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인 유먼, 크리스 옥스프링, 그리고 루이스 히메네스. 올 시즌 롯데 자이언츠에서 뛰고 있는 세 외국인 선수의 이름이다. 그리고 롯데 팬들이 무한한 신뢰와 사랑을 보내고 있는 이들이기도 하다. 이들이 있기에 팬들은 웃을 수 있다.

 

한국 프로야구에 외국인 선수 제도가 처음 도입된 것은 1998년이었다. 올해로 17년째다. 10년 동안 롯데는 외국인 선수를 가장 못 뽑는 팀 중 하나였다. 펠릭스 호세라는 걸출한 슈퍼스타를 보유했던 팀이지만, 그를 제외하면 딱히 기억나는 이름이 없다. 호세와 더불어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에밀리아노 기론은 당시 팀 성적이 좋았기에 오랫동안 회자되었을 뿐, 외국인 선수치고 서적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롯데가 2000년대 초중반을 거치면서 암흑기를 보냈던 것은 이처럼 외국인 선수를 제대로 선발하지 못했던 탓도 있다. 그런 롯데에 새로운 한 줄기 빛이 되어준 선수는 2008시즌 등장과 동시에 30홈런 111타점을 기록하며 리그 타점왕에 오른 카림 가르시아였다. 가르시아는 롯데가 8년 만에 가을잔치에 복귀하는 데 큰 공을 세우면서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2010년에는 전년도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던 라이언 사도스키가 등장했다. 젊고 친화력이 좋았던 사도스키는 꾸준히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두며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그리고 롯데는 가르시아가 첫 선을 보였던 2008년부터 사도스키의 마지막 시즌이었던 2012년까지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하며 강팀으로 거듭났다.

 

외국인 선수 엔트리가 3명으로 늘어난 올 시즌, 롯데는 외국인 선수를 가장 잘 뽑은 구단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만큼 유먼, 옥스프링, 히메네스 3인방의 활약이 대단하다. 다른 구단은 몸값을 하지 못하는 외국인 선수가 적어도 한 명씩은 존재하는데, 롯데는 그런 면에서는 아무런 걱정이 없다.

 

이들 세 명에게는 처음 롯데와 계약했을 당시만 해도 큰 기대를 받지 못했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과거 롯데에서 큰 활약을 펼쳤던 외국인 선수들 중 호세는 메이저리그 올스타 출신이었고, 가르시아는 한 때 메이저리그에서도 손에 꼽히는 최정상급 유망주였다. 사도스키는 한국 진출 직전에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밟았던 선수다. 하지만 지금 현재 롯데에서 뛰고 있는 3인방은 그런 화려한 경력과는 거리가 먼 선수들이다.

 

유먼은 2006년과 2007 21경기에 등판해 3 7패 평균자책점 5.13의 아쉬운 기록을 남긴 것이 메이저리그 경력의 전부다. 2008년부터는 주로 독립리그에서 뛰었고, 한국에 오기 전에는 대만 리그에 몸 담고 있었다. 옥스프링도 메이저리그 경력은 2005년에 12이닝을 던진 것이 고작이다. 과거 LG에서 뛰며 좋은 성적을 거뒀다지만, 그것도 벌써 5년 전 일. 고향인 호주로 돌아간 후로는 한동안 야구계를 떠나 있기도 했다.

 

롯데가 2012년 초 유먼의 영입을 발표했을 때도, 그리고 1년 후 옥스프링의 입단 소식을 전했을 때도 대다수의 반응은 물음표가 먼저였다. 유먼 때는 어떻게 미국이나 일본도 아닌 대만리그 출신 선수를 영입할 수 있느냐는 반응이었고, 옥스프링 때는 만 36세의 노장을 영입할 바엔 차라리 5살 어린 사도스키가 낫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었다.

 

야구 관계자들은 물론 팬들까지도 롯데 구단의 선택에 의아해 하며 걱정스런 시선을 보내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들 세 선수는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며 주위의 우려 섞인 시선을 탄성으로 바꿔놓았다.

 

유먼은 한국 무대에 데뷔하자 마자 최고 투수 반열에 오르며 롯데의 에이스로 우뚝 섰다. 그리고 지난해까지 2년 연속 13승을 거두며 롯데 마운드를 지켰고, 그를 향한 팬들의 신뢰도 점점 쌓여 갔다. 겨울 동안 몸을 제대로 만들지 못해 불안하다던 올 시즌엔 개막 이후 등판한 4경기에서 모조리 승리를 챙기며 선발투수들 가운데 가장 먼저 4승 고지에 올랐다.

 

시범경기 때 극심한 부진을 보였던 유먼은 막상 정규시즌이 개막하자 에이스 모드로 돌변, 4경기에서 2.74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전승 가도를 달리고 있다. 희한하게 유먼이 등판하는 경기에서는 타자들의 방망이도 활발하게 터진다. 마치 에이스에 대한 팀 동료들의 신뢰이자 성원처럼 보이기도 한다. 갈수록 투구내용이 좋아지고 있는 유먼은 다른 팀의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은 롯데의 듬직한 에이스다. 올 시즌 카스포인트 랭킹에서도 551포인트를 얻어 선발투수 중 4위에 랭크되어 있다.

 

옥스프링은 작년 초반만 해도 부진에 허덕이며 일부 성격 급한 팬들에게 질타를 받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안정을 되찾더니 리그에서 가장 안정적인 이닝이터로 변신, 유먼과 똑같이 13승을 거두며 원투펀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옥스프링은 안정감 있는 피칭의 대명사가 됐고,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5일 로테이션을 소화하며 김시진 감독을 기쁘게 했다.

 

옥스프링의 활약은 올해도 여전하다. 한 차례 구원등판을 포함해 6경기에서 3.31의 평균자책점으로 2승을 따냈다. 일단 패가 없다는 것이 중요하다. 적어도 마운드에 있는 동안에는 상대에게 리드를 허락하지 않았다. 5번의 선발등판 가운데 3번은 4일 휴식 후 등판이었다. 37 노장 투수가 보여주는 성실함에 팬들은 고마움을 느낀다. 카스포인트 478점으로 선발투수 가운데 7.

 

그리고 2014년 올해. 외국인 선수 엔트리가 하나 늘어나면서 롯데는 루이스 히메네스라는 새 외국인 타자를 팬들에게 소개했다. 메이저리그 경력이라곤 2012 7경기에서 17타수 1안타, 타율 59리를 기록한 것이 전부다. 선수 생활 대부분을 마이너리그에서 보냈고, 일본 리그 도전도 아쉬움 속에 마감했던 선수. 히메네스의 진짜 가치를 몰랐던 상당수 팬들은 이번에도 물음표를 그렸다.

 

그도 그럴 것이 호르헤 칸투(두산), 루크 스캇(SK), 펠릭스 피에(한화) 등 화려한 메이저리그 경력을 자랑하는 선수들이 속속들이 한국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들에 비해 히메네스의 경력은 초라해 보이기만 했다. 게다가 시범경기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 개막전에 합류하지 못하게 되는 바람에 그러한 의혹 어린 시선은 더욱 짙어져 갔다.

 

하지만 이게 왠걸. 히메네스는 1군에 합류하자마자 무시무시한 타격을 선보이며 롯데 타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 4 10일 데뷔전에서 자신의 첫 안타를 끝내기 3점 홈런으로 장식하더니, 26 SK전에서도 끝내기 안타를 때려내며 사직구장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다.

 

히메네스는 지금까지 15경기에서 5홈런 16타점, 타율 418리를 기록하며 롯데의 4번 타자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출루율(.515)과 장타율(.745)도 굉장하다. 프로야구 전체 타자들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성적. 그 결과 시즌 첫 7경기를 결장했음에도 601포인트를 얻어 카스포인트 타자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다.

 

히메네스의 성적 중 가장 돋보이는 것은 득점권 타율이다. 득점권에서 18타수 8안타(3홈런) .444의 높은 타율을 기록, 해결사로서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히메네스가 부상으로 없던 7경기에서 평균 4.3득점을 기록했던 롯데는 히메네스 합류 후 경기당 평균 6.5득점의 놀라운 화력을 자랑하고 있다.

 

경기를 중계하는 해설위원들을 포함해 수많은 야구 관계자들이 히메네스의 약점을 지적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히메네스는 놀라운 장타력과 높은 타율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15경기 중 13경기에서 안타를 쳤고, 그 중 9경기는 멀티히트였다. 다가올 주중 3연전 중에 규정타석을 채우게 되면 각종 타격 부문의 최상위권에 히메네스의 이름이 한 자리씩 차지할 전망이다.

 

유먼, 옥스프링, 히메네스, 확실한 세 명의 외국인 선수를 보유하고 있는 롯데는 다른 팀 팬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이들이 버티고 있는 만큼 시즌을 치르면서 마무리와 1번 타자의 문제만 해결한다면 롯데가 강력한 우승후보로 대두될 수 있을 것이다. 롯데를 응원하는 팬들은 든든한 원투펀치와 듬직한 4번 타자의 존재가 그저 반갑기만 하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제공=iSportsKorea, 제공된 사진은 스포츠코리아와 정식계약을 통해 사용 중이며, 무단 전재시 법적인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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