 불안했다. 다나카는 1회 말 선두타자 멜키 카브레라에게 느닷없이 홈런을 맞았다. 게다가 홈런을 맞은 구질은 지금의 다나카를 있게 해준 스플리터였다. 2회에도 다나카는 안타 두 개와 실책 하나로 인한 1사 만루 위기에서 조나단 디아즈에게 역전 2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1~2회에만 4개의 안타로 3실점. 수비 실책이 포함되어 있어 자책점은 2점이었지만, 1회 초 타선이 뽑아준 2점의 리드를 날리고 역전까지 허용한 다나카의 피칭은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바로 다나카의 진가는 바로 그때부터 드러났다. 이어진 1 1,2루 상황에서 카브레라와 2번 콜비 라스무스를 모두 삼진으로 잡아내며 이닝을 마쳤다. 특히 카브레라에게 삼진을 잡아낸 구질은 1회에 홈런을 맞았던 바로 그 스플리터였다.

 

다나카는 3회에도 1사 후 에드윈 엔카나시온에게 2루타를 내줬지만, 후속 타자들을 삼진과 땅볼로 잡으면서 더 이상의 점수를 허용하지 않았다. 그리고 4회부터의 다나카는 전혀 다른 안정감 있는 피칭을 선보이며 경기의 주도권을 잡아가기 시작했다.

 

4회 단 6개의 공으로 세 타자를 범타 처리한 다나카는 이후 7회까지 매회 3명씩의 타자만 상대했다. 6회에는 안타를 하나 맞았지만, 후속 타자에게 병살을 유도하며 큰 위기 없이 넘겼다. 타자들이 3 2, 4 1점을 얻어 다시 리드를 잡아준 덕에 다나카는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고 마운드에서 내려올 수 있었다.

 

7회를 마쳤을 때 다나카의 투구수는 97. 2회에만 26구를 던졌음을 감안하면 나머지 이닝에서의 피칭이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 적재적소에 잡은 탈삼진도 8개나 되고,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4사구가 단 하나도 없었다는 점이다.

 

이 승리를 통해 다나카는 2012년부터 이어온 자신의 정규시즌 연승기록을 ‘29’로 늘리는데 성공했다. 또한, 자신의 피칭이 메이저리그에서도 충분히 통할만한 수준임을 증명했다. 다나카의 데뷔전은 같은 아시아 출신 투수들의 데뷔전 기록과 비교해도 아주 좋은 편이다.

 

다나카와 가장 직접적으로 비교가 되는 투수는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투표에서 2위에 오른 다르빗슈 유(27, 텍사스 레인저스). 다나카보다 2년 먼저 빅리그 무대를 밟은 다르빗슈도 데뷔전에서 승리를 따냈었다. 하지만 타선의 도움 속에 운 좋게 승리투수가 됐을 뿐, 다르빗슈의 투구내용은 5.2이닝 8피안타 4볼넷 5실점으로 매우 부진했었다.

 

코리언 몬스터류현진(27, LA 다저스)도 비교대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류현진은 지난해 메이저리그 첫 등판에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맞아 6.1이닝 동안 10피안타 3실점(1자책) 패전을 기록했다. 안타를 10개나 맞고도 3실점으로 막은 류현진의 경기 운영 능력은 돋보였지만, 첫 경기부터 두 자릿수 안타를 맞는 바람에 불안감이 고조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데뷔전 기록만 놓고 보면 다나카가 다르빗슈, 류현진보다 확실히 더 좋다. 경기 초반의 위기를 스스로의 힘으로 극복하고 갈수록 안정감 있는 피칭을 통해 팬들의 신뢰를 얻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다르빗슈와 류현진은 데뷔전에서의 아쉬움을 모두 떨쳐버리고 첫해부터 수준급의 성적을 거두며 인정받는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다나카가 지난 겨울 대형 계약을 터뜨릴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들이 길을 잘 터 놓았기 때문이다. 다나카는 첫 경기부터 신뢰를 얻을만한 피칭을 보여주면서 올 시즌 성적에 대한 기대치를 높였다.

 

지금까지 아시아 출신 선발투수들 가운데 첫 해 성적이 가장 좋았던 건 지난해의 류현진(14 8 3.00) 1995년의 노모 히데오(13 6 2.54), 그리고 2012년의 다르빗슈(169 3.90) 정도를 꼽을 수 있다. 과연 다나카는 올 시즌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두게 될까. 일단 그 첫 시작은 아주 좋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 : Yahoo Spor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