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그랬다. 롯데의 야구는 마치 ‘마약’과도 같다고. 한번 중독되면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로 치명적인 유혹을 담고 있다고. 그만큼 롯데 자이언츠의 야구가 특별하면서도 남들이 가지지 못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그런 롯데의 야구 스타일을 보고 ‘롤러코스터 야구’라고 불렀다. 올라갔다 내려갔다, 느려졌다 빨라졌다, 때로는 거꾸로 돌면서 탑승자들의 정신을 쏙 빼놓는 롤러코스터. 롯데의 야구가 딱 이랬다. 어쩌면 그런 특징 때문에 더욱 재미있고 매력적으로 느껴졌는지도 모르지만, 때로는 멀미가 났던 것도 사실이다.
롯데표 롤러코스터에는 일정한 규칙이나 주기가 없었다. 거칠 것 없는 상승세를 타다가도 어느 순간부터 별 다른 이유도 없이 끔찍한 부진에 시달리기도 했고, 그렇게 한동안 힘든 시간을 보내다가도 또 언제 그랬냐는 듯 리그 판도를 뒤흔들만한 기세로 달려나가기도 했다. 시즌 내내 그러한 패턴이 정해진 규칙 없이 반복됐다. 최악이다 싶으면 되살아나고, 정상이 보인다 싶으면 가라앉았다.
이걸 일관성이라 표현해도 될지 모르지만, 롯데 야구는 참 변함이 없다. 올해도 그들의 롤러코스터 야구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올 시즌 롯데판 롤러코스터는 그 호흡이 좀 길다는 것 정도?
올 시즌 현재 롯데는 45경기에서 21승 1무 23패를 기록, 4할7푼7리의 승률로 리그 5위에 위치해 있다. 4위 넥센과는 2.5게임 차, 6위 SK에는 1게임 차로 간신히 앞서 있다. 한때 1위 자리를 위협하고 있었던 시기가 있었음을 감안하면 최근의 추락은 처참한 수준이다.
올 시즌 롯데의 롤러코스터는 크게 세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1. 조용한 출발 – 히메네스 없던 시절
롯데는 외국인 타자 루이스 히메네스가 시범 경기에서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개막 엔트리에 합류하지 못했다. 그리고 히메네스가 없던 첫 7경기에서 3승 1무 3패를 기록, 나름 평탄한 출발을 했다. 그 7경기에서 롯데의 득점은 30점, 실점은 28점이었다. 타력이 돋보이진 않았지만, 나름 안정된 투수력을 선보이며 5할 승률을 기록하고 있었다.
하지만 장점이 없어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다른 팀들이 개막과 동시에 ‘타고투저’ 열풍을 일으키며 막강한 공격력을 과시하고 있었던 것에 비해 롯데의 득점력은 답답하기 짝이 없었다. 게다가 필승조가 일찍부터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면서 불안감을 쌓아갔다. 그래도 야수들이 안정된 수비를 통해 투수들을 도와주고 있었고, 이것이 롯데의 추진력이 되어줄 것 같았다.
2. 거침없는 상승세 – 히메네스 폭발하던 시절
단 한 명의 가세로 인해 팀 컬러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다. 4월 10일 경기에서 마침내 1군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히메네스는 자신의 1군 무대 첫 안타를 10회말 끝내기 3점 홈런으로 장식했고, 이후 거칠 것 없는 막강 타력을 선보이며 롯데 타선을 리그 최고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 손아섭과 박종윤, 문규현, 정훈 등도 좋은 타격감을 선보이며 롯데 타선의 변화에 동참했다.
롯데는 히메네스 합류 후 5월 7일까지 22경기에서 13승 9패의 좋은 성적을 거뒀고, 그 기간 동안 경기당 평균 7.23득점-5.36실점을 기록했다. 실점은 리그 평균과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득점력은 다른 팀들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막강했다. 이대호가 타격 7관왕에 올랐던 2010년의 롯데 타선이 재현되는 줄 알았다. 당시 이대호의 역할을 히메네스가 하고 있었던 것.
불펜의 문제는 여전했고, 송승준은 부진에서 헤어나올 줄 몰랐다. 그래도 유먼-장원준-옥스프링의 선발 삼각 편대가 건재했고, 야수들은 리그에서 가장 적은 실책을 기록 중이었다. 이 시점까지 롯데 야수들은 <ADT캡스플레이>에 8번이나 선정되며 리그에서 가장 안정된 수비력을 과시하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가 계속 이어진다면 롯데의 가을잔치 복귀는 물론, 우승도 가능할 것만 같았다.
3. 날개 없이 추락하는 롯데 – 모든 것이 꼬이기 시작하다
하지만 롯데는 5월 8일 두산전에서 6-15로 대패하고, 이어진 NC와의 3연전에서 3경기 합계 6득점에 그치며 1승 2패로 밀렸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일시적일 줄 알았다. 하지만 롯데의 추락은 멈추지 않았다. 하늘 높이 롤러코스터가 방향을 바꿔 지하까지 내려가는 것처럼 롯데의 전력 사이클은 바닥을 쳤다.
결국 5월 8일부터 치른 16경기에서 5승 11패에 그친 롯데는 5할 승률마저 무너진 채 5위로 내려앉았고, 이제는 6위와도 별 차이가 나지 않는 신세가 됐다. 첫 29경기에서 15개였던 실책이, 이 기간 동안에는 16경기에서 15번의 에러를 저질렀다. <ADT캡스플레이>로 선정되는 호수비는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투수들의 실점은 경기당 평균 6점을 넘어가는데, 타선의 평균득점은 3.75점으로 상승곡선을 그릴 때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선발투수들은 부상과 부진으로 신음하고, 야수들의 손발은 어지러워지고, 믿어 있었던 방망이는 ‘잔루 자이언츠’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찬스만 되면 철저히 침묵했다. 상승 곡선을 그릴 당시의 롯데와 하강 곡선을 그리는 롯데의 팀 컬러는 너무나 달라 팬들도 같은 팀이 맞나 싶어 헷갈릴 정도다.
롯데는 개막전 이후 가장 낮은 승률을 기록하게 된 시점에서 4일의 휴식기를 맞이했다. 과연 이 휴식기가 롯데의 분위기를 또 한 번 뒤집으며 롤러코스터 방향을 하늘 쪽으로 향하게 할 수 있을까? 올 시즌 성적에 대해 큰 기대를 걸었던 팬들을 위해서라도 선수단의 변화가 필요하다. 아직 4개월의 여정이 남아 있다. 진짜 승부는 바로 지금부터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제공=iSportsKorea, 제공된 사진은 스포츠코리아와 정식계약을 통해 사용 중이며, 무단 전재시 법적인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