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가 28일 펼쳐진 NC 다이노스와의 시즌 10차전 경기에서 승리하며 4연승을 달성했다.
특히 NC에게 거둔 2승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 올 시즌 상승세를 탈 수 있었던 고비마다 NC에게 발목이 잡히며 시즌 상대전적에서 2승 6패로 크게 뒤져 있었기 때문. 이젠 4승 6패로 어느 정도 균형을 맞췄고, 4연승에 성공하며 5위 두산과의 격차도 2.5게임으로 벌이는 데 성공했다.
사실 28일 경기의 승리는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선발 매치업에서 롯데의 일방적인 열세가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NC가 전날까지 8승 1패 평균자책 3.67을 기록하고 있던 외국인 투수 에릭을 예고한 반면, 롯데는 올 시즌 선발등판이 처음인 대졸 3년차 홍성민을 내세웠다. 따라서 수많은 전문가와 팬들은 NC의 우세를 예상했다.
하지만 결과는 롯데의 4-1 승리였다. 기대보다 걱정이 컸던 홍성민은 5회까지 4피안타 1실점의 호투를 펼치며 팀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호준에게 맞은 솔로 홈런 한 방을 제외하면 흠잡을 데 없는 훌륭한 피칭이었다. 비록 승리투수가 되진 못했지만, 홍성민이 박종윤과 더불어 이날 승리의 1등 공신임을 부인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롯데는 1-1로 맞선 6회 말 공격에서 손아섭과 박종윤, 황재균의 적시타가 연달아 터지며 단숨에 점수 차를 3점으로 벌였고, 김사율(2.1이닝)과 강영식(1.1이닝), 정대현(0.1이닝)이 이어 던지며 팀 승리를 지켜냈다. 선발로 3패만 기록했던 김사율은 시즌 2번째 구원승을 따냈고, 9회 2사 1,2루 상황에서 불을 끈 정대현이 시즌 2번째 세이브를 기록했다.
자칫 흔들릴 수도 있었던 홍성민을 이날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준 건 롯데의 팀 동료들이었다. 특히 3회 초 무사 만루 상황을 거의 혼자의 힘으로 막아낸 박종윤의 ‘슈퍼 세이브’는 이 경기의 백미였다. 모르긴 몰라도 주간 <ADT캡스플레이>를 거의 예약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결정적인 상황에서 나온 눈부신 플레이였다.
박종윤의 슈퍼 세이브 : 바로 보기
무사 만루 상황에서 1루를 향해 날아온 이종욱의 직선타를 다이빙하며 잡아낸 박종윤은 1루 주자 박민우까지 태그하면서 단숨에 2아웃을 잡아냈다. 이후 나성범 1루 땅볼 타구를 잡은 후 직접 베이스를 태그하여 이닝을 마무리했다. 박종윤이 3개의 아웃카운트를 모두 잡아준 덕에 홍성민은 무사 만루의 상황에서 단 1점도 주지 않고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만약 박종윤이 이종욱의 타구를 잡지 못해 안타로 연결됐다면 홍성민이 한 순간에 와르르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박종윤은 ‘국내 최고의 1루 수비수’라는 명성에 어울리는 슈퍼맨급 호수비를 보여줬고, 그것이 홍성민의 계속된 호투를 가능하게 했다.
5회에는 손아섭이 쉽지 않은 타구를 슬라이딩 캐치로 잡아내 위기를 사전에 차단했다. 6회에는 박종윤이 또 한 번 이종욱의 1루 선상 깊숙한 땅볼 타구를 막아내는 묘기를 선보였다. 이 경기에서 이종욱은 박종윤 때문에 안타 2개와 2타점을 손해 봤다.
이처럼 28일 경기는 롯데가 수비에서 상대를 압도하며 승리를 따낼 수 있었다. NC 선발 에릭은 8회까지 무사사구 피칭을 선보이며 9피안타 4실점으로 호투했지만, 결국 완투패를 기록할 수밖에 없었다.
김시진 감독의 용병술도 빛났다. 홍성민이 5회까지 1실점으로 막아내자 투구수가 81개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김사율로 교체했다. 이는 홍성민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한 의도로 볼 수 있다. 비록 승리투수가 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어쨌든 잘 던졌다는 좋은 기억을 안고 마운드에서 내려가는 것이 다음 등판을 위해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타순이 세 바퀴째 돌아가는 6회 이후에도 홍성민이 계속 잘 던질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처럼 홍성민은 야수들의 협조와 감독의 배려 속에 롯데 팬들이 그토록 바라던 ‘다섯 번째 선발투수’로 거듭날 수 있었다. 홍성민이 롯데의 가장 큰 약점 중 하나를 해결해줄 수 있는 적임자로 떠오른 것이다. 물론 차후 등판을 지켜봐야겠지만, 일단 자신감을 안고 앞으로의 경기에 임할 수 있게 됐다는 건 큰 소득이 아닐 수 없다.
홍성민은 지난 3년 동안 1군에서 117.1이닝을 던진 것이 경력의 전부다. 하지만 지난 2년 연속 3점대를 기록하는 등 1군 통산 평균자책점이 3.15로 꽤 좋은 편이다. 특히 올 시즌은 퓨쳐스리그에서 30이닝 이상 던지는 동안 0.86의 놀라운 평균자책을 기록했다. 이 선수에게 기대를 걸고 기회를 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다.
그리고 그 홍성민을 롯데의 5선발로 만들어낸 건 박종윤의 기가 막힌 호수비였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제공=iSportsKorea, 제공된 사진은 스포츠코리아와 정식계약을 통해 사용 중이며, 무단 전재시 법적인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