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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2008년 MLB는 최강 원투펀치의 향연-Part(2)

by 카이져 김홍석 2008. 3. 21.


▷ 시애틀이 에인절스를 견제하는 방법은?

5th 펠릭스 에르난데스 - 에릭 베다드 (Seattle Mariners)

2월 9일에 있었던 볼티모어와 시애틀의 트레이드로 또 하나의 주목할 만한 원투펀치가 탄생했다. 지난해 사실상의 메이저리그 전체 탈삼진왕이라 할 수 있는 에릭 베다드(13승 5패 3.16)와 ‘킹’이라는 명예로운 별칭으로 불리는 펠릭스 에르난데스(14승 7패 3.92)의 만남이 바로 그것이다.


지금 현재 양키스의 조바 쳄벌린과 보스턴의 클레이 벅홀츠는 차세대 에이스를 꿈꾸는 영건으로 메이저리그 관계자와 팬들로부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진정한 차세대 최고 투수로 꼽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그 자리는 이미 3년 전부터 항상 ‘킹’ 펠릭스의 것이었다.


앞서 언급한 두 영건보다도 더 어린 86년생의 펠릭스 에르난데스는 2008년에 벌써 메이저리그 4년차를 맞이한다. 지난해 4월 11일 보스턴 레드삭스를 1피안타 완봉승으로 제압한 경기는 많은 팬들의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베다드는 볼티모어에서 뛰었던 지난해 28경기 만에 221개의 탈삼진을 잡아내며 마이크 무시나가 가지고 있던 팀내 기록(218개)을 갈아 치웠다. 하지만 이 경기 이후 오른쪽 복사근 부상으로 9월을 통째로 날려버렸고, 거의 손안에 들어왔던 탈삼진 타이틀을 템파베이의 스캣 캐즈미어(239개)에게 넘겨주고 말았다.


베다드는 투수 조련의 대가로 손꼽히는 레오 마조니 투수 코치와 함께한 2년 동안 전혀 다른 투수로 탈바꿈한 상태. 지난해 베다드가 기록한 .212의 피안타율은 아메리칸 리그 1위였다.


베다드와 에르난데스는 둘 모두 지난해 부상으로 한 달가량을 쉬었다. 그와 같은 전철을 밟지만 않는다면, 이 재능 넘치는 파워피처들의 활약에 힘입어 시애틀은 LA 에인절스의 아성에 도전할 수 있을 전망이다.


▷ 보스턴이 마쓰자카에게 거는 기대

6th 자쉬 베켓 - 마쓰자카 다이스케 (Boston Redsox)

지난 해 포스트 시즌에서 자쉬 베켓(20승 7패 3.27)의 경기를 지켜본 사람이라면 ‘베켓이 2007년 최고의 투수다’라는 말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비록 리그 사이영상은 정규시즌에서 자신보다 40이닝을 더 던진 C.C. 사바시아에게 돌아갔지만, 포스트 시즌에서 ‘Ace of Ace'의 위용을 과시한 베켓이야 말로 진정한 2007년의 주인공이었다.


메이저리그 유일의 20승 투수로 등극한 베켓은 포스트 시즌에서도 파죽의 4연승을 달리며 팀을 최고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2003년 월드시리즈에서 양키스를 제압한 경력이 있는 그는 4년이 지난 후에도 큰 경기에서는 여전히 ‘언터처블’임을 과시했다. 포스트 시즌까지 모두 합치면 34번의 선발 등판에서 24승 7패, 그리고 3.00의 방어율. 막강한 팀 타선까지 버티고 있는 터라 2년 연속 20승 달성도 꿈이 아니다.


보스턴이 어마어마한 포스팅 비용을 투자하면서까지 붙잡은 마쓰자카(15승 12패 4.40)의 지난 시즌은 조금은 기대에 못 미친다. 6년을 사용하기 위해 1억 달러 이상을 투자한 투수가 4점대 중반의 방어율을 기록한다는 것은 팀으로서는 달갑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번 시즌 마쓰자카의 전망을 매우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미 신인으로서는 매우 드물게 200이닝-200탈삼진을 기록하며 메이저리그에서도 자신의 구위가 통한다는 사실은 입증이 되었다. 남은 것은 장기 레이스에서의 페이스 조절과 적응뿐. 커트 쉴링이 어깨 근육 손상으로 최소한 전반기에는 출장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마쓰자카의 어깨가 더욱 무겁다.


▷ 샌프란시스코, 미래를 던진다

7th 맷 케인 - 팀 린스컴 (Sanfrancisco Giants)

사실 샌프란시스코의 에이스는 이들이 아닌 ‘커브의 귀재’ 배리 지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토를 배제한 채 케인과 린스컴을 소개하는 이유는 84년생 동갑내기인 이 두 명의 파워피처가 향후 앞서 언급했던 모든 조합을 제치고 최강의 원투펀치로 성장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스포츠 전문 사이트인 FOX스포츠에서는 올해 가장 뛰어난 원투펀치를 소개하면서 이들을 5위에 올려놓아, 앞으로의 행보에 큰 기대를 나타냈다.


하지만 이 두 영건의 올해 당장의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현재 샌프란시스코는 빅리그에서 가장 약한 팀 중 하나이며, 그 부족한 타격 탓에 케인과 린스컴은 당장 올 시즌 두 자리 승수를 거두는 것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실제로 맷 케인은 지난해 자쉬 베켓보다도 한 번 더 많은 21번의 퀄리티 스타트(6이닝 3실점 이하)를 기록하고도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16패(7승)의 멍에를 쓰고 말았다. 팀에서 가장 많은 200이닝을 소화하고 가장 낮은 3.65의 방어율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리그에서 가장 불운한 선수’로 기억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고집스러울 정도로 우직하게 타자들과의 정면승부를 즐기는 맷 케인과 경기 내내 98마일 이상의 강속구를 쉴 새 없이 뿌려 대는 178cm의 단신 파워피처 팀 린스컴. 비록 당장 올해의 전망은 어둡기만 하지만, 무시무시한 스터프를 장착하고 있는 이 두 명의 젊은 영건이 있기 때문에 샌프란시스코 팬들은 낙심하지 않을 수 있다.


메이저리그 팬이라면 케인과 린스컴의 이름은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 이들 외의 주목할 만한 원투펀치는?

지난해 성적과 기대치, 그리고 팬들의 관심도에 따라 앞서 언급한 7개 팀의 원투펀치가 유난히 눈에 띄는 것은 사실이나, 이들 외에도 2008년에 기대되는 조합이 없는 것은 아니다.


2007년 내셔널 리그 투수 3관왕 겸 사이영상 수상자 제이크 피비(19승 6패 2.54)와 크리스 영(9승 8패 3.12)이 버티고 있는 샌디에이고가 대표적인 팀이다. 영이 단 한 번도 200이닝을 소화해 본적이 없다는 약점만 아니었다면 앞에서 8번째 팀으로 이 팀을 꼽았을 것이다.


그 외에도 지난해 클리블랜드의 원투펀치와 유일하게 쌍벽을 이룰 수 있었던 LA 에인절스의 존 랙키(19승 9패 3.01)-켈빔 에스코바(18승 7패 3.40) 콤비도 주목받을 만하다. 단, 에스코바가 부상으로 인해 시즌 개막부터 함께 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


양키스의 든든한 1~2선발인 왕첸밍(19승 7패 3.70)과 엔디 페티트(15승 9패 4.05)도 언제나 3점대 방어율과 15승을 거둘 수 있는 선수들이며, 같은 지구에 있는 로이 할라데이(16승 7패 3.71)와 A.J. 버넷(10승 8패 3.75)의 토론토 원투펀치도 예기치 않은 부상에 시달리지만 않는다면 언제든 이변을 일으킬 능력을 갖추고 있다. 아메리칸 리그 동부지구에는 지난해 신선한 바람을 몰고 왔었던 탈삼진왕 스캇 캐즈미어(13승 9패 3.48)와 제임스 쉴즈(12승 8패 3.85)가 버티고 있는 템파베이도 있다.


시카고 컵스의 젊은 영건 콤비인 카를로스 잠브라노(18승 13패 3.95)와 리치 힐(11승 8패 3.92), 플로리다와의 대형 트레이드로 인해 구성된 디트로이트의 저스틴 벌렌더(18승 6패 3.66)와 돈트렐 윌리스(10승 15패 5.17), 그리고 선발로 복귀한 브렛 마이어스(5승 7패 21세이브 4.33)와 콜 하멜스(15승 5패 3.39)가 만들어갈 필라델피아의 원투펀치도 눈여겨 볼만하다.


+Plus+ 역대 최강의 원투펀치

100년이 넘는 메이저리그 역사 가운데 가장 빛났던 원투 펀치를 꼽으라면 가장 먼저 샌디 쿠펙스와 돈 드라스데일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60년대 LA 다저스의 황금기를 이끈 이 두 투수는 함께 한 11년 동안 340승을 합작하며 소속 팀 다저스를 세 번이나 월드시리즈 챔피언에 올려놓았다.


특히 쿠펙스는 야구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4년(63~66년)’을 보내는 동안 1점대 방어율로 97승을 따내며 세 번의 사이영상을 거머쥐었다. 당시는 양대 리그를 통틀어서 단 한명에게만 사이영상이 주어지던 시절이었으며 그 세 번 모두가 만장일치였다. 쿠펙스는 퍼펙트게임 1회를 포함해 4년 연속 노히트 노런을 기록하는 등 같은 기간 동안 73승을 거둔 드라스데일과 더불어 철옹성 같은 마운드의 높이를 과시했다.


현역 선수들 중에도 역대의 그 어떠한 조합과 견주어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최고의 원투펀치를 이루었던 이들이 있다. 2001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랜디 존슨-커트 쉴링 콤비와, 애틀란타 브레이브스를 90년대 최강팀으로 군림할 수 있었던 원동력인 그렉 매덕스-탐 글래빈의 원투펀치 조합이다.


2000시즌 중반 쉴링이 애리조나로 이적한 이후 2003년까지 존슨과 쉴링의 콤비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무서운 위력을 자랑했다. 특히 2001년과 2002년에는 두 투수가 모두 2년 연속으로 20승 이상을 따내며 무려 90승을 합작했다. 사이영상은 모두 존슨의 차지였으나 쉴링도 2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특히 2001년 포스트 시즌에서는 매 경기마다 환상적인 투구를 선보이며 월드시리즈 MVP를 공동수상했고, ‘이 정도 수준의 투수 두 명이 모이면 단기전에서는 감히 대적할 상대가 없다’는 사실을 모든 메이저리그 팬들의 뇌리 속에 강하게 각인시켰다.


존슨과 쉴링이 단기간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면, 매덕스와 글래빈은 10년 이라는 시간 동안 최정상의 자리를 지켰다. 1993년 매덕스가 시카고 컵스로부터 이적하면서 시작된 둘의 인연은 글래빈이 뉴욕 메츠로 떠나기 전인 2002년까지 꼭 10년 동안 이어졌다. 10년 동안 무려 347승을 합작하며, 합쳐서 4번의 사이영상(매덕스 3회, 글래빈 1회)을 수상했다.


그 두 명이 함께하는 동안 애틀란타는 내셔널 리그 동부지구 최강자의 자리에서 물러난 적이 없다. 월드시리즈 우승은 1회에 불과했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 현재 나란히 개인 통산 300승이라는 위대한 업적을 쌓은 두 투수의 조합은 이후에도 오래도록 회자될 것이 분명하다.


스포츠 전문 잡지 월간 스포츠 온(Sports On) 3월호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작성 시점이 2월 중순이라 현재 상황과 다른 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