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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감독들의 악몽, 에이스의 부상

by 카이져 김홍석 2008. 3. 17.

스프링 캠프가 시작되고 시범경기가 진행되면서 계속 해서 들려오는 뉴스 중 하나가 바로 선수들의 부상에 관한 소식이다.


정규 시즌은 장장 6개월의 대장정. 페넌트레이스를 승리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건 중에 하나는 팀의 중심 선수들이 건강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력 선수들의 부상은 패배를 부르는 지름길이다.


25인 로스터에 들어간 선수라면 누가 당사자가 되던 간에 아쉬운 것이 부상이지만, 팀의 기둥과도 같은 에이스 투수가 부상을 당한다면 그것은 너무나 뼈아픈 일이 아닐 수가 없다.


그런데 이번 2008시즌 시범경기를 통해 울상을 짓는 팀들이 몇몇 보인다. 에이스급 투수들의 부상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부상 정도에 따라 심각성은 달라지겠지만, 몇몇 팀들은 심각하리만치 큰 타격을 입고 있기도 하다.


▷ ‘원투 펀치의 부재’ LA 에인절스

현재 에이스의 부상으로 가장 큰 아픔을 겪고 있는 팀은 다름 아닌 아메리칸 리그 서부지구의 강자 LA 에인절스다. 오프 시즌 동안 토리 헌터와 존 갈랜드 등을 영입하면서 지난해의 그 강한 전력을 그대로 보존했지만, 막강 원투 펀치로 이름을 날렸던 두 선수의 부상이 예상외로 심각하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울상을 짓고 있다.


2선발 켈빔 에스코바(2007시즌 18승 7패 3.40)가 먼저 어깨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빨라야 5월 중순이 되어야 복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또 하나의 청천벽력과 같은 비보가 전해졌다. 바로 에이스 존 랙키(19승 9패 3.01)가 팔꿈치 통증으로 4주 이상 결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에인절스는 지난해 최강의 위용을 자랑했던 원투펀치가 없이 4월 한 달을 버텨야 한다. 그야말로 차-포를 떼고 장기를 두는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아메리칸 서부지구의 현실은 봐주면서 레이스를 치를 수 있을 만큼 만만하지 않다.


강력한 라이벌 시애틀 매리너스는 오프 시즌 동안 에릭 베다드를 영입하며 기존의 펠릭스 에르난데스와 호흡을 맞출 막강 원투펀치를 완성했다. 이들과 자웅을 겨루어야 할 랙키와 에스코바의 부재는 에인절스의 입장에서는 악몽이나 다름없다. 어쩌면 4월 한 달 만에 두 팀의 명암이 완전히 갈리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 세인트루이스 & LA 다저스

지난해의 악몽이 그대로 이어지는 팀도 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LA 다저스는 각각 내셔널 리그 중부지구와 서부지구의 최강팀으로 손꼽혔으나, 에이스로 맹활약해줄 것으로 기대되었던 크리스 카펜터제이슨 슈미트가 조기에 시즌 아웃되면서 포스트 시즌 진출에 대한 꿈을 접어야 했다.


카디널스의 불운은 올해도 그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토미 존 수술을 받은 카펜터는 올스타 브레이크가 되어야 복귀할 수 있을 전망이고, 부상으로 지난해 3경기만 등판했던 2선발 마크 멀더는 또다시 어깨 통증을 호소하며 시범경기에 등판하지 않고 있다. 카펜터와 멀더의 복귀 시기가 관심사로 떠오르긴 하겠지만, 지금의 팀 전력은 그들 없이 이길 수 있을 만큼 안정적이지 못하다.


다저스의 경우도 슈미트에 투자한 엄청난 금액(3년간 4700만 달러)을 고스란히 날릴 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해있다. 슈미트는 5월 중순께 복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부상 정도는 결코 가볍지 않다. 90마일 후반대의 강속구를 구사하던 파워피처였지만 어깨가 심각한 수준으로 손상된 상황. 어쩌면 복귀 한다고 하더라도 팀 전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워낙에 강한 투수력을 보유하고 있는 다저스라 슈미트의 공백이 크게 느껴지진 않고 있지만, 역시나 그가 건강하게 로테이션에 합류해 있다거나, 그에게 쏟아 부은 돈으로 강타자를 영입했을 때를 가정해 본다면 아깝지 않을 수가 없다.


▷ 자쉬 베켓 & 스캇 캐즈미어

월드시리즈 2연패를 노리는 보스턴 레드삭스도 겨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미 커트 쉴링이 어께 부상으로 60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오른 상황에서, 20승 투수 자쉬 베켓이 허리 통증을 호소한 것이다.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서 피칭 연습을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개막전에는 던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부상을 당한 선수가 다름 아닌 베켓이기에 더욱 걱정이다. 2002년부터 풀타임 선발 투수로 크게 주목을 받았던 베켓이지만, 200이닝 투구는 2006년이 되어서야 가능했다. 고질적이었던 손가락의 물집과 그 외 잡다한 부상으로 한때는 ‘인저리 프론(고질적으로 부상을 당하는 선수)’의 대명사였기 때문.


쉴링의 공백이 다소 크게 느껴지는 상황에서 혹시나 베켓이 시즌 내내 부상으로 고생하게 된다면, 보스턴의 2연패는 신기루에 불과할 것이다.


‘젊고 강한 팀’으로의 변신에 성공한 템파베이 레이스의 좌완 에이스 스캇 캐즈미어도 개막전에 불참한다. 지난달에 있었던 자체 청백전에서 왼쪽 팔꿈치에 통증을 느낀 캐즈미어는 이후 시범경기에도 모습을 내비치지 않고 재활에만 전념하고 있었다.


회복 속도도 문제지만 무리하게 일찍 복귀해서 위험 요소를 남겨 놓느니, 맘을 느긋하게 먹고 확실하게 치료한 다음 복귀시키겠다는 것이 팀 프런트의 생각이다. 2007년 아메리칸 리그 탈삼진 1위에 빛나는 캐즈미어는 올 시즌 사이영상 후보 가운데 한 명으로 점쳐지고 있었던 터라 아쉬움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