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30일에는 이달의 마지막 주말 3연전이 시작됐다. 넉넉한 승수를 벌어 놓은 삼성은 휴식기에 들어갔고, 대신 4일 동안 쉬었던 롯데가 돌아왔다. 시즌이 진행되면서 4강(삼성, NC, 두산, 넥센)과 5약(롯데, SK, KIA, LG, 한화)의 구분이 뚜렷해지고 있는 터라 하위권 팀들은 이번 3연전을 통해 뭔가 반전의 계기를 마련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변은 벌어지지 않았다. 삼성을 제외한 상위권 세 팀이 모두 이겼고, 하위권 팀 중에는 한화와 싸운 SK만 이겼을 뿐이다.
이날 펼쳐진 4경기에서는 총 5개의 <ADT캡스플레이>가 선정됐다. 그리고 그 주인공은 나지완과 김성현, 손아섭, 고동진, 그리고 박용택이었다. 모두 ‘5약’에 속하는 팀의 선수들이고, SK를 제외하면 모두 경기에서 졌다. 눈부신 호수비를 보여주고도 팀의 패배를 막지 못했던 것이다.
KIA 나지완은 3회 초 선두타자 박민우의 좌중간을 가를 듯한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냈다. 그로 인해 벨트가 끊어졌을 정도로 몸을 사리지 않은 플레이였다. 당시만 해도 스코어는 0-0이었고, 그런 수비가 나왔다면 투수도 힘을 날 만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KIA 선발 임준섭은 이후 이종욱과 나성범에게 안타와 몸에 맞는 볼을 내줬고, 이어진 이호준에게 적시타를 맞아 실점하고 말았다. 그 과정에는 1루수 브렛 필의 송구 실책과 이호준의 타구를 거의 잡았다가 놓친 나지완의 아쉬운 플레이도 포함되어 있었다. 호수비로 시작된 이닝에 선취점을 헌납하고 만 것. 결국 KIA는 이 경기에서 6-8로 패했다.
롯데 손아섭도 멋진 슬라이딩 캐치를 보여줬다. 1회 말 2사 후 우중간을 향하는 김현수의 타구를 슬라이딩하며 잡아냈다. 이닝은 삼자범퇴로 마무리됐고, 휴식 후 돌아온 롯데 선수들의 몸이 가볍게 느껴질 수 있는 플레이였다. 하지만 롯데는 2회 초 선두타자가 출루하고도 후속타 불발로 선취점을 따내지 못했고, 2회 말 2실점하며 리드를 내주고 말았다. 그대로 끌려가던 롯데는 휴식기 효과도 누려보지 못하고 1-6 패배, 3연패의 늪에 빠졌다.
한화도 주장 고동진이 경기 시작과 동시에 슈퍼 캐치에 성공했다. 1회 초 SK의 선두타자 조동화가 우중간을 향하는 큰 타구를 날렸고, 피에 대신 선발 중견수로 출장한 고동진이 몸을 가볍게 날려 잡아냈다. 하지만 그렇게 기분 좋게 경기를 시작했음에도 팀의 5연패를 막을 수는 없었다. 한화 선발 안영명은 2회 1사 만루서 나주환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하며 동료들의 힘이 빠지게 만들었고, 결국 이것이 결승점이 되어 1-6으로 패했다.
LG 박용택은 실점을 막아내는 침착한 펜스 플레이를 선보여 <ADT캡스플레이>로 선정됐다. 6회 말 1사 1루 상황에서 유한준의 타구가 펜스 쪽으로 날아갔다. 30센티 가량이 못 미쳐 담장을 넘어가진 못했지만, 그대로 펜스에 맞고 튕겼다면 1주 주자가 홈으로 들어올 수 있는 타구였다. 그런데 이것을 박용택이 당황하지 않고 펜스에 붙어서 점프하며 잡아낸 것이다. 그런데 LG의 바뀐 투수 최동환은 박병호를 볼넷으로 내보낸 후 강정호에게 3점 홈런을 얻어맞고 말았다. 이미 1-7로 스코어가 벌어진 상황이었지만, 호수비 후 2아웃이 되었음에도 3점을 더 내줬다는 것은 LG 입장에서 참으로 힘 빠지는 일이다. 이후 LG가 뒷심을 발휘하며 5-11로 패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경기에 이기긴 했지만 SK는 리그에서 가장 많은 45개의 실책을 범하고 있는 팀이다. 5할 미만의 승률을 기록 중인 다섯 팀 가운데 롯데(실책 30개 – 최소 2위)를 제외한 6~9위 팀들은 최소 실책 순위에서도 6~9위를 기록하고 있다.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할 정도로 멋진 수비를 보여주고도 그 분위기를 승리로 연결하지 못하는 팀들. 시즌 개막 후 이제 겨우 두 달이 지났을 뿐인데, 올 시즌은 상위권 팀들과 하위권 팀들의 경기력 차이가 너무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하위권 팀들의 고민이 깊어져 가는 요즘이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제공=iSportsKorea, 제공된 사진은 스포츠코리아와 정식계약을 통해 사용 중이며, 무단 전재시 법적인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