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한 주 동안 1승 4패의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NC를 상대로 1승 1패를 주고 받을 때만 해도 나쁘지 않았지만, 1위 삼성에게 한 점 차 역전패를 당한 후 주말에는 KIA와의 2경기도 모두 졌다.
5할 승률까지 1승만 남겨뒀던 상황에서 다시 -4가 됐고, 5위 LG와의 승자도 1.5게임으로 줄어들었다. 다행히 LG가 한화에게 예상치 못한 2연패를 당하는 바람에 지금의 순위를 지키고 있을 뿐, 롯데의 현 상황은 꽤 심각하다.
지난주 롯데는 반격의 실마리가 될 수 있는 최고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옆구리 부상 때문에 쉬고 있던 손아섭이 복귀한 것이다. 그 효과를 누리며 반격의 실마리를 잡았다면 롯데의 4강 진출은 탄탄대로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카드를 꺼내든 보람도 없이 3연패로 한 주를 마감했다.
물론 롯데에는 또 하나의 카드가 남겨져 있긴 하다. 루이스 히메네스가 그 주인공이다. 하지만 야구 내외적인 문제로 팀 내 위상이 꼬여버린 히메네스는 복귀 시점도 아직 알 수가 없다. 게다가 돌아온다 해도 포지션 중첩의 문제 때문에 또 다른 문제만 야기시킬 확률이 높다.
반대로 LG는 남겨두고 있던 히든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난해 타격왕에 올랐던 ‘적토마’ 이병규(9번)의 복귀가 그것이다. 유격수 오지환도 1군에 올라왔다. 그 동안 ‘빅뱅’ 이병규(7번)가 고군분투하던 LG 타선에 새로운 가속 엔진이 장착된 셈이다.
7월 이후 본격화된 LG의 상승세는 불펜진의 분발이 이뤄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무리 봉중근은 예년만큼의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지만, 대신 셋업맨 이동현과 정찬헌이 시즌 내내 좋은 활약을 펼쳐주고 있다. 그리고 아시안게임 대표로 선발된 유원상이 7월부터 한창 좋을 때의 모습을 회복하면서 확실한 필승조 구축에 성공했다.
롯데는 그와 정 반대의 이유로 내리막을 걷고 있다. 강영식과 정대현, 김성배, 이명우 등 주축 셋업맨들이 하나같이 부진하다. 하도 경기 후반의 역전패가 많으니 2~3점 차 리드로는 안심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김시진 감독의 투수운용 방식도 도와 위에 올랐다. 일부 팬들은 김시진 감독의 ‘좌우놀이’를 더 이상 용납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실제로 김시진 감독이 좌타자를 상대할 때마다 가장 먼저 내놓는 강영식은 왼손투수지만 좌타자에게 강한 편이 아니다. 오히려 우타자에게 더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현재 롯데의 불펜투수 가운데 좌타자를 가장 잘 요리하는 건 오른손 투수인 최대성과 김성배다.
하지만 김시진 감독은 모든 데이터는 무시한 채 오른손과 왼손의 상성을 중심으로 불펜을 운용하고 있으며, 그것이 결과적으로 패착이 되는 경우가 많다. 투수코치 시절의 김시진은 ‘명 투수조련사’로 이름 높았으나, 감독이 된 후의 김시진은 매년 이해하기 어려운 투수운용으로 인해 지적 받아왔고, 올해도 예외가 아니다.
롯데는 지난해 66승 58패 4무의 성적으로 5할3푼2리의 승률을 기록했던 팀이다. 여기에 장원준과 최준석이 더해졌다. 올 시즌의 전력 상승 효과를 따진다면 롯데만한 팀이 없었다. 그런데도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5할이 채 되지 않는 승률로 힘겨운 4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롯데는 7월부터 현재까지 9승 18패를 기록하고 있다. 6월 말까지 5할 기준으로 +5였던 성적이 현재는 -4까지 내려왔다. 시즌 초반 잘 나갔으나 그 좋은 분위기를 끝까지 유지하지 못하고 여름 이후 하향곡선을 그리며 6위로 시즌을 마쳤던 2012시즌의 넥센과 아주 비슷하다. 2012년 당시 넥센의 사령탑이 김시진 감독이었다.
애당초 ‘우승’이 목표라던 롯데가 포스트시즌 경험조차 없는 김시진 감독을 사령탑으로 앉힌 것 자체가 넌센스다. 롯데는 올 시즌 초 안정된 수비와 히메네스의 타격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으나, 그것들은 다 얼마 가지 못했다. 시즌 초반의 감짝스타였던 조상우가 지금까지도 전력의 핵심으로 자리하고 있는 넥센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이것이 만약 두 감독의 능력 차이라면? 실제로 넥센은 지난해 감독이 바뀌자마자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고, 올해는 2위를 달리고 있다. 김시진 감독의 유산이라고 평가하기엔, 그 재료들을 다루는 감독으로서의 역량 차이가 너무 뚜렷하다.
현재 4위 롯데와 3위 NC 간의 승차는 7.5게임이다. 기적이 벌어지지 않는 한 남은 기간 동안 이 차이는 뒤집힐 수 없다. 반면 롯데와 꼴찌 한화의 승차는 6.5게임, 7위 KIA와는 3경기 차이가 난다. 롯데가 7월부터 시작된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4위를 지키기는커녕 7위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 상황대로라면 롯데의 5위 추락은 시간 문제다. 전반기를 마친 시점까지만 해도 롯데가 4강 다툼에서 가장 유리할 것이라 주장하던 전문가들도 이제는 말을 바꾸기 시작했다. 에이스가 없는 선발진, 불안한 셋업맨, 그리고 결정력 떨어지는 타선과 팬들의 신뢰를 잃은 감독. 이래저래 롯데의 2014시즌은 꼬여만 가고 있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제공=iSportsKorea, 제공된 사진은 스포츠코리아와 정식계약을 통해 사용 중이며, 무단 전재시 법적인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