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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2008년 MLB는 최강 원투펀치의 향연-Part(1)

by 카이져 김홍석 2008. 3. 21.

2001년 월드시리즈를 통해 메이저리그의 관계자들과 팬들은 랜디 존슨과 커트 쉴링의 맹활약을 지켜봄으로써 ‘최강의 원투펀치’는 팀에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후 자금의 여유가 되는 팀들은 매년 에이스급 투수들을 두 명 이상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고, 지난해 보스턴도 자쉬 베켓과 커트 쉴링이 든든히 버텨준 덕분에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뛰어난 원투펀치는 우승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로 인식되고 있을 정도다.


이번 스토브 리그 기간 동안에는 유난히 에이스급 투수들의 움직임이 활발했다. FA로 풀린 거물급 선수가 없었던 대신, 리빌딩을 시도하는 팀들이 자신들의 에이스를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았기 때문. 요한 산타나를 비롯하여 댄 하렌과 에릭 베다드 같은 에이스급 투수들이 굵직한 트레이드를 통해 새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이들이 옮겨간 팀에는 그들 못지않은 에이스급 투수가 이미 버티고 있었다. 트레이드 소식이 발표될 때마다 언론은 ‘어느 팀이 최고의 원투펀치를 보유했는가?’를 놓고 설전을 벌였을 정도로 올해는 막강한 1~2선발을 자랑하는 팀이 많다.


때문에 2008년 메이저리그는 최고의 원투펀치들의 향연이 될 전망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7개 팀을 선정해봤다.


▷ (사상) 최고의 조합?

1st 요한 산타나 - 페드로 마르티네즈 (New York Mets)

현지 시간으로 지난 1월 29일에 발표된 요한 산타나의 트레이드 소식은 전 세계 야구팬들의 눈과 귀를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현 메이저리그 최고의 에이스인 산타나의 거취가 결정되었다는 것도 그렇지만, 어쩌면 2008년에는 역사상 최강의 원투펀치의 모습을 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세 번의 사이영상을 거머쥐며 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메이저리그 최고의 에이스로 군림했던 ‘외계인’ 페드로 마르티네즈(3승 1패 2.57)와 그 뒤를 이어 ‘포스트 외계인’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두 번의 사이영상을 수상한 요한 산타나(15승 13패 3.33)의 조합은 메이저리그 팬들이 꿈에서나 그리던 환상의 조합이다.


21세기를 기준으로 했을 때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2점대 방어율을 기록 중인 유이(唯二)한 투수가 바로 산타나(2.99)와 페드로(2.98)다. 그런 두 명이 한 팀에서 만났다. 투수에게 조금 이점이 있는 내셔널 리그에서, 그 중에서도 특히나 투수친화적인 셰이 스타디움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뉴욕 메츠에서.


강타선을 자랑하는 메츠는 이들 두 명의 투수에게 확실한 지원사격을 하며 승수 쌓기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랜디 존슨과 커트 쉴링이 애리조나 소속으로 동반 20승을 거둔 지난 2002년 이래로 6년 만에 한 팀에서 두 명의 20승 투수가 탄생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페드로의 구속 저하와 불안한 건강이 문제가 되긴 하지만, ‘건강하게 마운드에 오를 수 있다면’이라는 전제 하에 이 팀 보다 위력적인 원투펀치를 보유한 팀은 메이저리그 역사상으로도 다섯 손가락에 꼽을 수 있을 정도다. 체형부터 시작해 투구 스타일도 비슷하고 주무기도 써클 체인지업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페드로는 오른손 산타나는 왼손잡이다. 오늘 좌완 산타나를 상대하고 내일은 우완 페드로를 상대해야 하는 상대팀의 벤치는 과연 어떤 심정일까.


일부 관계자는 요한 산타나와 페드로 마르티네즈의 ‘외계인 원투펀치’는 사기나 다름없다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이 둘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는 메츠 입장에서야 느긋하겠지만, 경쟁관계에 있는 필라델피아와 애틀란타의 입장에서 산타나의 메츠 행 소식은 ‘청천벽력’같은 비보나 다름없다.


지난해 단 1승이 부족해 포스트 시즌 진출 티켓을 놓쳐버렸던 뉴욕 메츠. 올해는 페드로 마르티네즈가 개막전부터 함께 하고 그에 앞서 당대 최고의 좌완 요한 산타나가 1선발로 등판한다. 거침없이 이어질 이들의 질주를 막을 수 있는 팀이 과연 존재할 지가 의문이다.


▷ 또 하나의 강력한 엔진을 달다

2nd 브렌든 웹 - 댄 하렌 (Arizona Diamondbacks)

작년 12월 에이스급 트레이드의 서막을 연 댄 하렌의 애리조나 행은 요한 산타나가 메츠로 트레이드되기 전까지 최고로 평가받던 원투펀치의 탄생을 세상에 알렸다. 내셔널 리그에서 다승(18승)과 방어율(3.01) 모두 2위에 오른 브렌든 웹과, 아메리칸 리그 방어율 3위(3.07)에 오른 15승 투수 하렌의 만남은 2007년 내셔널 리그 승률 1위 애리조나를 더욱 더 돋보이는 팀으로 변모시켰다.


비록 산타나-페드로 조합에게 최고의 자리를 내주긴 했지만, 2007년의 성적을 토대로 평가한다면 전혀 꿇릴 것이 없다. 통산 성적이야 어떻든 간에 당장 지난해의 성적만 본다면 댄 하렌은 요한 산타나보다 조금 나았고, 페드로 마르티네즈가 부상으로 쉬고 있는 동안 브랜든 웹은 2006년 내셔널 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하는 등 메이저리그에서 손꼽히는 에이스로 성장했다.


뉴욕 양키스의 왕첸밍과 더불어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위력적인 싱커를 구사하는 웹은 지난 2년간 470이닝 이상을 소화했음에도 불구하고 피홈런이 27개에 불과할 정도로 뛰어난 구위를 자랑한다. 특히나 작년에는 다승과 방어율, 탈삼진, 이닝 등에서 사이영상을 수상했던 2006년보다도 더 나아진 모습을 과시해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남아 있음을 내비쳤다.


웹과 하렌, 두 투수 모두 이닝을 길게 끌고 갈 능력이 있다는 것과 200이닝 이상을 가뿐히 책임져 줄 수 있는 내구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 그리고 두 명 모두 20대 후반의 한창 전성기를 구가할 나이라는 것도 큰 장점이다.


▷ 2년 연속 최강 뜰까?

3rd C.C. 사바시아 - 파우스토 카모나 (Cleveland Indians)

투구 내용 면에서는 애리조나의 콤비에 조금 뒤쳐질지는 모르지만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은 승수를 쌓아올린 원투 펀치는 클리블랜드를 포스트 시즌에 진출시킨 1등 공신 사바시아(19승 7패 3.21)와 카모나(19승 8패 3.06)다. 앞서 언급한 두 팀의 원투펀치가 올해 새로이 결성된 것임에 비해 이들은 이미 지난해 최고의 원투펀치로 메이저리그에 이름을 알렸다.


에이스 사바시아는 20승 투수 자쉬 베켓을 제치고 아메리칸 리그 사이영상을 따냈고, 카모나는 4위에 올랐다. 클리블랜드가 디비즌 시리즈에서 뉴욕 양키스를 만나 3-1로 손쉽게 승리할 수 있었던 것도 이들 원투펀치가 1,2차전을 승리로 장식했기 때문이다. 비록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는 보스턴에 고배를 마셨지만, 이들의 활약은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2미터의 큰 키에 130kg이 넘는 육중한 몸매를 자랑하는 좌완 사바시아는 그 덩치에 걸 맞는 묵직한 패스트볼을 구사한다. 2001년에 데뷔해 지난해까지 꼭 100승을 거두며 꾸준한 에이스급 투수로의 위상을 굳혔다. 올해를 끝으로 FA 자격을 획득하는 터라 요한 산타나(6년간 1억 3750만 불)에 이어 투수로서는 두 번째로 연평균 2천만 달러 수준의 장기계약이 기대되고  있다.


예견되었던 사바시아에 비해 카모나의 전년도 활약은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마이너리그를 평정하고 2006년에 구원투수로서 메이저리그에 첫 발을 내딛었지만, 그다지 좋은 활약을 펼치지 못해 앞날이 불안했다. 하지만 3선발로 내정되어 있던 클리프 리가 스프링 캠프에서 복부 통증을 호소하는 바람에 대체 선발요원으로 낙점되었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멋진 투구를 선보이며 단숨에 신데렐라로 부상한 것이다.


사실 2선발 카모나가 2008년에도 지난해와 같이 뛰어난 활약을 펼칠 수 있을지는 조금 의문이다. 하지만 양키스와의 디비즌 시리즈 2차전에서 벌레가 들끓는 가운데서도 미동조차 하지 않고 묵묵하게 투구에만 전념했던 카모나를 통해 팬들은 믿음직한 에이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바시아와 카모나는 아메리칸 리그 최고의 원투펀치다.


▷ 지구 1위를 탈환하라~!

4th 존 스몰츠 - 팀 허드슨 (Atlanta Braves)

이제는 베테랑을 넘어서서 노장이라고 부르는 편이 더 어울리는 이들은 메이저리그의 모든 원투펀치 중 가장 평균 연령(스몰츠 41세, 허드슨 33세)이 높다. 하지만 이들의 투구는 여전히 위력적이며, 어떤 팀과 견주어도 충분히 승부해 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어깨부상의 여파로 마무리로 뛰어야했던 4년이 존 스몰츠(14승 8패 3.11)에게는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다. 그와 함께 ‘애틀란타 투수 3인방’으로 유명했던 그렉 매덕스와 탐 글래빈이 불혹을 넘어감에 따라 기량의 후퇴가 급격하게 눈에 띄는데 반해 스몰츠의 어깨는 아직도 싱싱하다. 매덕스와 글래빈에 밀려 한 번도 에이스란 호칭을 얻지 못했던 그는 이제야 진정한 애틀란타의 에이스로 우뚝 섰다.


애틀란타의 3인방만큼이나 유명했던 ‘오클랜드 영건 3인방’의 필두였던 팀 허드슨(16승 10패 3.33). 이제는 영건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멀어졌지만, 그 만큼의 경험과 노련함을 축적하고 있다. 데뷔시즌부터 9년 연속으로 매년 최소 11승 이상을 거두며 꾸준히 자기의 영역을 넓혀온 허드슨은 올해도 좋은 활약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비록 같은 지구에 속해 있는 뉴욕 메츠의 ‘외계인 원투펀치’가 두렵긴 하지만 스몰츠와 허드슨이라면 무조건 패한다고만은 할 수 없을 것이다. 애틀란타가 메츠를 제치고 지구 1위에 오르기 위해서는 이들의 맹활약이 필수적이다.


이어서 2008년 MLB는 최강 원투펀치의 향연-Part(2)



스포츠 전문 잡지 월간 스포츠 온(Sports On) 3월호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작성 시점이 2월 중순이라 현재 상황과 다른 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